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화선은 ‘선종 쇠퇴의 산물’이 아니라 오히려 동아시아 불교명상의 토착화에 있어 가장 창조적인 산물이다. 동아시아의 불교도들은 간화선을 통해 비로소 불교 정신의 최고 단계에 승속 구분 없이 접근할 수 있게 됐다.”
미국의 동아시아 불교 전문가 로버트 버스웰 교수(Robert Buswell, UCLA, 아래 사진)가 간화선이야말로 동아시아 불교의 창조적인 수행풍토 결과물이라고 극찬했다.
로버스 버스웰 교수가 '불교의 명상' 국제학술포럼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버스웰 교수는 지난 11월 29일 조계종 백련불교문화재단(이사장 원택 스님)이 주최해 동국대학교 덕암세미나홀에서 열린 한 성철 스님 탄신 100주년 기념 국제학술포럼 ‘불교의 명상-고대 인도에서 현대 아시아까지’에 참석해 이같이 피력했다.
버스웰 교수는 ‘간화선(질문의 명상)과 동아시아 불교: 동아시아의 독특한 명상방법의 근원과 수행’을 주제로 한 기조발제에서 “일부 근대 아시아와 서구의 학자들이 한국의 간화선은 당대 많은 선사들이 열반한 이후 선불교가 쇠퇴하자 송대에 이러한 ‘내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고안된 산물이라 주장하지만 나는 이러한 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며 “간화선은 선불교 전통 내에서 수사·교수학적 실험을 통해 더 진보됐으며, 성철 스님이 말했듯 단박에 깨닫는 형식의 수행인 선(禪)의 전형적인 개념”이라고 주장했다.
이틀간 진행된 국제학술포럼에는 다수의 사부대중이 참석해 자리를 지켰다.
버스웰 교수 “간화선은 돈오사상 따르면서 시작된 활력의 궁극점”
버스웰 교수는 “간화선은 돈오돈수(頓悟頓修)의 정확한 성명이며, 모든 단계주의적인 과정이 단호하게 잘려져 나갔다”고 설명하며 “간화선은 선의 ‘황금기’의 쇠퇴로 인해 발달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불교의 전통적인 돈오사상을 따르면서 시작된 활력의 궁극점이라고 할 수 있다”고 정리했다.
최근 한국에서 남방불교의 위빠싸나 수행법이 급부상해 각광받는 반면, 점차 정통성을 상실해 자괴감에 빠지고 있는 간화선 수행 풍토를 되짚기 위해 열린 이날 학술포럼에서는 버스웰 교수를 비롯한 여러 학자들이 간화선이 평가절하 됐다고 진단했다.
버스웰 교수에 앞서 첫 번째 기조발제를 한 피터 스킬링 교수(Peter Skilling, 프랑스 극동학원 불교연구그룹 책임자)도 같은 맥락의 발표를 했다. 스킬링 교수는 “불교의 명상, 누가 독점하는가?”라 자문하고 “어떤 학파, 어떤 시대, 어떤 나라, 어떤 선사도 불교의 명상을 독점하지 않았다”고 단정했다. 그는 “붓다는 여러 가지 명상 방법들을 인정하고 추천했다”며 “서로 다른 유형의 사람들에게 처방된 명상법들 중에 어느 한 방법도 다른 것보다 낫다고 얘기할 수 없다. 내가 아는 모든 전통들은 전체를 위해 ‘강조점’에 변화를 주며 수행법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스킬링 교수 “위빠사나가 남방불교만의 수행법이란 주장 틀렸다”
스킬링 교수(오른쪽 사진)는 이와 함께 “남방불교 위빠사나의 핵심적 수행법 중 하나인 수식관의 경우 남방불교 대표 논서인 <청정도론>에서보다 대승불교 유식의 백과사전적 문헌인 <유가지론 성문지>에서 더 훌륭하게 설명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위빠사나 명상이 남방불교만의 수행법이라는 점에는 많은 문제가 있으며, 대승불교의 문헌들에 나타난 명상 수행법을 깊이 연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29일과 30일 이틀간 펼쳐진 이번 국제학술포럼에 대해 조계종 백련불교문화재단 이사장 원택 스님은 “일불제자의 관점에서 간화선과 위빠사나를 수행하는 분들이 모두 나만 옳다 생각하지 말고 남북방 불교가 한마음으로 선 수행을 이루는 날이 오는데 이번 국제학술포럼이 초석을 닦는 역할을 했으면 한다”고 총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