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학을 전공하는 전세계 학자들과 관련 학회들이 한자리에 모여 불교학의 교류를 도모하는 2008 제4차 불교학결집대회(대회장 이평래 교수)가 5월 17일부터 18일까지 동국대에서 개최됐다. 이번 대회에는 세계 20여개국에서 약 160여명의 학자들이 참여해, 10개 분과에서 총 156편의 논문이 발표됐다.

제4차 결집대회의 내용들을 각 특징별로 나누어 소개한다.

■일본학자 대거 참여

이번 4차 대회에서는 특히 일본 학자들이 대거 참여해 총 58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다른 대회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수의 일본학자들이 참가한 것은 이번 대회를 주최한 이평래 교수 등 주최측 학자들이 일본학계와 오랫동안 교유를 유지해왔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4차대회에 이르기까지 한국불교학결집대회에 대한 홍보가 일본 내에서 누적됐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일본학자들은 한국불교학은 물론 일본의 종파, 일본불교의 특징 등 일본불교학 자체를 다룬 논문들도 다수 발표를 했다. 일본불교 섹션이 별도의 파트로 나누어진 것도 이번 대회의 큰 특징 중 하나이다.

이 가운데 대승불교의 세계적인 권위자로 꼽히는 하나조노대 사사끼 시즈카 교수는 ‘대비바사론 연구의 의미’를 발표해 대비바사론 연구의 중요성을 일깨웠다.

시즈카 교수는 “설일체유부에 의해 쓰여진 대비바사론은 철학적인 교의뿐만 아니라 문헌학적인 영역에서 많은 자료를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분량이 많아 연구에 어려움을 겪어왔다”며 “최근 컴퓨터 작업에 의해 연구의 새 장이 열리고 있는 만큼 많은 연구자들이 협력해서 대비바사론 연구의 확대가 요망된다”고 지적했다.

‘지금 현재, 인류가 안고있는 여러문제에 대한 불교도의 책임’을 발표한 와세다대 아오키 코쇼 교수는 “지금 현재 이 세계를 올바르게 지도하고 평화와 공생을 이끌어 나가는 것은 우리 불교사상뿐인 만큼 불교도의 책임은 굉장히 중요하다”며 “불교도를 ‘세계의 대도사’라고 부르는 것은 불교도가 자비심과 예지를 잘 가지고 이 세계를 구제하고 지도해야 하는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코쇼 교수는 “불교도의 책임이 굉장히 무거운 것을 우리 스스로 자각하고 우리 불교도가 이 세계를 구제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대운하 등 환경문제 주목

동국대 고영섭 교수는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불교생태학과 한반도운하案’을 발표해 주목을 끌었다. 고 교수는 최근 정부가 한반도 운하안을 환경도 살리고 물길도 살림으로써 미래의 그린경제시대를 대비할 수 있게 하는 절체절명의 해답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대해 “한번 성형 수술한 육신을 원상태로 되돌리지 못하는 것처럼 한번 변형시킨 국토는 좀처럼 다시 회복시킬 수 없다”며 운하 비판론을 제기했다.

고 교수는 “불교생태학은 인간과 국토의 건강한 관계 유지를 가장 우선시하는데 비해 ‘실용정부’를 표방하는 현 정부는 ‘건강’보다 ‘실용’을 더 우선시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한반도운하안이 불교생태학의 이념과는 정반대의 정책임을 지적했다.

고 교수는 이어 “지금 현 정부가 급히 손을 대야 할 실용의 대상은 ‘국토’가 아니라 ‘바다’와 ‘대륙’이라는 인식의 전환”이라며 “우리 국민 삶의 질적 성숙을 도모하고, 우리 후손들에게는 보다 건강한 국토를 물려줄 수 있도록 소모적 논란을 넘어서 진정한 실용을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환경문제에 대한 연기적 치유방안을 발표한 위덕대 정창영 씨는 불교의 연기적 관점에서 인간과 환경을 고찰했다.

정 씨는 “환경문제는 자연, 인간 그리고 그들간의 관계에 대한 시각의 혁명적 전환을 요구한다”며 “인간이 잘못된 자연관을 가지고 자연과 다른 생명에 대해 악업을 지어왔고 그 과보가 바로 환경오염, 생태계의 파괴, 인간성 상실”이라고 지적했다.

정 씨는 “인류가 이제 그 악업을 없애는 방법으로 삶의 길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요가와 불교명상의 대두

이번 대회의 10개 섹션 중에서 가장 많은 방청객이 참여한 섹션은 놀랍게도 ‘요가와 불교명상’ 파트였다.

이번 대회에서 처음으로 독립 섹션으로 등장한 요가 파트에서는 총 10편의 논문이 발표됐다.

최근 동국대 불교대학원, 서울불교대학원대, 동방불교대학원대 등 불교 전문대학원에서 요가와 불교명상을 접목한 연구가 확대됨에 따라 요가 전공자들의 참여 또한 대거 확대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3차 대회 때는 불교심리 및 상담 관련 논문이 눈에 띄게 많아졌던데 비해 이번 대회에서는 심리상담 논문은 단 2편에 불과한 것이 또 하나의 특징이다.

