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승경전은 부처님께서 직접 설한 경전이 아니다. 적어도 시간적인 관점에서는 그렇다.
대승경전이 진리냐 아니냐에 대한 시비와 관계없이 부처님이 직접 설했느냐 아니냐(불설비불설)의 문제는 인도에서 대승경전이 성립된 이래 줄곧 제기돼온 논쟁이었다. 그렇다고 대승불교의 교설을 불교의 가르침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이것이 이른바 대승비불설(大乘非佛說) 논쟁이다.
이 미묘한 주제를 놓고 5월말 서울 견지동에서는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월요포럼은 5월 26일 평소 이 문제에 천착해온 동국대 불교대학 김호성 교수를 발제자로 초청해 ‘역사적 사실과 교리적 진실’ 사이에서 여전히 논란의 불씨가 가시지 않고 있는 대승비불설에 대한 견해를 들은 후 질문과 답변을 전개했다.
‘일음교(一音敎)와 자기철학의 글쓰기’라는 제목의 논문을 들고 토론에 참석한 김호성 교수는 불설 비불설의 표피적 접근이 아닌 ‘경전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의 프리즘으로 이 문제에 접근했다.
경전 해석의 문제는 곧 독서법의 문제이자 글쓰기의 문제라는 전제와, 경전의 권위가 해석적 자유를 제한한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논의를 전개한 김 교수. 그의 논리는 불설비불설의 문제를 넘어 우리가 초기경전과 대승경전, 선어록, 그리고 지금까지 여러 학자나 스님들에 의해 작성되는 글쓰기에 대한 원론적이고 근원적인 접근을 망라하는 것이었다.
불교철학이나 불교학은 발전해야 하고, 따라서 옛 조사나 선지식의 이야기를 ‘동어반복’하거나 잘 이해하는데서 맴돌아서는 안 된다는 문제 의식아래, 팔만대장경이라는 권위가 주는 부담이 자기철학을 담은 글쓰기에 장애로 작용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는 점을 김 교수는 지적했다. 이런 경전의 무거움에서 벗어나 자기철학을 펼칠 때, 그것이 잡문의 형식이든, 논문의 형식이든 비로소 가치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호성 교수는 이날 ‘일음교’라는 ‘재미난’ 표현을 제시했다. 초기경전이든, 대승경전이든, 선어록이든 모든 불교전적들이 부처님의 깨달음 또는 부처님이 깨달을 때 본(발견한) 진리, 즉 원음(原音·Original sound)을 내포하고 있으므로 일음교라고 지칭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 대목에서 불교학에서는 잘 볼 수 없는 공식을 하나 제시하기도 했다. 모든 불교문헌을 공히 근기에 따른 설법(수기설법)의 결과로서 파악하고, 오랜 연구와 고민 끝에 고안해낸 공식이다.
Sn = Xn +Cn.
어떤 경전/문헌이든지 원음 X에 대한 해석과 근기/컨텍스트의 만남이라는 의미이다. (S=Sutra, X=원음, C=Context). 김 교수의 이 같은 논리는 불설, 비불설의 혼란을 근원적으로 해소하려는 의미 있는 시도다. 예컨대, 다이아몬드와 석탄의 차이점을 설명함에 있어, 원소 C(탄소)와 그 화학적 결합물로 설명을 하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김 교수의 공식에 따르면, 초기, 대승, 위경, 선어록 등의 차이는 원음의 퍼센티지 문제이다. 비컨대, 초기경전에서는 원음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클 것이고, 위경이나 후대 불교문헌에서는 그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원음의 비중이 높은 것이 보다 큰 가치 있다든가 훌륭하다는 것은 아니다. 외려 컨텍스트가 많은 것이 더 불교학적으로 가치가 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면에서 중국의 위경(僞經)이나 한국의 천수경(千手經)이 갖는 가치를 원음의 비중 문제로 인식해 폄하하거나 소홀히 여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 김 교수의 논리다. 어떤 경전이든 거기에는 원음 X에 대한 해석으로서의 Xn과 그 경전 성립 당시의 컨텍스트 Cn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고 보는 것이다. 해석된 원음 Xn속에 원음 X가 들어와 있기만 하다면, 그것은 불설(佛說)이라고 해도 좋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김 교수가 제시한 이 공식은 비단 대승비불설 뿐만 아니라 위경이나 어록 등에서도 두루 통한다. 이 주장은 확실히 형식적(진리적)인 측면에서는 불설비불설 논쟁 해소의 실마리를 제공한 탁월한 성과로 보인다. 다만 김 교수의 이번 발제가 역사적 사실의 측면에서의 비불설 문제는 포함시키지 않았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