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에 위치한 치악산 명주사 고판화박물관(관장 한선학)이 2012년 문화재청 생생문화재 사업에 선정돼, 지난 2006년 제2회 원주 고판화축제를 마지막으로 중단되었던 지역 사립박물관의 작은 축제를 다시 살려 국제 대회로 개최한다.

10월 12일부터 14일까지 3일간 열리는 치악산 고판화박물관의 행사는 국가의 힘으로 이끌어 가는 거시적이며 획일적인 문화에서 탈피하여, 지역 주민들과 호흡을 같이하는 친근한 생활문화로 옛 조상들의 인쇄문화인 전통판화 문화가 꽃피는 계기를 만들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나아가 지난해 설립된 한국고판화학회와 협력하여 우리나라 최초의 한중일 고판화 국제학술대회를 유치하는 쾌거를 이뤘으며, 이를 바탕으로, 고판화박물관의 아시아 고판화 유물 4,000여점 중에서 목판본 삽화 200여점을 선별하여 한중일 3국과 티벳, 몽골의 아름다운 삽화판화를 선보이는 대규모 전시회가 열린다.

뿐만 아니라, 중국의 인간문화재인 마습흠전통각수와 제자를 초청하여, 중국전통판화 연수교육도 갖는다.

오륜행실도목판화로 (미처해도 부분)



강원도 유형문화재 제154호 안심사판 옥추경



강원도 유형문화재 제152호 덕주사판 불성아미타경

고판화박물관은 지난 2006년에 연 제2회 원주 고판화축제 이후 2008년에 한국 소장유물이 7점이 강원도 유형문화재와 문화재 자료로 지정되었고, 올해 12월에는 중국국가도서관 출판사에서 40권으로 발행되는 <중국불교판화전집>에 고판화박물관 소장 중국 유물 50여점이 실리는 쾌거를 거두는 전기를 마련했다. 제2회 고판화축제에 참여했던 중국의 최고의 고판화 전문가인 주심혜 선생이, 중국불교판화전집 주편으로 참여하여, 고판화박물관 한선학 관장을 편집위원으로 위촉하면서 이루진 결실이다.

고판화축제는 이처럼 강원도 산간지역의 한 작은 사립박물관의 지속적인 노력이 세계 속에 한국의 박물관 위상을 떨치는 계기가 되었고, 이사례는 박물관이 또 다른 한류의 한 축이 될 수 있음을 실증해 보인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번 행사에도 참여하는 중국의 주심혜 수도도서관 부관장과 마문대 연구원은 북경대학 도서관학과 출신으로 중국 고판화 학계의 중심축으로의 역할을 당당하는 인물들이다.

일본에서 참여하는 2명의 학자들은도 일본 구립 국문학자료관에서 근무하는 고문헌관련 석학들로서 특히 고판화를 주요 연구테마로 하는 이라쿠치, 진제교수로 일본 학계에서 비중있는 인물들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에서 참여하는 학자들은 한국고판화화학회 회원들로 현재 한국서지학회 회장 남권희 경북대 교수를 비롯하여, 한국 고판화 관련 최초의 박사 학위 취득자 박도화 교수와, 경북대 석혜영 선생이 참여한다.

몽골 목판화

일본 모시품물도고

아시아 삽화판화의 세계 특별전은 10월 12일 11시에 개막하여 12월 30일까지 전시되며, 대표적인 전시작품으로는 고려시대 법화경변상도를 비롯하여, 강원도지정문화재 7점과 국내 유일본인 조선시대 최고의 판화인 오륜행실도 목판을 비롯하여, 고종황제 때 조대비의 칠순잔치를 기록한 진찬의궤목판과 불교,유교,도교, 기독교 관련 삽화들과 문집에 실린 삽화 등 다양한 목판본 삽화들이 선보일 예정이다.

중국 전시품은 이번에 참여하는 주심혜 선생의 논문에서 명나라 성화화황제 때 명 황실에서 만든 내부간본이라고 극찬하고 있는 ‘불정심다린경’과 중국장정 연구사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대불정백산개다라니경’이 선보일 예정이다. 이 두 점은 중국에 소장되어 있다면 중국 국가보물로 지정되었을 유물이라는 평가를 받는 유물이다.

일본 전시품은 일본이 세계적으로 자랑하는 에도시대 소설인 삼국지를 찍은 목판 원판 14장을 비롯하여 초한지를 찍은 목판 원판 4장이 새롭게 공개되며, 이번에 일본학자들이 발표하는 주제의 책들인 염통염불연기와 모시품물도고도 전시될 예정이다. 이 책도 고판화박물관의 소장품이며, 일본학자들이 자신들이 고판화박물관의 유물 유무와 관계없이 선정한 유물들이다.

뿐만 아니라 한국 중국 일본의 삼국 교류의 관계를 알 수 있는 다양한 불교 변상도와 유교의 공부자 성적도와 의학서적, 소설 삽화 등이 다양하게 소개될 예정이다. 특히 현재 만화를 만들게 된 계기가 되었던 호코사이의 화보인 <만화>원본을 비롯하여, 다양한 소설 삽화들이 소개될 예정이며, 중국 삽화 중에서는 고씨화보를 비롯한 흑백의 화보와 세계최초로 만들어진 채색화본인 십죽재화보를 비롯하여, 청나라때 제작된 개자원화보등 다양한 화보가 한 코너를 장식할 예정이다.

몽골 전시품 중에는 우리나라 감로탱을 연상시키는 지옥변상도 목판본 삽화도 다양하게 소개된다.

목판본을 설명하고 있는 한선학 고판화박물관 관장

고판화박물관 한선학 관장은 “이번 아시아 삽화 판화의 세계 특별전은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쉽지 않은 아시아 전체를 아우르는 전시회로 아시아 각국의 인쇄 교류사를 연구할 수 있을 분 아니라, 기록문화인 글속에 들어있는 의미를 그림으로 함축해서 설명하고 있는 인쇄문화의 꽃인 삽화의 세계를 조명함으로써, 앞으로 다가오는 동야문화의 시대를 이끌어 갈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창의성을 심어줄 수 있고, 전문가들에게는 옛 삽화에서 새로운 디자인을 창출해 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리라고 생각한다”고 그 가치와 의미를 설명했다.

전통판화워크숍을 이끌 전문가들은 중국에서 가장 큰 판화박물관인, 하북성 무강연화박물관의 부관장이자 중국 인간문화재인 마습흠 선생과 그 제자들이다. 이들이 펼치는 중국 전통 채색판화 시연과 연수회에는 전문가를 비롯하여, 그동안 고판화박물관에서 10회 이상 전통판화학교에서 수련을 받은, 군장병들, 원주시민과 노인 판화학생들이 1박2일, 2박3일 템플스테이 형태로 자유롭게 참여한다.

워크숍 기간 동안 자연스럽게 우리나라 전통판화 중국 전통판화를 비교 연구하면서, 우리나라 전통판화의 실력을 한 단계 상승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한 3일 동안 열리는 원주 고판화축제에는 전문가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 누구나 참여 할 수 있으며, 이 기간 동안 펼쳐지는 판화시연회에서 제작되는 채색판화와 수능 입시생들을 위한 부적판화도 무료로 제공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