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성시 죽산면 칠장리 403-1번지 묵언마을에서 사는 지개야 스님(아래 사진)이라는 분이 있다. 이 분을 한 번도 뵌 적은 없지만, 가끔씩 이메일을 통해 이런저런 소식을 전해주시는 분이라, 또 스님의 이름이 하도 독특해서 기억하고 있는 분이다.

며칠 전, 지개야 스님이 ‘사고를 쳤으니 읽어봐 달라’며 이메일을 보내왔다. 책을 낸 것이다. 책 제목도 뭔 뜻인지 잘 모르겠는 <삐삔내로 나를 깨운다>이다. 스님은 이메일에서 이 책과 관련해 “이 소리 저 소리 잡소리 헛소리가 될지, 아니면 우리 사회에 소금이 될지 기자의 예리한 눈님의 선택이라 생각한다”는 말을 덧붙인다. 이 책을 판매하여 생긴 수익금은 묵언마을에서 자살예방을 위해 사용한다는 약속과 함께. 책의 내용 일부를 살펴보자.

“행여나 오욕에 집착하면, 견디기 어려운 괴로운 번뇌 망상들이 너를 찾을 것이다. 찾아오더라도 대항해 싸우지 마라. 너도 상하고 너와 가까운 사람도 상한다. 오는 대로 그냥 맞이해라. 시간이란 약이 꼬-옥 해결해 줄 것이니라.” 89쪽

“사람은 종교가 없이도 살 수 있지만, 종교는 믿는 사람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다. 그러고 보면, 하나님, 부처님보다는 내 생에 영원히 모셔야 할 신은 내 가족과 내 이웃들! 항상 함께 하는 내 주위에 모든 사람 중에 지금 내 앞에 있는 당신이야말로 그 어떤 신보다 먼저 모셔야 할 나의 신이 아닌가?” 149쪽

지개야 스님은 이 책을 “인생에 대한 통찰을 통해 마음을 치유하는 시/에세이”라 소개한다. 우리가 현실에서 부딪치는 수많은 문제와 갈등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마음을 얻을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는 내용으로, 이 책을 읽는 동안 부정과 위선을 질타하는, 마음에서 울리는 외침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친 삶을 사는 동안 돌아보지 못한 이웃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며, 내 욕심만 채우기에 급급했던 지난날을 돌아보게 될 것이다. 사랑, 가족, 자연, 종교, 자아 등의 문제에서 오는 고난 앞에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현명한 것인지 그 길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 따뜻한 불을 지피고자 하는 스님. 크고 작은 사건으로 점점 퇴화하고 있는, 부모와 자녀 사이에 살인이 벌어지며 ‘인륜’이라는 단어는 너무 오래된, 그래서 아무런 힘도 발휘하지 못하고, 아무런 자극도 주지 못하는 빛바랜 관념으로 추락한 지 오래인 우리 시대. 법으로 국민을 지킨다는 판검사님과 경찰까지 양심을 속이며 하는 가짓말은 우리를 너무 힘들게 하고, 우리 사회 어디 없이 드러난 비양심은 브레이크가 고장 나 제어되지 않는 자동차가 세상에 널려 있는 꼴이라며 세상을 한탄한 지개야 스님은 “누군가 나서서 흙탕물을 걸러내지 않으면 안 되는 지경까지 이르렀고, 현실을 직시하게 하는 날 선 조언과 따스한 위로가 필요한 때이기에 이 책을 썼다”고 밝히고 있다.

삶의 방향을 잃어가는 우리에게 이 책은 선생님의 따끔한 훈계 같기도 하며, 어머니의 따스한 가슴 같기도 한 책. 친구의 진심어린 부축이 되기도 하며 몸에 좋은 보약 같기도 한 책. 이기심과 욕심으로 자기 자신까지 넘어뜨릴 위험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지만, 저자 지개야 스님의 보여주는 ‘우리가 공들여 걸어야 할 선(善)의 길’을 이 책을 통해 발견하기 바란다,

지개야 스님은 어려운 환경에서 태어나 자라면서도 수많은 경험과 성찰을 통해 다른 사람을 위하는 삶이 곧 나 자신을 행복으로 이끄는 길이라는 진리를 발견했다고 말하고 있다. 속세에서 시작해 불가에 이르기까지 삶의 여정을 통해 그의 모든 신경과 감각이 발견해 낸 진정성 있는 깨우침이 이 책을 읽는 독자의 가슴에 와 닿을 때, 독자는 더 긍정적이고 가치 지향적인 인생을 살 수 있는 지혜를 얻게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 사회는 자연스레 진정을 나누며 더불어 사는, 그래서 다 함께 웃으며 살 수 있는 세상으로 빛날 것이고.

*저자 지개야 스님은?

1951년생. 경북 안동 산촌에서 태어나 나무꾼, 거지, 구두닦이, 신문팔이, 식당 종업원, 볼펜 장수, 노점상, 막노동, 가축병원 조수, 양복 재봉사 보조 등으로 일하며 살았다. 힘든 생활에도 굴하지 않고, 고학으로 자연과학, 경영, 행정, 철학, 심리학 등을 공부했다.

농협중앙회 양산군·영양군 지부 직원, 안동축산업협동조합 상무, 경상북도의원, 국회의원 보좌관, 안동황우촌 경영이사, 안동양반촌 총괄이사 등을 역임했으며 일하는 보람상, 축협중앙회장 표창, 국무총리 표창 등을 수상했다.

현재는 경기도 안성의 사찰 묵언마을에서 불도에 정진하며 자살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상담으로 ‘자살’에서 그 반대인 ‘살자’ 로 길 안내를 해 주고 있다. 2007년 8월부터 시작해 지금껏 자살위기에 처한 100여 명을 삶의 현장으로 돌려보냈다.

저서로는 <묵언마을의 차 한 잔>, <지개야 백팔번뇌 잠언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