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반딧불이처럼 빛났다. 저마다의 손에 들린 야광봉이 밤의 산을 수놓았고, 채 단풍이 들지 않은 나뭇잎은 빨갛고 노란 조명에 물들었다. 깎아 지르는 듯한 절벽 위에 설치된 무대에 오른 록밴드 ‘YB(윤도현밴드)’의 보컬 윤도현은 이날의 청량사를 ‘상상이상’이라는 네 글자로 표현했다. YB의 외국인 멤버 스캇 할로웰도 ‘어메이징’을 연발했다.
가수 윤도현이 무대에서 찍은 산사음악회 전경. 윤도현은 공연 직후 트위터를 퉁해 "YB 청량사 산사 음악회! 상!상!이!상! 내년에 또 가고싶다!! 정말 신기한경험이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사진출처=윤도현 트위터)
2012년 10월 6일. 10년 이상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봉화 청량사(주지 지현 스님)에서 제11회 산사음악회가 열렸다. 해발 650미터에 자리 잡은 청량사로 향하는 길은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를 만큼 가팔랐지만 산사음악회에 참여하려는 사람들의 의지를 꺾지는 못했다. 비탈면이나 기슭 할 것 없이 엉덩이를 붙일 수 있는 모든 곳에 자리를 잡고 앉은 사람들은 한 목소리로 YB의 노래를 따라 불렀다. 가히 한국인의 자랑 ‘떼창(큰 무리의 구성원들이 같은 노래를 동시에 부르는 것)’이라 함직했다.
“무대에 올라오지 마자 드는 생각을 네 글자로 표현해볼게요. ‘상상이상’. 사실 제가 고소공포증이 있는데, 저도 모르게 자꾸 앞으로 나가려고 합니다.”
노래를 부르던 윤도현이 그렇게 말하면서 본인의 휴대전화를 꺼내들었다. 까만 밤, 산사를 수놓은 반딧불이 같은 관객들을 자신의 앨범에 담고자한 것이다. 청량사의 산사음악회는 지켜보는 관객과 출연하는 가수 모두를 행복하게 했다.
청량한 음색으로 보는 이의 마음을 청량하게 한 음성포교사 정률 스님과 ‘잃어버린 우산’의 가수 우순실 씨, 인디밴드 8번출구도 마찬가지였다. 이전의 어떤 공연에서도 설 수 없었던 독특하고 아찔한 무대에 오른 출연진들의 얼굴에는 흥분과 설렘이 가득했다. 이웃종교 천주교의 현정수 신부도 재기발랄한 아이들과 함께 무대에 올라 산사음악회를 찾은 이들에게 신명나는 공연을 선사했다.
쌀쌀한 가을바람 속에도 정률 스님은 청아한 음성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녹였다.
현정수 신부와 아이들은 밝고 쾌활한 공연은 선보였다.
'잃어버린 우산'을 열창한 가수 우순실 씨.
청량사를 '뒤집어 엎은' YB의 롹앤롤!
매년 가을 품격 있는 음악회를 마련하고 있는 청량사 주지 지현 스님은 “아름다운 산사를 문화공간으로 만들 수 없을까 해서 시작한 산사음악회가 10년의 세월을 지나보냈다. 앞으로도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더 노력하겠다”며 내년에 다시 만날 것을 기약했다. 지현 스님은 인사말을 하러 무대에 올라간 것을 제외하고는 공연 시작 전부터 끝까지 시종일관 도량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관객 한 명 한 명의 안전을 살뜰하게 살폈다.
남녀노소가 목청껏 노래 부르고 어깨를 들썩이는 흥과 어울림의 한마당은 YB의 열정적인 앙코르공연으로 예정된 시간에서 20여 분을 훌쩍 넘기고야 막을 내렸다. 관객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청량사는 다시 고요한 정적 속으로 돌아갔지만 그들이 남기고 간 ‘흥’이 잔향처럼 산사에 배었다. 1만여 명의 뜀박질에 ‘청량산이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농담이 기우에 불과했음은 물론이다.
사람이 앉을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자리잡은 관객들
손에 들린 야광봉이 청량산을 수놓았다.
"어절씨구나 신명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