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를 믿지 않는 사람들이 ‘불교’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이미지를 가장 먼저 떠올릴까.

아마 고요한 산사를 흔드는 나지막한 독경소리, 새벽의 만물을 일깨우는 타종소리를 연상하는 이들이 가장 많을 것이다. 조선시대 숭유억불정책 이후 수백년간 불교는 산속에서 은둔하는 수행자들의 종교라는 이미지로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이 이미지는 오늘날까지 강하게 지속돼오고 있다.

이는 무종교인들의 종교 호감도 조사에서 불교가 가장 호감가는 종교라는 평가로 나오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불자들의 지극히 개인주의적인 종교생활, 소극적인 사회활동로 이어지기도 한다.

수십년간 상대적 박탈감을 맛본 불교는 최근 이명박 정부 이후 위기의식을 피부로 느끼며 사회성을 학습하고 있는 중이다. 그동안 세상에 한발짝 물러선 채 종교적 불평등에도 관용의 자세를 유지하던 불교는 더 이상의 불평등과 편향을 간과하지 않겠다며 연일 성명서와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그동안 불교의 일방적인 양보로 유지돼오던 한국의 종교평화에 있어서 엄청난 적신호임에 분명하다. 또한 불교계로서도 자칫 ‘평화와 관용의 종교’라는 이미지를 깨뜨릴 수 있는 모험이기도 하다. 종교가 보편타당성을 유지하지 못할 때, 사회적 공감대를 얻지 못할 때 그 결과는 종교의 소멸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불교의 사회참여, 어디까지 가능하며, 어떤 방법이 바람직할 것인가.

한국불교학회는 최근 일련의 상황을 반영하기라도 하듯 2008 여름 학술워크숍의 주제를 ‘불교와 사회참여’로 정했다.

7월 31일 오후 2시 한국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여름워크숍에서는 종교자유정책연구원 공동대표이자 서강대 교수인 박광서 교수가 기조강연을 했다.

박 교수는 “불교학이나 사회학 전공자가 아닌 제가 발제를 하게 돼서 송구스럽다”는 말로 발제를 시작했지만, 그의 이야기는 불교운동에서 직접 피부로 느꼈던 생생한 이야기였다는 것이 청중들의 평가다.

박 교수는 “사회현상에 가장 민감한 정치인들의 종교분포를 볼 때 국민 평균 종교인 비율보다 훨씬 기독교에 편중돼 있다”는 사실을 소개하면서 “이는 불교가 정치사회적으로 제구실을 못함으로써 불교의 사회적 영향력을 상실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러한 경종에 대해 불교지도자 누구 하나 심각성을 알리고 대책을 마련하고자 노력한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며 “그렇게 사회에 초연하거나 무관한 모습이 불교의 원래 속성인 양 자포자기하는 태도가 가장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그 원인으로 승려 개개인의 수행자 또는 지도자로서의 자질 문제를 꼽았다.

“사판승 중 일부는 출가의 동기도 불확실하며 수행도 하지 않고 전문성도 부족하면서 너무 많은 권한을 독점하고 있다. 자질과 의식이 부족하다보니 출가 정신은 실종되고 도덕적 해이로 인해 현실과 부딪치는 접점에서 여러 가지 문제들을 일으켜 전체 승가의 권위와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 사설사암은 날로 증가하여 개별생존시대가 돼버렸고, 말사 주지 인사시 금품수수, 국고보조금 횡령 등 각종 낯 뜨거운 부정과 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으며, 대중공의의 전통은 사라지고 파벌과 금권이 지배하고 있으니 교단의 뿌리가 흔들린다.”

박 교수의 지적은 촌철살인 수준이다. 박 교수의 비판은 재가불자의 문제로도 이어졌다. “불자들의 낮은 의식수준이 교단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불자들의 사고와 일상적인 삶은 대체로 불교적 가르침과 관련성이 적거나 아예 반대인 경우마저 있다. 주인의식이 부족하고 ‘종교 따로 삶 따로, 가르침 따로 행 따로’이며, 따라서 한국불교가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박 교수는 재가불자의 이같은 문제의 원인이 “체계적인 교육과 훈련을 받을 기회가 없기 때문”이라고 꼽았다.

박 교수는 불교의 사회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의식있는 사람’과 더불어 ‘보시정신’을 지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의식있는 사람을 키우기 위해서는 사회책임에 대해 의식화된 주체를 형성하는 일을 가르쳐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지금 여기’의 현실적인 문제를 화두로 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불자들이 가진 것을 어떻게 나누며 살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보시 뿐만 아니라 개인의 재능, 시간을 남을 위해 쓰는 봉사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불교의 바람직한 사회참여는 어떤 형태로 이루어지는 것일까.

박교수는 이를 공익사업과 시민운동으로 나누어 설명했다. 박 교수는 “공익사업은 불자들의 일자리 자체로서도 중요하고 이를 통해 행정, 홍보, 모금, 인맥 등 일정 수준 이상의 훈련된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자유, 평등, 생명, 문화를 구현하는 시민운동은 불교에 대한 대중들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는 기반”이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불교의 사회참여가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정치권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종교의 정치참여를 반드시 부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지만 종교가 무원칙하게 정치를 넘나들 때 종교도 타락하기 쉽고 국민들도 불안해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의식화된 대중만이 사회를 변화시킨다”며 “아름다운 세상을 위한 정치보살, 경제보살, 통일보살, 인권보살, 복지보살, 문화보살이 많이 배출돼야 한다. 그것이 동체대비요 공업중생의 가르침”이라는 이야기로 강연을 끝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