■응용불교학 연구의 확대

이번 대회에서 나타난 불교학계의 또 하나의 동향은 응용불교학의 주제들이 훨씬 더 구체적이고 폭넓게 확대됐다는 점이다.

동국대 김혜순 교수의 ‘유아교사의 교육신념과 불교이해도’, 사회복지법인 인덕원의 성운 스님의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시행에 따른 불교노인복지의 실천 방향’, 동국대 불교대학원 외래강사 이범수 씨의 ‘49재와 유족심리치료’, 동국대 전자불전문화재콘텐츠연구소 이재수 전임연구원의 ‘불교문화와 문화콘텐츠’, 건양대 송정란 교수의 ‘불교문화콘텐츠와 스토리텔링’ 등 현장에서 직접적으로 활용되는 소재들이 연구논문으로 등장했다.

그 중 송정란 교수는 최근 디지털매체의 발달과 함께 생겨난 새로운 스토리 방식인 ‘스토리텔링’과 불교문화콘텐츠의 접목방식을 모색해 큰 주목을 끌었다.

송 교수는 “불교문화콘텐츠가 문화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서는 종교적 한계를 벗어난 새로운 스토리텔링 기법을 모색해야 한다”며 “단순히 캐릭터나 애니메이션 등 어떤 형태의 콘텐츠를 만들 것인가보다 그 속에 어떤 이야기를 담아낼 것인가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핀들리, 뉴랜드, 수마나빨라 등 세계적인 불교학자 참여

이번 대회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인물은 세계적인 불교여성학자로 꼽히는 미국 트리니티대학의 엘리슨 핀들리 교수였다.

핀들리 교수는 ‘라오스 승려들과 메타 담마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핀들리 교수는 “남아시아에서 상좌부 불교 수행자들은 재가자와 환자들로 구성된 공동체에서 담마에 기초한 명상을 가르침으로써 에이즈 위기에 대처하고 있다”며 1992년 태국에서 시작된. 에이즈 위기 대처운동을 모태로 시작된 이 운동은 에이즈 환자를 돕기 위해 스님들이 ‘상가 메타 프로젝트’ 엔지오가 설립되면서, 캄보디아, 라오스, 베트남, 미얀마, 몽고 등지로 확산된 결과 라오스에서 자비 담마 프로젝트로 성립됐다고 소개했다.

핀들리 교수는 “메타 담마 프로젝트의 목적은 무상, 고, 무아를 통찰하는 명상을 가르치고, 오계를 지킬 것을 권유하며, 자비희사를 실천함으로써 일반인들과 동등한 삶을 살아가면서 더불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이끄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아비달마불교를 전공하는 켈리나야대 갈망고다 수마나빨라 교수는 ‘초기불교의 경향이 상좌부․대승불교 기원에 끼친 영향’을 발표했다. 수마나빨라는 초기불교의 특징과 연구과제를 다섯가지로 요약해 명료하게 소개했다.

△초기불교는 모든 불교의 공통적인 유산이지 한 부파에 속해있는 것이 아니다. △초기불교의 가르침은 체계적이지는 않지만 다양한 논점을 제공한다. △초기불교는 다양한 철학적이고 문화적인 측면들을 포함하고 있다. △이들은 후기에 이르러 다양한 철학적 이론과 윤리관으로 발전한다. △상좌부와 대승불교는 자신들의 이론을 발전시키고 전통을 만들어 가는데 있어서 초기불교로부터 빚을 지고 있다. △부처님 가르침의 참뜻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거의 모든 불교전통에 대해 동등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미국 센트털 미시간 대학의 가이 뉴랜드 교수는 ‘청정과 기쁨: 독신 탄트라 학파에서의 깨달음’을 발표했다. 이 논문은 상당수의 한국인은 물론 서구인들이 티베트 탄트리즘에 대해 갖고있느 편견과 오류를 지적해 주목을 끌었다.

뉴랜드 교수는 “티베트불교 중에서 겔룩파는 쫑까파의 운동 이후 근본불교의 수행자적 청정성과 하나가 되려는 시도에 의해 대승의 자비와 탄트라적 기쁨이 함께 하고 있다”며 “이는 신성 요가, 즉 지금 여기에서 자신의 몸, 말, 마음을 있는 그대로 체계적 명상으로 시각화함이야말로 탄트라 불교도들의 핵심수행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가장 높은 수준의 탄트라적 요가에 따르면, 깨달음의 성취는 마음을 밝게 빛나게 함으로써 空의 실현을 필요로 하는데 곧 탄트라의 섹슈얼 요가 중에 일어나는 미세한 의식조차 분명하게 깨어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마음이 밝게 빛나는 것은 섹스 중에만 깨어 있게 한다는 말이 아니라, 우리가 죽어서 이승과 저승 사이의 중간단계로 들어갈 때에도 마찬가지로 깨어 있게 한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