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 사건이 터진 뒤 거의 1년여만에 공식적인 회동을 나선 홍기삼 전 동국대 총장이 “대학은 기업이 아니고 학생은 결코 고객이 될 수 없다”며 현 동국대의 실정에 대해 엄중한 비판을 가했다.
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원장 혜원 스님)의 주최로 열린 ‘한중일 삼국의 불교와 인문학의 소통’ 세미나에서 ‘불교와 인문학의 소통’을 주제로 기조발제를 한 홍기삼 전 총장은 “학생은 고객이 아니라 엄히 꾸짖고 가르쳐야 할, 그보다 먼저 깊은 사랑으로 보살펴야 하고 혼신의 힘을 다해 그들의 미래를 열어주어야 할 대상”이라며 대학을 기업적 경영마인드로 운영하는 대학경영자들을 비판했다.
이는 최근 고객 중심의 경영논리로 현재 동국대의 경영혁신을 부르짖는 오영교 총장의 대학경영 논리에 대해 직접적 비판을 가한 것으로 보인다.
홍 전 총장은 이날 기조발제에서 “학생이 고객이라면 교수와 직원의 위치는 제품의 생산자 또는 상행위의 판매자가 될 것은 자명한 일”이라며 최근 대학들이 스스로를 수퍼마켓, 교직원들을 점원으로 비유하는 행태에 대해서도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홍 전 총장은 “이같은 마인드들이 결국 대학 내 인문학의 위기로 이어졌다”고 개탄하며 “대학발전의 경영적 관점에서 보자면, 인문학은 한심한 공리공론과 비생산적 가치에 불과한 것으로 비쳐질 수밖에 없고, 결국 이같은 관점이 인문학을 고객마저 외면하는 골치아픈 애물단지에 불과하다고 여기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 전 총장은 또한 “이러한 대학 현실의 원인은 대학에 종사하는 인문학자들에게도 책임이 있다”며 “연구점수가 부족해 프로젝트 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아 지원금을 환급하는 사태에 이르고, 전문화를 핑계 삼아 이웃분야에 대한 연구를 게을리 한 인문학자들의 무성의함이 결국 인문학에 대한 외면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홍 전 총장은 이어 “인문학이 직면한 가장 비참한 도전은 오늘의 사회에 인간에 대한 존엄을 부정하는 그 참담한 정신에 있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전했다.
홍 전 총장은 “인문학이 추구하는 인간의 위엄과 존엄, 인간의 고귀한 도덕적 품성은 물론 인간성의 탐구는 불교의 불성과 무관한 것일 수 없다”며 “인문학자들이 불성으로 접근할 수 있는 영역을 넓혀줄 때 불교와 인문학은 공동의 목적에 도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