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저명한 심리치료 석학 로널드 시글박사는 5월 21일 대한불교진흥원 초청강연에서 현대인의 각종 심신고통은 명상과 불교수행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글 박사는 미국을 대표하는 임상심리학자이자 불자로서 불교의 마음챙김 명상수행법과 심리치료를 접목해 권위를 인정받은 전문가.
이날 진흥원 주관 '불교와 사회' 강좌의 초청강사로 나선 시글박사는 ‘마음챙김과 심리치료’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시글 박사가 밝힌 심리적 장애와 고통의 원인은 멈출 수 없는 생각과 고통을 피하려는 본능, 두가지. 시글 박사는 “모든 심리적 문제들이 감정을 피하기 때문에 발생하며, 바로 그렇기 때문에 술과 마약에 쉽게 빠지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인간 내면의 이 두 가지 심리적 원인이 화병과 우울증 등 마음의 병과 두통과 위통, 요통 등 만성통증을 유발시킨다는 것이다.
시글 박사는 이 같은 원인진단을 통해 불교의 명상수행과 치료를 접목한 ‘마음챙김 심리치료요법’으로 미국 내 유명병원 백여 곳에서 인정을 받았다. 하루에 한 시간씩 일상명상을 처방한 MBSR요법이나 우울증 재발률을 50%대로 떨어뜨린 인지적 치료요법, 충동적 심리장애에 탁월한 변증법적 치료요법까지 그가 개발한 치료법은 다양하다.
2천5백여년 전 부처님이 가르쳐 준 다양한 명상수행을 과학적으로 적용한 시글 박사는 기독교 국가 미국에서 고통 받는 이들에게 의술포교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이날 시글 박사는 참석대중들에게 “불교에 귀의한 삶과 일상에서의 마음챙김 명상을 통해 맑고 향기로운 삶을 살라”고 권했다.
이날 강연 내용의 전문은 월간 '불교와 문화' 6월호에 게재된다.
<강연내용 중 주요내용>
지금부터 마음챙김 수행의 효과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첫째, 생물학적 효과, 둘째, 마음챙김 요법이 어떻게 심리 치료에 적용되는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뇌파연구EEG 실험 사진을 보이며) 뇌 활동이 변할 때마다 뇌파는 민감하게 변합니다. 그 결과로 나온 이미지는 흐릿하지만 뇌 활동이 급하게 변하는 것은 보입니다.
뇌는 양쪽이 각각 다른 감정 활동과 연관을 맺고 있습니다. 이 양쪽 전두엽을 보면 그 사람이 심리학적으로 건강한지 아닌지 알 수 있습니다. 좌전두엽 외피가 활발히 활동할수록 즐겁고 열정적이며 활력이 넘칩니다. 우전두엽 외피의 활동이 많을수록 경계심과 우울증, 걱정이 많아집니다.
위스콘신대학에서 100여 명 이상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티베트 승려의 경우 좌전두엽 활동이 가장 활발했습니다. 그렇게 활발한 사람은 본 적이 없었습니다. 다른 승려도 마찬가지 결과를 보였습니다. 이 연구 결과에 한 과학자가 재미있는 질문을 했죠. “선천적으로 좌전두엽이 강한 사람이 승려가 되는 게 아닐까요?”
한편 스트레스가 많은 직업군인 바이오테크 기술직 노동자를 대상으로 똑같은 실험을 했습니다. 마음챙김 요법을 가르쳐 주기 전에는 우전두엽의 활동이 활발했습니다. 그러니까 그들은 불행한 상태였던 것이죠. 그러나 일주일에 세 시간씩 8주간 마음챙김 요법을 통해 스트레스를 줄이는 법을 가르쳤더니, 기분이 좋아지고 삶에 대해 더욱 적극적으로 변했으며 걱정이 많이 줄어드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 명상을 한 사람들의 경우 독감 백신에 대한 면역 반응이 증가한다는 결과도 있습니다.
또 하나의 연구로 두뇌이미지 연구가 있습니다. 뇌파 연구에 비해서 순간순간에 대한 반응이 있는 건 아니지만 이미지는 더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많은 사람들이 탈모를 걱정하죠? 그런데 그건 정말 중요치 않은 문젭니다. 사실은 뇌 속 피질이 얇아지는 걸 걱정해야죠. 그렇지만 명상을 하면 뇌 피질이 얇아지지 않습니다. 하버드의과대학에 있는 내 친구의 실험에 의하면, 명상을 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두뇌의 중요 부위(주의력, 집중 등과 관련)의 피질 두께가 덜 얇다고 합니다. 명상을 한 사람 가운데에도 나이가 많은 사람이 더 두꺼웠습니다.
