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법인, 12연기, 사성제 등 불교의 교리들은 ‘법’에 대한 우리 시대의 붓다의 가르침(敎法)으로서 그 자체 진리가 아니다. 다시 말해 연기법 자체가 진리가 아니라 연기를 보는 것. 즉 법에 대한 직접 체험이 진리라는 의미이다.”

조성택 교수는 8월 2일 ‘인도불교사의 새로운 이해를 주제’로 역사적 관점에서 본 불교에 대해 강연을 펼쳤다.

조성택 교수는 “불교의 비도그마적 성격은 법과 교법을 구별하였던 전통에 기초하고 있다”며 “후대에 붓다의 설법이 법으로 되고 다양한 주석적 전통이 이전의 교법의 지위를 획득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나, 이러한 경우들조차 법에 대한 다양한 해석은 늘 존재하였으며 허용돼왔다”고 밝혔다. 이어 조 교수는 “이러한 열린 해석의 전통은 자신의 가르침을 법과 구별하였던 붓다의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자등명 법등명은 불교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는 구절로 붓다의 사후에 교단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묻는 아난의 질문에 대한 붓다의 대답이라는 것이다.

조성택 교수는 “자등명 법등명은 아난의 질문에 동문서답을 한 것이 아니라, 사실은 정확하게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붓다는 자신이 발견한 법을 자신의 사후에도 계속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이 어떤 제도나 조직적 체계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또 “아난에게 주었던 마지막 유훈 열심히 정진하라는 것 또한 이런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성택 교수는 “붓다는 그 진리를 자신이 발견한 진리는 누구에 의해 만들어 지거나 선포되는 것이 아니며, 인식되거나 않거나에 상관없이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붓다는 그 진리를 자신이 최초로 발견했다든지 혹은 자신만이 그 진리를 알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법은 그 자체 진리로써 누가 알든 모르든 영원한 것이나 붓다의 가르침인 교는 ‘모든 것은 무상하다’는 데서 예외일 수 없는 유위법에 속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성택 교수는 팔리 율장에서 붓다가 제자들에게 전법을 명하는 구절을 인용하며 “불교 최초의 전법의 주체가 붓다를 포함한 61명의 ‘아라한’들이라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비구들은 단순히 붓다의 말씀을 전하는 전달자가 아니라 붓다와 동등한 깨달음을 체험한 아라한으로서 자신의 법 체험을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또 “전법을 나서는 각자는 모두 깨달음을 얻은 아라한이었기 때문에 ‘무엇’이라는 전법의 내용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행복’이라는 전법의 목적만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이라며 “즉 붓다는 제자들에게 삼법인을, 사성제를, 팔정도를 전하라는 식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조성택 교수는 아스만이 기억을 두 가지로 구분한 내용을 소개하기도 했다. 기억은 기술로서의 기억과 활력으로서의 기억이 있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기술로서의 기억은 다른 말로 저장소를 의미하며 저장과 인출의 동일성이 그 특징이고, 시간이 활성화되어 기억에 개입할 경우 그 기억을 활력으로서의 기억”이라고 설명했다.

조성택 교수는 “어떤 의미에 있어서는 불교는 붓다에 대한 기억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며 “특히 대승불교에서 그 정점을 보이고 있는 불교교리에 대한 다양한 발전과 해석의 이면에는 항상 붓다에 대한 새로운 이해가 함께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정확한 저장과 인출이라는 기술적 기억이아니라 기억의 과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활력적 기억에 대한 불교적 선호가 불교의 수행 전통에서 두드러진다”며 “인도의 전통적 명상과 구별되는 불교 명상의 특징은 ‘정념’ 수행에 있다”고 주장했다.

조성택 교수는 “여기서 염(念)이란 기억 혹은 억념의 의미로서 마음을 현재에 집중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저장된 과거를 인출하는 의미로서의 기억이 아니라 찰나생 찰나멸하는 현재의 순간에 마음을 고정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성택 교수는 “수행의 목적이 과거의 붓다를 기억 속에서 재현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붓다를 체험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지금 체험하는 붓다는 역사속의 붓다가 아니라 초역사적인 영원한 붓다인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이번 강좌는 한국학술진흥재단이 주최하는 인문강좌로 조성택 교수가 9번째 강연자로 나섰다. 총 4회의 강좌와 1회의 종합토론으로 진행되며 8월 23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3시 서울역사박물관 강당에서 열린다. 정리=백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