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종로 육의전이 들어섰던 자리에 유적과 상가가 함께 들어서는 건축 계획이 발표됐다. 유적 전시관과 현대적 건물이 함께 들어서는 것은 한국에서는 최초의 사례이기 때문에 문화재 보존 개발의 모범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종로 빌딩의 영동빌딩 소유주인 이영길 씨는 2001년부터 빌딩의 재건축 계획을 세우고 2005년 건물 신축 기초작업을 하던 중 문화재로 보이는 석조들을 발견했다.

이후 명지대 부설 한국건축문화연구소의 지표조사 및 발굴조사가 2007년 11월까지 진행됐다. 이 결과 이 건물터가 조선시대 육의전 시전행랑이 들어섰던 자리였고, 문화재적 가치가 상당히 높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이에 문화재위원회 매장문화재분과는 발굴조사 보고서를 검토한 후 건축주에게 유적보존 결정을 통보했다.

약 300억에 이르는 종로의 금싸라기 땅을 고스란히 육의전 건물터였다는 이유로 날리게(?) 된 이영길 씨는 수소문한 끝에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황평우 소장을 만나게 되었다. 황평우 소장은 이 씨에게 “육의전을 역사성을 살리면서 동시에 건물공사도 가능하게 하는 방법, 즉 지하층은 육의전 전시관으로, 지상 층들은 갤러리 및 상가로 운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황 소장의 의견을 받아들인 건축주 이 씨는 문화재 전문가로 이루어진 연구팀을 구성하고 국내 및 해외사례를 취합하여 8층짜리 육의전빌딩을 건축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5월 2일 문화재청 문화경관분과에서는 황평우 소장과 건축주가 협의한 내용들을 통과시켰다.

이 건물은 앞으로 2차 발굴조사를 거친 후, 2009년 말까지 완공될 예정이다. 그 중 지하1층에 육의전 전시관이 들어설 예정인데, 내부 바닥은 유리보호막으로 시공해 유물토층을 그대로 살리고, 벽면에는 이 건물터에서 출토된 유물을 전시하는 한편 영상자료를 제공할 계획이다. 또 육의전과 관련된 문화상품들을 개발해 이곳에서 판매할 예정이다. 건물 지상에는 갤러리 등 문화관련 상가들이 들어설 전망이다.

이처럼 현대적 건물과 역사적 현장이 함께 개발되는 사례는 국내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문화유적의 보존 및 전시관 건립이 순수 민간자본으로 진행되는 경우 또한 최초의 사례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건물의 신축 및 전시관 건립에 문화재 관계자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와 건물주 이영길 씨는 “육의전 전시관 및 육의전빌딩의 건립을 계기로 조선시대 서민들의 거리였던 종로 3가 탑골공원 일대가 역사와 현대가 살아숨쉬는 문화지대로 거듭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