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총무원 대변인 승원 스님(기획실장)은 7월 30일 오전 11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총무원장 스님 차량 불법검문 사건의 진상을 조사해 관계자를 엄중 문책하고 어청수 경찰청장은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승원 스님은 또 “한승수 국무총리가 찾아와 정부의 종교편향 재발방지 약속을 다짐한 지 채 며칠이 지나지 않아 또 다시 이런 일이 생겼다”며 “이번에도 입으로만 사과를 하고 종교편향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적 조치를 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는 아무리 찾아와도 사과를 받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승원 스님은 “조계종 총무원장은 단순히 조계종의 대표일 뿐만 아니라 한국불교의 대표자인데 일개 전경을 시켜 이런 모멸을 줄 수가 있느냐”고 분개하면서 “이번 사건은 우발적 행위가 아니라 불교계의 불심을 자극해 사회혼란을 가중시키려는 속셈이 아닌가 의심스럽다”며 강력한 유감을 표명했다.

최근 경찰은 조계사에서 농성중인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박원석 상황실장 등 촛불집회 관련 수배자 7명에 대한 압박을 가하기 위해 조계사 인근지역에 대대적인 검문검색을 벌여왔다. 지난 주말부터는 조계사에 새벽기도를 하기 위해 드나드는 신도들에게까지 주민등록증을 요구하는 등 검문검색의 수위를 높이고 있는 중에 총무원장 탑승차량까지 검문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승원 스님은 “이번 사건은 경찰의 국민과 불교계를 바라보는 고압적 인식이 그대로 표출된 것이며, 이는 현 정부가 국민과의 소통을 단절하고 한국불교 1700년 역사를 어떻게 폄훼하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드러낸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승원 스님은 “정부가 우리의 요구를 이번에도 묵살할 경우 스님들의 해제가 끝나는 8월 15일 이후 범불교도 항의집회를 열고, 시위를 벌이는 등 강경대응 해나갈 방침”이라고 경고했다.

불교계 안팎에서는 “촛불을 완전히 진화하려다가 도리어 불교계에 신나를 들이부은 셈”이라며 “이번에는 결코 입에 발린 사과로만 넘어가지 않겠다” “전국 종도들을 소집해 대정부 항의집회를 열겠다”는 등의 강경 발언들이 쏟아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이번 사건에 대해 어의가 없다는 반응이다.

김유정 대변인에 따르면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30일 당산동 민주당 당사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으며, 이는 특정종교에 대한 탄압이라며 어청수 청장을 파면해야 하며 이 대통령은 석고대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유정 대변인은 민주당은 경찰의 안하무인한 태도가 빚은 이번 일을 법난에 준하는 엄중한 사태로 규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이명박 정부는 총무원장 지관 스님마저 범법자로 취급함으로써 종교 편향성을 또 다시 명백하게 드러냈다며 특정계층, 특정집단의 이익만 대변한다는 비판을 받아오더니 이제 특정종교를 무시한다는 비판까지 받게 된 셈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특정종교에 치우치거나 특정종교를 업신여겨서는 절대 안된다며 어 청장은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즉시 불교계와 국민 앞에 사과하고 자진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