명상을 통한 심리학적 치료 요법에 대해 말하겠습니다.
제가 환자에게 직접 마음챙김 요법으로 치료한 지는 10년 정도 되었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인간에게 그처럼 심리적 문제가 많은지 아십니까? 이유야 많지만 두 가지 정도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인간은 그리 좋은 동물이 아닙니다. 이빨도 그다지 크지 않고 피부도 약하며 털은 또 얼마나 보잘것없게 생겼습니까.
우리 인간의 유일한 강점은 생각하는 것입니다. 모든 포유류는 우리와 비슷한 감정적인 뇌를 가지고 있습니다. 뇌의 아랫부분은 감정을 느끼는 곳이고, 윗부분은 생각하는 곳입니다. 감정을 느끼는 뇌 위에 생각하는 뇌가 있다는 것은 파워포인트나 건물을 짓는 등 인간의 다른 모든 활동을 하기엔 유리한 조건입니다. 그러나 문제가 있습니다. 생각을 멈출 수 없다는 거죠. 지금부터 셋을 센 후 생각을 멈춰보세요. 하나, 둘, 셋! 어때요, 생각이 멈췄나요? 정말 멈췄습니까? 실은 저도 못합니다.
이제, 아주 적응이 잘된 뇌에 대해서 말해보겠습니다. 토끼가 먼 곳에 있는 여우를 봤습니다. 심장박동은 빨라지고 호흡도 빨라집니다. 귀는 여우를 향해 쫑긋 서고, 청각 및 시각도 예민해집니다. 몸의 근육이 모두 긴장해서 도망갈 준비를 합니다. 그러다 여우가 그냥 없어지면 이 모든 변화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갑니다. 토끼 또한 평상시대로 돌아옵니다. 이것은 토끼에게 우리처럼 생각하는 뇌가 없어서입니다. 우리라면 ‘생각’할 겁니다. '여우가 어디로 갔지? 혹시 우리 가족이 있는 곳으로 가진 않았을까? 아니면 다른 여우 친구들에게 내가 여기 있다고 알려주러 간 건 아닐까?' 우리처럼 똑똑한 토끼라면 이렇게 생각할 겁니다.
'잔고는 충분한가? 퇴직한 후 지낼 수 잇을 만큼 충분한가?’ 이게 우리 문젭니다. 생각을 멈출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 몸이 한 번도 제대로 쉴 수 없는 겁니다. 그리고 많은 문제도 생깁니다. 두통, 위통, 불면, 성 장애 등등. 우리는 항상 어떤 상황에서 그다음에 있을 법한 문제나 위험을 생각합니다. 그것은 다시 해결 방법이나 회피 방법을 생각하게 합니다. 심리학에서는 마음챙김 치료법이 생각의 병에 효과적이라 보고 있습니다. 마음챙김에 의해서 그 생각을 너무 믿지 않도록 하는 것이죠. 현재 일어나는 일에 더욱 주의를 기울이도록 하는 겁니다. 건강에 도움이 되고, 스트레스 관련이나 장애, 병 등에 마음챙김 치료법은 효과적입니다.
심리적 문제가 인간에게 많은 두 번째 이유는, 인간이 고통의 상황을 느끼려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그런 감정을 회피하려 합니다. 인생에서 항상 피하느라고 문제 해결은 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어떤 사람이 가게에 들어갑니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선지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합니다. 갑자기 심장마비라도 일으킬까봐 걱정될 정돕니다. 그는 몸을 낫게 하려고 가게를 나갑니다. 그리고 정상으로 돌아와 안심합니다. 그런데 다음에 가게에 다시 가게 되면 예전 생각이 나면서 불안해집니다. 생각만으로도 심장이 뜁니다. 그러면서 생각합니다. ‘어라, 또 이러네?’ 그는 다시 가게를 나옵니다. 몇 번이나 이런 일이 있었다면 가게에 들어가는 것조차 두려울 겁니다. 우체국에서 그런 일을 겪었다면 우체국 가기가 두려울 것이고, 여러 곳에서 그랬다면 공중장소에 가기가 두려워지는 병이 생깁니다. 아주 흔한 일입니다.
