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나는 마당놀이 한 판이 연극무대에 올랐다. 익사이팅 퓨전 마당놀이를 표방한 <허풍>이 그것이다. 9월 16일까지 대학로 이랑씨어터에서 펼쳐지는 <허풍>에서는 시종 뛰고 춤추며 무대를 종횡무진 하는 배우들의 호흡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사방이 뻥 뚫린 무대, 우리소리와 비보잉, 랩을 겸비한 경쾌한 노래가 한데 어우러진 이 극은 연극판에 마당놀이를 재현했다는 점에서 기존의 연극과 차별화된다. 또한 우리네 마당놀이가 그렇듯, <허풍>은 배우와 관객의 경계 없이 관객을 극의 일부로 끌어들인다. 관객과 이야기를 주고받고, 관객과 소통하며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배우의 노련함은 관객의 몰입을 극대화시킨다.

(사진제공=극단 성좌)

<허풍>은 산에서 뱀을 잡는 땅꾼이자 희대의 허풍쟁이 ‘허풍’이 아내 용녀의 장난스러운 계략에 무당으로 둔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용녀는 노름판, 술판, 계집판에만 정신이 팔린 허풍을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귀여운 허풍을 친다. 딸의 실어증을 고치려고 의원이며 무당을 찾아다닌다는 ‘한부자’에게 허풍이 유능한 무당이라고 거짓말을 한 것이다. 졸지에 무당이 된 허풍은 울며 겨자 먹기로 무당 행세를 시작하고, 타고난 허풍으로 그럴듯한 무당 흉내를 낸다.

한편 <허풍>은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외 다수의 작품을 제작한 권은아 씨가 연출했다. 그는 프랑스 고전 희극의 거장 ‘몰리에르’의 작품 <할 수 없이 의사가 되어>를 한국 정서에 맞게 번안․각색하여 마당극으로 재탄생시켰다. 출연진은 김정균, 주원성 등 굵직한 중견 배우와 전민지, 이창규, 박선정, 김건, 김미라, 양승환, 남현주 등 젊고 발랄한 배우들.

이 극은 엉뚱한 설정과 장황한 언어 구사, 얼핏 억지스럽고 과장된 동작들을 통해 웃음을 유발한다. 하지만 이런 구성은 보수적이고 규범에 사로잡혀있는 현실을 비틀어 보이게 하고 고정관념의 틀을 건드려보는 등 풍자와 해학이 넘친다.

국악과 힙합으로 함축적인 정서와 재미를 전달하고 수준 높은 연기와 액션을 음악과 함께 선보이는 퓨전 코미디 연극 <허풍>. 나들이 가기 좋은 가을, 젊음의 거리 대학로에 가보자. ‘불통’의 세상, 마당놀이극 <허풍>을 통해 속 시원한 ‘소통’을 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문의 : 070-8804-9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