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4월 9일 열린 제18대 국회의원 선거는 수차례 국회에 문을 두드리고 있는 개신교계(기독당)로서는 꽤 의미 있는 계기가 되었다. 기독당은 득표율 2.59%를 획득해 차기에는 원내 진출을 기대해볼 만한 ‘성과’를 거뒀고, 통일교는 평화통일가정당이라는 이름으로 정치에 첫 얼굴을 내밀었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옆에서 지켜보는 기독교 이외의 종교인들에게는 상대적으로 씁쓸한 선거였다. 교계 일각에서는 불교도 정치에 나서자는 목소리를 냈지만, 종교의 정치권력화는 안 된다는 우려하는 목소리가 더 컸다.
사실 스리랑카 같은 불교국가에서는 스님정당인 싱할라 민족당(NSH)이 있고, 2004년 선거에서도 9명의 스님 국회의원이 탄생한 바 있으며, 일본의 공명당도 창가학회를 모태로 하고 있으니, 불교정당이 그다지 생소한 대상만은 아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는 종교와 정치의 상관관계에 대한 의구심을 긁어주기라도 하듯 이와 관련된 논문이 한 편 발표돼 시선을 끌고 있다.
5월 31일 부산 동아대에서 열릴 인도철학회에 앞서 학회가 미리 배포한 김호성 교수의 발표문 ‘힌두교와 불교에서의 권력과 탈권력의 문제-바가바드기타와 붓다차리타를 중심으로는’ 불교의 정치관이 어떤 것인가를 엿볼 수 있는 논문이다.
김호성 교수는 이 논문의 서문을 통해 ‘만약 기독당이나 평화통일가정당의 원내 진출이 가능해지고, 그에 대한 대응으로서 불교계 역시 정당을 만들어 불교의 이름으로 현실정치에 참여하고자 하는 논의가 일어난다면’이라는 가정을 하고 있다. 김 교수는 “과연 불법과 왕법을 함께 바로 세운다고 하는 것이 가장 불교적이면서 중생에게도 가장 이익이 되는 것일까”라고 반문을 하며 인도철학사 안에서의 왕법과 불법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바가바드기타>에 드러난 힌두교의 입장은 왕법과 해탈법이 동시에 존립할 수 있다는 겸수론(兼修論)이다. 김 교수는 “아르쥬나의 회의에 대해서 크리쉬나는 자기계급의 의무와 함께 무집착의 윤리를 제시함으로써 왕법에의 충실과 재가주의를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불교에서는 이와는 대립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붓다차리타>에서 힌두교와 불교의 입장이 분명하게 대립되는 부분은 두 가지 사건이다. 부왕 정반왕이 대신과 궁정제관을 보내 싯다르타 태자의 귀가를 종용하는 장면, 그리고 귀가를 종용하는 빔비사라왕의 설득과 태자의 대답이 교환되는 장면이다.
김 교수는 “만약 싯다르타 태자가 부왕 정반왕의 말대로 힌두 법전이 규정한 인생기의 순서 혹은 질서를 존중했다고 한다면 불교는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가주기를 충실히 보낸 뒤 노후의 출가는 어디까지나 힌두 다르마에 속하는 일이며 그것만으로는 결코 새로운 종교를 낳는 혁명적 사건이 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또 “싯달타 태자는 불교의 입장이 해탈법만을 전수하는 출가주의의 입장에 있음을 확고히 한다. 그럼으로써 동시에 크샤트리아 계급으로서 가주기에 행해야 할 왕법은 포기함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김 교수는 “붓다는 권력이 아니라 탈권력의 길을 걸었다”고 해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