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불교는 호국불교가 아니라 국가불교라고 불러야 적절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조계종 불교사회연구소가 ‘고려시대의 호국불교’를 주제로 주최한 호국불교연구 2차 학술세미나에서 황인규 교수(동국대)는 ‘고려시대 국가불교와 대외항쟁’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황 교수는 “고려는 불교의 이념으로 건국되었으며, 국초 이래 국사왕사제, 진전사원제, 국가비보사탑설 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라며 “특히 도선의 불교 국가비보사상으로 운영되었고, 태조의 훈요 10조 제1·2조에 명시되어 고려말까지 대체로 준수되었다”며 호국불교보다는 국가불교로 불러야 한다는 당위를 설명했다.

황 교수는 “도선의 국가비보사상은 선종계와 천태종계를 중심으로 전 불교계에 전개되었다”고 살핀 후 “도선뿐만 아니라 제자 선종승 여철이나 천태종승 능긍에게 뚜렷하게 전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황 교수는 “무신집권초 수선사 제 사주 진각국사 혜심은 ‘선으로 국가의 운수를 늘이고 지론으로써 이웃나라의 군사를 진압하였으니 종지를 깨우치고 도를 의논할 자료로써 이보다 급한 것이 없다’고 하였고, 고려말 최영 장군과 함께 출정한 내원당 고승 현린이나 천태종 고승 신조도 국가불교 시대의 고승이었다”고 설명했다.

황 교수는 고려불교의 국가불교 사상은 특히 불사 도량과 대장경 조판으로 전개되었다고 정리했다. 담선법회는 건국초 이래의 선종계 9산문 고승들이 사찰에 모여 선을 논의하였으며, 거란과 같은 외침시의 법회는 국가불교적 법회의 성격이 더욱 짙었다고 강조했다. 또한 국가불교사상은 외침으로 국가의 위기가 닥쳤을 때 승려 또는 수원승도(사원에 소속된 재가화상)가 직접 전투에 참전하였다고 설명했다. 황 교수는 “국가적 차원에서 승도 참전한 것은 윤관이 별무반을 설치시 항마군으로 편성된 수원승도가 처음”이라며 “수원승도는 국초 이래 중앙과 지방의 사원에 분속된 승도로 <고려도경>의 재가화상과 같은 부류였다”고 밝혔다. 승도는 승려가 아닌 승려 가운데 하등으로 간주되었던 재승(齋僧), 즉 재가화상이나 수원승도를 지칭한다고 황 교수는 설명했다.

승도가 직접 전투에 참전한 것은 대몽항전기에 뚜렷하다고 전제한 황 교수는 “승장 김윤후의 처인성 전투, 대원사 우본의 충주성 전투, 황령사 홍지의 상주산성 전투 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라고 밝혔다.

“고려시대 승도의 항마군과 같은 정규 군대편성이나 승려의 외침시 직접 전투 참전은 국가불교적 전개였으며, 제분야에 걸친 불교계의 역할 가운데 하나”라고 규정한 황 교수는 “이는 숭유억불시대인 조선왕조의 불교계 의승군의 호국적 행위와는 그 위상이나 성격이 다른 것”이라고 결론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