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주(소설가)
(삽화=정윤경 작가)
깊은 바닷속은 잔잔하다
어떤 사람이 부처님께 물었다.
“마음을 평정하는 방법과 홀로 서는 방법,
그리고 걸림 없이 사는 방법을 알고 싶습니다.
어떻게 해야만 마음에 평정을 이루고,
스스로 설 수 있으며, 집착을 끊을 수 있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대답했다.
”환상을 지워라. ‘내가 있다’라는 환상을.
깨어 있고 주의를 기울이면 욕망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무엇을 이루건 간에 내부로부터 일어나는
자만을 경계해야 한다.
사람은 자신이 남보다 우월하다거나 같거나
열등하다고 생각하는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분별 속에서 나라는 허상은 더욱더 커진다.
사람은 안으로부터 평정을 찾아야 한다.
다른 것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내적으로 평온한 상태일 때 자아는 드러나지 않는다.
깊은 바닷속은 파도가 없으며 늘 고요하고 잔잔하다.
마음에 평정을 이룬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그 사람은 고요하며 집착하지 않는다.
그는 자아의 경계를 허물며
더 이상 자만이나 욕망을 키우지 않는다.“
-숫따니빠다
사족; 내 마음의 수심(水深)은 얼마나 될까? 깊은 바닷속일까, 옅은 바닷속일까? 아니면 깊은 바닷속이 되기도 하고, 얕은 바닷속이 되기도 하는 반복을 끊임없이 되풀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 * *
맨땅 위에 누워 있을지라도
만일 모든 고뇌에서 벗어나고자 한다면
만족할 줄 알아라.
넉넉함을 아는 것은 부유하고 즐거우며 평온하다.
비록 맨땅 위에 누워 있을지라도 편안하고 즐겁다.
그러나 만족할 줄을 모르는 사람은
설사 천상에 있을지라도 흡족하지 않을 것이다.
만족할 줄 모르는 사람은
부유한 듯하지만 사실은 가난하고,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은
가난한 듯하지만 사실은 부유하다.
-유교경
사족: 소욕지족(少欲知足)이란 말이 <유교경>에서 나온 듯하다. 나 같은 중생에게 경제적 여유가 넉넉하지 않고 물질적인 재화가 부족하여 살면서 불편한 점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들이 충족, 충분하다고 해서 행복해지는 것도 아닐 터이다. 물질과 행복은 비례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반비례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다행히 만족이라는 정신적 재화 덕분에 삶을 평온하게 즐길 수 있지 않나 싶다. 만족이라는 정신적 재화는 누구나 마음먹은 대로 꺼내 쓸 수 있는 만인(萬人)이 함께 소유하는 것이기에. 문제는 아직도 꺼내 쓸 줄 모르는 데에 있지 않을까 싶다.
* * *
연꽃은 흙탕물을 묻히지 않는다
마간디야가 부처님께 물었다.
”당신의 견해와 삶의 방식, 미래의 운명은 무엇입니까?“
부처님께서 대답했다.
”사람들이 고집하는 모든 의견을 살피면서
‘나는 이렇게 주장한다’라거나
‘나는 저렇게 주장한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나는 사람들의 모든 의견을 살피되
그들 의견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진리를 추구하여 마음의 평정을 이루었다.”
“그러나 현명한 당신일지라도
어떻게 사색의 방법들 가운데 하나를 드러내지 않고,
사람들의 의견을 지적하지 않으면서
당신이 이룬 마음의 평정을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사색이나 전통, 지식, 의식, 관점으로
마음의 평정이나 명징을 얻은 것이 아니다.
물론 어느 한 가지 도움 없이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평정을 얻기 위해서는 그런 요소는 수단이 돼야 한다.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 얽매여서는 안 된다.”
“그러나 명징이 전통이나 관점으로 얻어질 수 없고,
또 이런 것들 도움 없이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당신의 말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사람들은 명징이 관점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부처님께서 대답했다.
“마간디야여, 네가 이런 질문을 계속하는 것은
너의 고정관념 때문이니라.
너는 너의 선입관에 깊이 사로잡혀 있다.
내가 한 말을 의미가 없다고 받아들이기 때문에
너는 내 말을 이해했다고 생각되지 않는구나.
너는 빼어난 것을 찾고 있으나
명징을 본 사람은 빼어나다거나 같다거나
혹은 뒤떨어진다는 생각이 없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논쟁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현명한 사람이 왜 ‘이것이 진리다.’라거나
‘저것이 거짓이다’라고 말하면서 논쟁에 휘말리겠느냐?
같다거나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없는데
누구와 논쟁을 하겠느냐?
세상에서 홀로 선 사람은 의견과 관점에서
자유로우며 또한 그것들에 얽매이지 않고
논쟁과 주장에 휩쓸리지 않는다.
연꽃이 진흙과 흙탕물을 묻히지 않고
줄기 끝에 솟아 있듯 현명한 사람은
평정을 이루고 세상의 시비에 물들지 않는다.”
-숫따니빠다
사족; 나와 아주 친근한 죽마고우인데, 대화할 때마다 증명하는 버릇이 있는 친구이다. 부처님 말씀인 경전을 보면 너의 말이 틀렸다는 식이다. 심지어는 대선 후보를 평할 때도 부처님 말씀을 예로 든다. 친구가 부처님 말씀을 나열하는 순간은 눈앞에 있는 나는 유령인간이 되고 만다.
송광사 현묵 방장스님은 <금강경>을 아집(我執)과 법집(法執)을 깨트리는 경전이라고 말씀했다. 나는 아집보다 더 견고한 것이 진리에 집착하는 법집이라고 생각하는데 여러분 생각은 어떨지 모르겠다. 자기 주장을 강하게 내세우는 아집보다 경전을 근거로 막무가내식으로 주장하는 사람에게는 달리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논쟁하자니 우정이 소중해서 나는 마이동풍 식으로 대처해 왔다.
부처님께서도 말씀하시지 않는가. 현명한 사람은 ‘이것이 진리다’ ‘저것이 거짓이다’라고 말하지 않는다고. 연꽃이 흙탕물을 묻히지 않고 줄기 끝에 솟아 피어 있다는 부처님의 표현에 백배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