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먼지 날리는 인도의 낡은 시골길, 열 몇시간째 터덜거리는 고물버스를 타고 가다 잠시 내린 시골역. 5루피(우리돈으로 120원정도) 짜리 짜이를 마셔본 이라면 그 달콤하고 향기롭고 쌉싸름한 온기가 목안을 넘어가는 느낌을 아마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최근 인도음식, 인도여행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면서 인도의 대표적인 음료인 ‘짜이’ 또한 덩달아 유명세를 타고 있다.
달콤하면서도 왠지 덜큰텁텁한, 향기로운 듯하면서도 특유의 독한 향기로 카레 냄새까지 다 빨아들이는 매력적인 음료 짜이.
짜이는 원래 인도인들이 전통적으로 즐겨먹던 차가 아니라, 영국인들의 입맛에 맞게 블랜딩한 ‘인도식 홍차’라 할 수 있다. 영국식 밀크티가 우유의 맛이 많이 나는 부드러운 음료인 데 비해, 인도의 짜이는 생강맛이 톡 쏘는 그리고 뭔지 모르지만 인도의 냄새가 듬뿍 배인 덜쩍지근한 맛을 지닌 것이 특징이다.
그 인도스러운 냄새의 비밀은 티마살라라는 향신료. 한국에서 흔히 보는 밀크티와는 달리 인도의 짜이에는 후추가루 비슷한 것이 둥둥 떠있는데, 그것이 바로 티마살라이다. 또 한가지 비밀은 카다멈이라는 톡쏘는 맛의 곡물이다. 인도 음식점에 가면 입냄새 제거용으로 몇알 씩 주는 카디멈은 적당히 씹으면 스피아민트 껌을 찝은 것보다 더 상쾌한 기분이 드는 것이 특징이다.
필자가 인도 현지에서 느낀 짜이의 특징 중에 하나는 ‘싸면 쌀수록 맛있다’는 아이러니였다.
나중에 인도 현지인들에게 물어보니, 짜이 특유의 진하고 끈끈한 홍차 맛은 고급 레스토랑으로 공급되는 상등품의 홍차에서는 결코 나올 수 없는 하등품의 홍차에서 우러나오는 맛이라는 해설이 튀어나왔다.
암튼 한국에서는 보통 짜이를 만들 때 다즐링 홍차 대신 아쌈을 많이 추천하는 편인데 아쌈이 다즐링에 비해 덜 부드럽지만 맛이 훨씬 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에 공급되는 아쌈도 인도식 짜이를 만들기에는 너무 ‘고상한’ 맛을 갖고 있다는 흠이 있다.
인도 현지에서 짜이를 만드는 홍차는 아쌈이나 다즐링보다 약 20배 이상 싼 가격에 판매되는데, 한국에서는 구하기가 쉽지 않으니 대신 밀크티용 홍차를 이용할 수 있다. 이것도 구하기 힘들다면 그냥 아쌈을 팍팍 집어넣는 수밖에 없다.
1. 먼저 물을 끓이고 계피와 카다멈, 생강을 넣어 물이 충분히 우러날 때까지 끓인다.
2. 홍차를 집어넣어 우려낸다.
3. 끓고 있는 홍차에 우유를 넣고 설탕도 넣는다.
4. 맨 마지막에 티마살라를 넣은 다음 거름망으로 걸러주면 짜이 완성.
여기서 핵심은 티마살라이다. 티마살라를 뺀 채 우려내면 밀크티, 위스키를 약간 가미하면 영국식 로열밀크티, 티마살라를 넣으면 인도식 짜이가 된다.
황사의 계절. 인도에서 불어오는 덜쩍지근한 흙바람이 생각나면, 짜이 한잔에 인도의 봄을 음미하는 것도 꽤나 멋진 봄소풍이 될 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