대표적인 항일독립운동가이자 시인, 수행자로 치열한 삶을 살았던 만해 한용운(韓龍雲·1879~1944) 선사의 문학세계와 사상을 기리는 2008 만해축전(萬海祝典)이 8월 11~14일 강원도 인제군 백담사 만해마을에서 열린다.

만해사상실천선양회가 1999년부터 매년 주최해 온 만해축전은 올해로 꼭 10돌이 된다. 올해는 또 1908년 최남선의 '해에게서 소년에게'가 발표된 지 꼭 100년째로 문학사적으로도 중요한 해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만해축전은 축전 10돌과 현대시 100년을 맞아 어느 해보다도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해 시민들을 한여름 문화축제로 초대한다.

'한국현대시 100년의 반성과 전망' 등을 주제로 한 국제학술심포지엄이 12일 오후 개최되고, 12일 저녁엔 원로시인들이 직접 자작시를 낭송하는 '현대시 100주년 기념 문학의 밤', '만해시인학교' 등이 열린다. 또 '국제문학심포지엄' 등 문학·학술행사와 다양한 전시회가 축제기간 동안 만해마을 전체에서 펼쳐진다.

올해 12회째인 만해대상(萬海大賞)은 인도의 카스트제도 철폐운동을 벌여온 불교운동가 로카미트라(Lokamitra) 법사가 평화부문 수상자로 선정됐으며,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이 문학부문, 김태길 대한민국학술원 회장이 학술부문 상을 받는다. 또 '108산사 순례'를 이끌고 있는 도선사 주지 혜자 스님과 로버트 버스웰(Buswell) 미국 UCLA 교수가 포교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시상식은 12일 오후 5시. <미디어붓다 7월 17일 보도 참조>

무산스님 원력으로 '세계 축제-지역민 대동제' 착근

<해설> 만해축전은 10년 만에 종교인, 학자, 문인, 평화운동가, 지역민들이 어우러지는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축전으로 자리매김했다. 만해축전에서는 만해대상, 유심문학상, 신인상 등 시상식과 각종 학술심포지엄이 열리고 백일장, 시인학교, 서예전시, 대동놀이 등이 펼쳐진다.

1977년부터 시상된 만해대상은 어느 덧 한국의 막사이사이상 또는 노벨상으로 불릴 만큼 그 격이 높아졌다. 이 상은 평화 부문, 실천 부문, 문학 부문, 학술 부문, 포교 부문 등 다섯 부문으로 나눠 수상자에게 3천만 원의 상금을 준다. 지금까지 정주영, 김대중, 넬슨 만델라, 달라이 라마 등이 평화 부문상을 받았고, 조정래, 고은, 황석영, 신경림 등이 문학 부문상을, 리영희, 백낙청, 박원순 등이 실천 부문상을 받았다. 또 만해는 스님이었지만, 강원용 목사, 가톨릭농민회 대표 김승오 신부와 정의구현사제단의 함세웅 신부 등 타 종교인들도 상당수 수상자로 포함돼 종교 화합의 장이 되고 있다. 물론 불교계에서도 법타, 법륜, 정우 스님 등 각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이룬 스님들이 만해대상을 받았다. 10년만에 만해대상을 받는 것이 세계의 다른 어떤 상을 받는 것보다 큰 영광으로 인식하는 시대가 됐다.

이처럼 만해축전이 세계적 축제의 장으로 부상한 데는 막후에서 만해축전을 기획하고 오늘까지 이끌어온 ‘설악산 큰 어른’ 무산오현 선사의 원력이 뒷받침이 됐다. 시승으로서도 독보적 위상을 갖고 있는 무산오현 선사가 자신을 드러내지 않은 채 막후에서 행사를 지휘하는 특유의 솜씨로 만해축전을 반석에 올려놓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무산오현 선사의 광폭 인맥과 독특한 사람관리 능력, 탁월한 기획력, 선승으로서의 혜안이 없었다면 강원도 산골짜기에서 열리는 만해축전이 세계에서 주목을 받는 축제로 발전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특히 만해축전은 어느덧 백담사와 만해선양실천회, 몇몇 공동주관기관만의 몫이 아닌 인제 지역민들까지 뭉쳐 돕고 있는 지역대동축제의 성격도 갖게 되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이 역시 무산오현 선사의 지역주민에 대한 각별한 배려가 낳은 적지 않은 성과다. 인제군수와 면장, 마을 이장 등을 시상자로 초빙 축전의 주최자로서 자부심을 갖도록 세심한 배려를 한 무산오현 선사의 안목은 이 축제를 타국 또는 타지역 사람들이 바람처럼 스치고 지나가는 행사가 아닌 지역대동제로 만들어내는 결정적 계기를 만들었다. 이제 지역주민들은 종교를 초월해 자신들의 삶터 설악 골짜기에서 열리는 만해축전이 세계가 주목하는 축제로 발돋움한 데 대해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여름휴가는 반드시 바닷가가 계곡을 찾아 경치를 즐기며 먹고 마시고 쉬는 것을 아닐 것이다. 명산이 있고, 계곡이 있고, 깨끗한 하천이 있고, 게다가 문화와 문학, 축제가 있는 백담사 만해마을로 재충전의 휴가지를 삼는다면, 아마도 가장 알차고 보람된 휴가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