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선과 명상은 몸과 마음과 뇌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 뇌신경을 연구한 생리학 교수와 작가이자 선승인 임제종 승려가 풀어놓는 좌선과 명상의 효과는 어떤 것이 있는가?
생리학자 아리타 히데호 교수와 일본 임제종의 선승 겐유 소큐의 대화를 책으로 묶은 책 <선과 뇌>(운주사)가 출간됐다. ‘좌선은 위대한 뇌훈련법이다’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은 인간의 ‘고’에 대해 가장 많이 고민하고 가장 훌륭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는 것을 불교라는 것을 입증하는 책이다.
다 알다시피 선과 명상은 불교의 기본수행법 중의 하나이다. 따라서 당연히 이 둘도 힐링의 유효한 방편이 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당위나 경험칙을 넘어 과학적인 입증이 요구되며, 특히 현대인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과학적, 객관적, 합리적 근거들이 필요하다.
겐유: 좌선에 대한 과학 논문을 처음 접한 것은 히라이 선생의 뇌파 측정 논문이었습니다. 그러나 뇌의 활동을 뇌파라는 형식으로 간접적인 측정은 가능해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선의 세계는 역시 체험해야만 알 수 있는 측면들이 있습니다.
아리타: 우리 같은 선의 초보자 입장에서 보면 뇌파라는 현상을 이용해서 선을 설명함으로써 선이 무엇인가를 머리에 떠올려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선에 아주 익숙한 분들의 입장에서 보면 몸과 마음으로 충분히 체험하기 때문에 특별히 뇌파로 설명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겠지요.
겐유: 예. 그렇지만 오늘날 사람들은 ‘과학의 종교’라고 해야 할 정도로 과학으로 설명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선에 흥미를 갖는 하나의 방도로 이런 방법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아리타: 히라이 선생의 연구 결과를 보면 일반적인 사람의 경우는 뇌에서 알파(a)파가 나오지만 고승에서는 알파파보다 주파수가 느린 세타(θ)파가 나옵니다. 이 파는 보통 수면하는 동안에 나오는 파입니다.
이 책은 각기 서로 다른 영역에서 좌선의 문제에 천착해온 의학자와 수행자가 과학적 근거와 선적 체험들을 바탕으로 좌선과 명상이 몸과 마음과 뇌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에 대해 논하고 있는 대담집이다.
이 책에서 특히 생리학자인 아리타 교수의 연구 분야는 ‘좌선과 뇌간(腦幹)의 세로토닌’으로, 그는 세로토닌 신경을 활성화하면 마음을 안정시킬 수 있다는 데 주목한다. 겐유 스님은 좌선이든 염불이든 절이든 리듬운동이든, 반복을 권한다. 반복은 종교적인 ‘행’이고, 반복함으로써 언어뇌가 점점 쉬게 되어 생각이 감소하고 의식이 집중된다는 것이다. 이는 의식의 집중이 세라토닌을 활성화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아리타 교수의 실험 결과와 동일한 맥락이다.
생리학자와 선승의 대담은 ‘좌선과 명상, 그리고 리듬 운동은 뇌를 정화하여 몸과 마음을 편안하고 상쾌하게 한다’는 결론을 내리며 끝을 맺는다. 252쪽, 13,800원
*아리타 히데호
1948년 동경 출생. 동경대학 의학부를 졸업한 후 동해대학 병원에서 호흡기를 전문으로 진료하였다. 쓰쿠바 대학 기초의학교실에서 뇌신경의 기초 연구에 매진한 후, 뉴욕주립대학에 유학하였다. 1996년부터 동방대학 생리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는 <세로토닌 결핍뇌>, <우울증과 키레루를 치료하는 훈련> 등이 있다.
*겐유 소큐
1956년 후쿠시마현 출생. 게이오대학 중국문학부를 졸업하고 여러 직업을 체험한 후 교토 천용사 전문도량에 입문하였다. 현재는 임제종 묘심사파인 복취사 부주지로 있으면서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2001년 <중음의 꽃>으로 제125회 아쿠다카와 상을 수상하였다. 저서로 <물의 축선(舳先)>, <선적 생활>, <죽으면 어떻게 되는가?> 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