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이상열이 가족과 함께 떠난 라다크 여행길에서 파란 하늘과 똥싸개 당나귀, 노랑 절벽길을 화폭에 훔쳐 담아왔다. 라다크에서는 ‘꽃들이 더 붉게 피었고, 새들은 더 높게 날았다’는 화가는 그 선명과 고양을 ‘랄랄라 라다크’라는 제목의 30여 점 전시작 속에 ‘이상열식’ 화법으로 표현했다.
수요시포럼 동인 시인이기도 한 화가 이상열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영남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미술교육을 전공했다. 2000년에 ‘군자사계’라는 제목으로 첫 개인전을 가졌을 무렵부터 열네 번째 개인전을 연 작년까지 그의 변함없는 화두는 ‘전통의 현대화’였다. 그것은 첫 개인전 당시, 시대가 던져준 질문이기도 했다.
이상열 작 '라다크 곰파'
오랫동안 하나의 질문에 골몰해 온 화가는 스스로의 고백처럼, ‘심심했다’. 해서 지난 3년 동안 세 번의 여름을 히말라야의 서쪽 끝 ‘고갯길(La)의 땅’ 라다크(Ladakh)에서 보낸 이유를 ‘심심타파’로 내걸었다. 그리고는, 이 긴 여행을 통해서 풀리지 않던 숙제의 실마리를 풀고 얼마간의 자유를 얻을 수 있었노라고 다시 털어놓는다.
“그곳에도 사람이 살고 있었고, 심지어 즐겁게 살고 있었다. 꽃들은 더욱 붉게 피어있었고 새들은 더 높이 날아올랐다… 변방은 결국 내가 만든 편협한 황무지였다.”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의 저 유명한 책 <오래된 미래>를 통해서 널리 알려졌으나, 여전히 21세기 문명 세계의 오지로 꼽히는 땅 라다크. 그곳에서 화가는 “줄레”라고 반갑게 인사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담장에 숨은 당나귀를 만나고, 융빙수를 따라 흐르는 노란 길을 만나고, 끝없이 펼쳐진 파란 하늘을 만나고, 오색 꽃이 수놓아진 마을을 만났다. 라다크의 그 강인하고 소박한 사람들과 투명한 자연은 시인이자 화가인 작가의 가슴 섶을 헤치고 들기에 충분했다. 그 어떤 경외와 찬탄으로도 수식할 수 없었던 그곳을 화가가 표현하는 방법은 결국 그림이었다. 화가의 가슴을 통과해 화폭에 옮겨진 라다크는 절로 콧노래가 나오는 제목 ‘랄랄라 라다크’로, 지난 7월 15일까지 류가헌 갤러리에서 전시된다.
*류가헌갤러리: 서울 종로구 통의동 7-10.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3, 4번 출구. 02)720-20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