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불교는 한국불교에 무엇을 기여해야 할까? 초기불전연구원 지도법사 각묵 스님은 초기불교의 역할로 △종손 △맏형 △막내 △도덕 △봉사 △우리 말 우리 글 불교 등 여섯 가지를 꼽았다.

각묵 스님은 초기불전연구원(원장 대림 스님)이 11월 18일 서울 강남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8백여 대중이 동참한 가운데 봉행한 ‘4부 니까야 완역 봉헌법회’ 식전 강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각묵 스님(사진)은 먼저 초기불교는 한국불교에서 ‘종손’의 역할을 해야 한다며 “종손이 가문의 법통을 이어가는 것처럼, 초기불교는 무속·사주팔자·관상·점 등의 무속불교를 준엄하게 비판하고 구별해 불교의 법통을 정확히 제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는 ‘맏형’의 역할이었다. 각묵 스님은 “초기불교가 한국에 들어왔으니 이제는 ‘한국불교’다. 자비와 희사의 마음으로 부처님 초기 이후에 전개된 모든 불교를 끌어안고 함께 나아가야 한다”며 “종손의 역할을 강조하다가 ‘초기불교 원리주의자’가 돼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각묵 스님은 초기불교가 맏형임과 동시에 ‘막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장 최근에 들어온 불교니 막내로써 ‘형님들’과 함께 합심해 한국을 불국토로 만들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스님은 “1600년 역사를 가진 나라에서 종손이 막내로 태어났으니 경사가 아니겠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각묵 스님은 또 초기불교는 ‘도덕 불교’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각묵 스님은 “도덕성을 상실한 집단은 지탄을 받게 마련”이라며 “도덕적이지 않은 종교가 ‘세상의 등불’이 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튼튼한 계율과 계행으로써 한국불교가 도덕불교가 되는데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봉사 불교’다. 각묵 스님은 “혹자들은 초기불교가 ‘상구보리’는 하지만 ‘하화중생’은 하지 않는다고 말하는데, 세상 어느 나라에서도 ‘상구보리하화중생’을 강조하지 않는 불교는 없다”며 “초기불교가 한국에서 진정한 봉사정신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각묵 스님은 초기불교의 마지막 역할로 ‘우리 말 우리 글 불교’를 제안했다. 스님은 “여태 우리 불교는 한자와 중국의 사유로 전개된 후에 한글로 받아들여져 왔다”며 “우리말과 글로 시작된 불교는 초기불교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스님은 “모든 불교를 진정한 우리말과 글로 정착시킨다면 한국불교가 더 성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서울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봉행된 4부 니까야 완역 봉헌법회에는 800여 명의 사부대중이 운집했다.

디가·맛지마·상윳따·앙굿따라 니까야 등 초기불전 4부의 완역을 축하하고 희사하는 이날 봉헌법회에서 각묵 스님은 초기불전연구원의 역할도 제시했다. 스님은 초기불전연구원이 향후 △윤문팀 △미디어팀 △전법팀 △봉사팀을 꾸려 초기불교와 한국불교의 중흥에 기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각묵 스님은 ‘초기불교’라는 이름이 없어지기를 발원했다. 스님은 “초기불교 자체가 한국불교가 돼 부처님의 원음과 직설이 모든 한국 사람들에게 전달되고, 그들이 부처님의 말씀을 신념체계로 받아들여 해탈 열반의 토대로 삼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각묵 스님의 강연에 이어 진행된 봉헌법회에서는 초기불전연구원장 대림 스님의 인사말과 조계종 교육원장 현응 스님, 화쟁위원장 도법 스님의 축사, 축하공연, 봉헌의식 등이 봉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