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는 종교학일까, 인문학일까. 이도 저도 아니면 그냥 불교학일까. 관점에 따라서 불교는 종교학이 될 수도, 인문학이 될 수도, 그리고 학문의 일부가 아닌 영역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인문학이나 종교학의 영역에서 불교는 좋은 텍스트가 될 수 있고, 불교 또한 인문학이나 종교학과 연계될 때 훨씬 더 다양한 방식으로 대중들에게 전달될 수 있다는 점이다.
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이 5월 30일 동국대 다향관 세미나실에서 개최한 2008 봉축세미나 ‘한중일 삼국의 불교와 인문학의 소통’은 불교와 인문학간의 소통방법을 진지하게 고찰한 의미있는 학술대회로 평가된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중국과 일본, 한국의 학자들이 참가해 동양 3국의 불교사와 인문학의 연구방법론을 소개하고, 각국의 불교학이 지닌 문제점과 과제를 토론했다.
‘중국의 현대성 시야로 본 근현대불교-현대 학문으로서의 중국불교 연구의 반성 및 인문학의 연구방법 문제에 대해서’를 발표한 중국 사회과학원 철학연구소의 지앙즈치앙(張志强) 교수는 “현대 중국학문에서 형성된 중국불교의 연구방식은 현대 학문과 의학(義學: 유익한 교학을 뜻하는 말로, 중국 청대의 학문전통)의 전통 간의 모종의 결합”이라고 지적하면서 “불교학은 이로 인해 중국철학사 혹은 중국사상사 등에 귀속됐다”고 주장했다.
지앙 교수는 “중국불교학이 국제불교학과 연결하려는 시도는 100년간 줄곧 쇠퇴한 적이 없었으나 다만 방법론상의 노력으로만 나타날 뿐이었다”며 “당연히 불교학은 철학사와 사학학과(史學學科)에 종속되는 상황이었고, 불교 자체는 학술제도적인 불교학연구와 관계가 있었던 적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지앙 교수는 전통적인 학문으로 분류된 불교학 연구 방법에 대한 반성의식은 두 가지 방면으로 표현되었다고 지적했다. 하나는 어문학과 철학의 방법이 완전히 불교의 본래 성격에 대한 연구방법에 적합한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한 반성이고 또 하나는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불교연구가 활발해졌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중국 중심의 불교연구는 인도학을 배경으로 하는 국제불교학 연구가 중국불교를 무시한다고 판단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는 게 지앙 교수의 설명이다.
지앙 교수는 “현대불교학에 대한 중국의 반성은 진일보한 연구방법론뿐만 아니라 현대적 조건에서 인문학 연구방법의 문제로의 전개에 있었다”며 “이는 아직까지도 중국불교학이 직면한 시대적 과제”라고 지적했다.
덕성여대 남동신 교수는 ‘한국불교사의 인식과 방법론’을 발표했다. 남 교수는 “불교사 중에서도 불교와 국왕의 관계가 한국 역사의 전개과정에서 불교가 수행한 역할을 드러내는 부분”이라고 지적하면서 “불교의 국왕관인 보살위왕설(菩薩爲王說), 즉 보살이 왕이 된다는 주장은 고대 사회의 샤머니즘적 천손족설(天孫族說)과 조선시대 유교정치이념인 성인위왕설 (聖人爲王說) 사이에 위치한다”고 지적했다.
남 교수는 이어 “그동안 한국의 불교학자들은 한국 역사에서 세속권력과 종교권력이 유착할 경우 민이나 개인의 권익은 침해당하기 쉬웠으며 정치가 파행적으로 운영되는 시기일수록 양자의 유착에 주목해왔다”고 지적했다. 남 교수는 “그러나 불교가 세속권력에 일방적으로 종속된 것이 아니라 의상대사처럼 때로는 왕권의 남용을 견제하고 개인의 권익을 옹호하는 보루의 역할도 수행했다”며 “한국불교의 잊혀진 전통에 대한 재인식이 요청된다”고 주장했다.
일본 남잔 종교문화연구소 오오타니 에이이치(大谷榮一) 교수는 ‘근대일본불교사 연구의 방법론’을 소개했다.
오오타니 교수는 “근대일본불교사 연구와 인문과학 및 사회과학의 관계는 몰교섭(沒交涉), 즉 교섭이 전혀 없는 상태로 반세기를 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근대불교라는 개념이 주로 제2차 세계대전 후의 연구 속에서 연구자들에 의해 구축된 개념”이라며 “근대라는 시대와 불교의 관계를 생각하는 것은 여전히 남겨진 과제”라고 지적했다.
오오타니 교수는 이어 “근대일본불교사 연구에서 독자적인 방법은 있을 수 없다”며 “근대불교사 연구는 성립 당시부터 다른 인문과학, 사회과학과의 교류가 있었기 때문이며, 그 교류를 통해 이 분야가 형성되어 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인문과학, 사회과학과의 교류를 심화시키고, 일본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여러 지역의 연구자들과의 교류를 통해 심화시켜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오타니 교수는 이어 “글로벌화 시대의 현대에 있어서 불교학의 경계를 넘어서는 것이야 말로 연구자에게 부여된 최대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