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엄경>은 불교의 대(大), 소(小), 현(顯), 밀(密)을 두루 갖춰 ‘팔만대장경의 축소판’으로 불리는 선불교의 소의 경전이자 한국불교의 근본경전 중 하나이다. 당나라 제4대 황제 중종 때인 705년 경 중인도의 반라밀제 대사가 들여와 한역한 <능엄경>은 비밀스런 주를 담고 있는 등 밀교적 사상이 가미됐지만 선정의 중요성을 역설하기 때문에 선가에서 많은 환영을 받아왔다. 한글 창제 후 첫 번째로 번역된 불교 경전이기도 한 <능엄경>은 간화선을 수행의 종풍으로 삼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출재가자를 막론해 수학돼왔다.
이처럼 선교겸수(禪敎兼修), 현밀겸학(顯密兼學)의 경전인 <능엄경>을 중국 위앙종의 제9대 조사 선화 상인(宣化 上人, 1918~1995,)이 강설한 것을 우리말로 번역한 <선화 상인 능엄경 강설 上, 下>(불광출판사)이 발간됐다.
선화 상인은 임제종, 조동종, 위앙종, 법안종, 운문종 등 선가 5종의 법맥을 계승한 허운 선사의 법맥을 이은 근현대 중국불교의 뛰어난 스승으로, 1968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불교강당에서 ‘능엄경 하계 연수반’을 열어 96일간 하루 15시간씩 참선 수행과 더불어 <능엄경>을 강의했다.
선화 상인은 전체 10권으로 이뤄진 <능엄경> 중 특히 ‘네 가지 청정하고 밝은 가르침(四種淸淨明誨)과 ‘스물다섯 분 성인의 원통(圓通)을 얻은 인연’, ‘오십 가지 음마(陰魔)의 경계’의 진실성과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책은 능엄경 하계 연수반 강의를 정리·편집한 9권의 <선화 상인 해설 능엄경>을 정원규 거사가 편역한 것으로 원본의 내용 중 중요한 강설만 따로 추려 상, 하 2권 1질로 다시 엮었다.
정 거사는 중국불교에 관심을 가지고 중국 선지식들의 법문을 수집, 열람하던 중 선화 상인의 <능엄경> 해설과 능엄신주에 관한 법문을 접했다. 쉽고 명료하게 불법을 전하는 선화 상인의 강설에 감명을 받은 정 거사는 그의 <능엄경>을 한국에 소개해야겠다고 마음먹고 틈틈이 번역작업을 했다. 정 거사는 “선화 상인의 강설은 능엄경 문장 자체뿐만 아니라 대승 불법의 이치를 함께 해석하고 있어 대승불교 전체를 이해할 수 있는 해설”이라고 전했다.
<선화 상인 능엄경 강설>은 또한 처음부터 일반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강의를 묶은 것으로 선화 상인의 꼼꼼하고 자상한 해설을 읽다보면 전문 수행자가 아니더라도 <능엄경>의 깊은 뜻을 이해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참선 수행과 함께 이뤄진 경전 강의덕분에 중국불교의 실제 신행생활과 수행가풍을 엿볼 수도 있다.
일찍이 선화 상인은 “불교에는 중요한 경전이 많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경전은 바로 <능엄경>이다. <능엄경>이 있는 것은 바로 정법이 세상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 각각의 불교도는 반드시 힘을 다하여 우리의 피와 땀으로 이 <능엄경>을 보호해야 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선화 상인이 미국 땅에서 능엄경을 강의한지 50여년이 흐른 2012년, 한국어로 번역돼 출간된 선화 상인의 ‘친절한’ 강설을 통해 <능엄경>에 나타난 깊고 넓은 대승불법의 이치를 보다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각권 42,000원
저자 선화 상인(宣化 上人, 1918~1995)
중국 위앙종 제9대 법손이다. 1949년 홍콩에서 불교의 다섯 종파 즉 선종, 교종, 율종, 밀종, 정토종을 고루 선양하면서 문호파벌을 타파했고, 서낙원사(西樂園寺), 불교강당(佛敎講堂), 자흥선사(慈興禪寺) 등을 건립했다. 1956년 임제종, 조동종, 위앙종, 법안종, 운문종 등 선가 5종의 법맥을 이은 허운 선사(虛雲 禪師, 1840~1959)의 법맥을 이어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전승하신 법의 제46대이자 중국 위앙종 제9대의 조사가 되고 ‘선화(宣化)’라는 호를 받았다.
1959년 미국에 중미불교총회(법계불교총회의 전신)을 세우고, 1962년 미국으로 건너가서 샌프란시스코에서 불교학당을 설립하여 불법을 전했다. 1974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유키아에 만불성성(萬佛聖城)을 건립한 후 미국 등 세계 각지에 약 20여 개의 도량을 건립하였다. 상인(上人) : 수행이 깊고 덕이 높은 스님을 높여 부르는 중국어
역자 정원규
경남 진주에서 태어나서 진주고, 경북대 중어중문과를 졸업했다. 대학교 다닐 때부터 불교 수행에 심취하여 경전을 즐겨 읽고 좌선, 염불을 했으며, 중국에서 근무할 때 중국불교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바쁜 업무 속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기 위해 틈틈이 큰스님들의 법문을 번역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오대산 노스님의 인과이야기>(2006), <오대산 노스님의 그 다음 이야기>(2007), <염불, 모든 것을 이루는 힘>(2008)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