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그림은 많은 사람들에게 다양한 이야기 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몇 가닥의 획으로 규정돼 있는 제한의 완강한 거부를 통해 관념적 양식 철폐를 실천하고 있다”(서예 평론가 정충락)
중생들의 삶의 모습을 그대로 느끼기 위해 작품 소재를 얻기 위해 전국산하를 누비는 스님. 출가 30년 동안 주석할 암자하나 만들지 않은 스님. 오직 수행과 그림을 통해 부처님 깨달음을 실천하겠다는 서원을 세운 성륜 스님이 2009년 ‘臥佛’展 이후 3년 만에 ‘꿈’을 주제로 인사동 'YOON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연다.
간략한 터치와 따뜻한 색감이 장점인 성륜 스님. 이번 전시회에 출품한 그림들 역시 그러하다. 하지만 성륜 스님은 과거 부처님과 물고기 등으로 자유와 해탈을 표현했던 것과 달리 ‘꿈’을 표현하기 위해 ‘나비’를 소재로 삼았다.
“애벌레는 나비가 되겠다는 꿈 하나로 모든 것을 참아내죠. 수행자들도 마찬가지예요. 극한 고통과 괴로움이 닥치지만 경계를 허물어 부처님과 같이 깨달음을 얻길 바라죠. 달콤하지만 아픈 우리 모두의 꿈. 그 꿈을 지키고 싶어서, 이루고 싶어 캔버스에 부질없는 붓 칠을 하고 말았습니다”
나비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 고개를 돌리니 검은 얼굴을 하고 있는 관음보살이 눈에 띈다.
성륜 스님은 “한참 관음보살을 그리다보니 보살이 나를 보고 있는 것 같더군요. 출가를 했지만 수행자로서 올곧은 길을 가고 있는지, 그 길이 맞는 것인지를 아직도 몰라 방황하는 내 자신을 그리고 있는 것 같았죠. 관음보살이 형상화 되면 될수록 보살이 나를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그 속 타는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얼굴을 검게 칠하고 말았습니다. 자화상이라 할 수 있죠”라고 답했다.
3년 전이나 지금 이나 변함없이 사진촬영을 거부한 성륜 스님. “그림이나 잘보고 가쇼”라는 짧은 말이 더 정감어린 것은 그림과 삶이 동일하기 때문일 것이다.
성륜스님 개인전 5월 16일부터 22일까지 ‘YOON' 갤러리 (02)738-114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