치료를 받기 위해 내게 오는 환자들은 걱정이나 기분 안 좋은 일이 없어지길 바랍니다. 그런데 마음챙김의 접근 방식은 좀 다릅니다. 걱정과 불안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인내와 수용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입니다. 불안이나 걱정에 변환시켜야 합니다. 결과적으로 그렇게 하면 고통이 감소됩니다. 이것이 불교의 명상법과 심리 치료에 이용되는 핵심 내용입니다. 2,500년 된 부처님 가르침이 있습니다. ‘우리는 항상 두려움과 걱정거리가 있다고 고민한다. 만약 두려움과 걱정이 나에게 다가와도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서 극복할 수 있다면 어떨까? 내가 걷는 동안 두려움과 걱정이 다가왔다. 나는 두려움과 걱정을 극복할 때까지 서거나 앉지도 않았고 눕지도 않았다.’
마음챙김 요법은 우리가 느끼는 좋은 감정이나 나쁜 감정 모두 함께 가는 것입니다. 환경이나 조건을 변하게 해서 안 좋은 요소를 없애는 것이 아닙니다. 마음챙김은 온갖 심리적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흔한 심리 요법입니다. 고통스러운 감정과 경험이 없어지는 방법이 아니라 마음을 살피는 법을 가르칩니다. 경험 자체를 느끼며 함께하는 것이죠.
심리치료의 대부분은 증상의 강도를 감소하는 데 목적을 둡니다. 환자의 심리적 문제에 대해서 의사는 결국 환자가 안 좋은 경험을 덜 겪는 방향으로 처방합니다. 그러나 인내심이 커질수록, 수용 능력이 높아질수록 기분은 좋아집니다.
마음챙김을 이용한 대표적인 치료법에 인지적 치료 요법(MBCT)이 있습니다. 이 요법으로 사람들의 스트레스 줄일 수 있습니다. 이 분야에 대표적인 사람은 존 카밧-진입니다. 그는 테라바다 전통에 의한 요법을 사용합니다. 불교 신자가 아닌 사람에게도 마음챙김을 가르치면 여러 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매사추세츠의과대학에서 그런 실험을 했는데 무척 성공적이었습니다. 그 후로 수백 명의 사람들이 모여 마음챙김 명상법을 가르치고 수행합니다. 일주일에 6일간 하루 3시간씩, 앉아서 하는 명상, 걸으며 하는 명상, 서서 하는 명상, 식사하면서 하는 명상을 합니다. 미국에서는 현재 100여 개의 병원에서 마음챙김을 통해 스트레스 줄이기 요법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우울한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 대한 생각이 넘칩니다. 계속적인 부정적인 생각들이 우울함에 사로잡히게끔 합니다. 마음챙김 치료법은 우울증 환자들에게 자기가 아닌 호흡에 집중하도록 가르칩니다. 심각한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이 이 치료법을 통해서 다시 우울증에 빠지는 경우를 반으로 줄였습니다. 효과가 아주 좋아서 미국 정부가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마음챙김 치료법 중 하나로 변증법적인 행동치료법(DBT)이 있습니다. 너무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사람들에게 효과적인 요법이죠. 행동하기 전에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마음챙김 요법은 행동 전에 시간을 갖도록 가르칩니다. 행동 후의 결과에 대해 생각하도록 유도하는 거죠.
틱낫한 스님은, 정신을 하늘로 보고 생각을 지나가는 구름으로 상상해보라고 말합니다. 그는 또 사람들에게 억지로라도 미소를 지어보라고 가르칩니다. 지금 한번 해보세요. 아주 작은 일이지만 기분이 달라질 겁니다. 마음챙김은 일상 속에서 청소를 할 때도 차를 탈 때도 포함됩니다.
또 다른 마음챙김 요법은 수용과 약속 요법(ACT)입니다. 이것은 주로 정신이 어떻게 활동하는지 보여줍니다. ‘중국 수갑’이라는 장난감이 있습니다. 그 속에 손을 집어넣게 되어 있는데, 빼려고 할수록 더 빼기가 힘들어집니다. 많은 경우, 우리 정신이 이런 상태입니다. 우리가 고통에 저항할수록 고통은 우리를 옭아맵니다. 끝으로 미국에서 저와 동료들이 만든 마음챙김에 관한 사이트(www.meditationandpsychotherapy.org)를 알려드리며 강연을 마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