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종정예하 중봉 성파 대종사
40여 년의 작업 120점 선보여
9월27일 개막 11월17일까지 예술의전당

성파 선예 특별전 기자 간담회
“그림을 그릴 때 재료가 있고 사용하는 도구가 있습니다. 붓이나 손가락으로 그림 그리는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은 손톱으로만 그림을 그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나는 최근에 어떻게 생각했냐 하면, 그런 도구도 사용하지 않고 물로 흘리고 바람으로 날리는 그런 것을 한 번 해본다고. 손가락으로 그린 것이 아니고 바람과 물로 그린다고.”
조계종 종정 중봉 성파 스님의 오랜 수행과 예술을 아우른 작품을 총망라해 선보이는 특별 전시회의 막이 올랐다. 조계종 성파 종정예하는 9월27일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앞 특설무대에서 ‘성파 선예(禪藝) 특별전-COSMOS 개막식’을 갖고 11월17일까지 작품을 사부대중에게 선보인다.
이번 특별전에는 성파 스님 40여 년의 예술 세계를 조망하는 불교미술, 서예, 한국화, 도자, 염색, 조각 등 1980년대에 선보였던 금니사경과 최신작은 물론 옻칠 회화와 설치 작품을 중심으로 평생 화업을 대표하는 12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사진 디자인=미디어붓다)
“지금 다들 작품이라 하니까 나도 따라서 작품이라 할 수밖에 없는데 나는 작품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승려로서 아침에 일어나서 예불 모셔야 되는 거라든지 전부 생활하는 걸 다 따라합니다. 짬이 날 때마다 이것도 하다 저것도 하다 그렇게 하다가 보니까 이런 것이 나왔고 또 나는 그걸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하지 않고 그냥 내 생활 속에 하는 일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다른 것하고 다 겸해서 내가 생활하는 삶에 하나의 물적 발자취이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산에 나무도 많이 심어놨습니다. 여기에 가져다 놓을 수가 없어서 전시를 못해서 그렇지.”
성파 선예에 있어 ‘재료에 대한 연구’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그는 닥나무를 재배해 직접 전통 한지를 제작하고, 고려시대 감지(紺紙)를 재현하기 위해 쪽을 직접 키우기도 한다. 특히 성파의 작업 중 괄목할 만한 점은 ‘옻’이라는 물성의 활용이다. 그는 옻의 내구성·방수성·방부성·절연성 등 뛰어난 성질을 전통 재료와 결합하여 회화, 도자, 섬유, 조각 등 성파의 독자적인 옻 예술 장르를 만들어 냈다.
전시는 6개의 섹션으로 구성된다.
▲<태초 太初>에서는 3m 높이의 건칠로 제작된 사각기둥과 여러 원기둥들의 설치미술로, 우주의 시작을 상징하는 암흑물질과 태초의 에너지를 표현한 작품이다. 검은 기둥은 우주의 근원을 탐구하는 상징적 오브제로, 초월적 공간과 시간의 개념을 시각화했다.


▲<유동 流動> 결 · 에너지의 움직임이 펼쳐진다. 옻과 여러 안료들을 혼합하여 물로 흘리고, 중력으로 기울이고, 바람으로 날리는 작업을 통해 유동성과 에너지를 커다란 한지에 옮겨 형상화한 작품이 연이어 전시되어 있다.


▲세 번째 섹션 <꿈 夢>에서는 성파의 초현실 세계로 들어간다. 추상과 구상이 혼합된 인간, 동물, 기하학적 형태들이 혼재하며 무의식 속에서 펼쳐지는 꿈의 세계를 탐험한다.


▲<조물 造物> 작가 성파가 도자와 옻칠을 결합하고 공예와 미술을 넘나들며 ‘칠예 도자’ 장르를 개척한 과정을 보여준다. 정형과 비정형의 공존, 전통과 현대의 만남을 성파 선예의 방식으로 선보인다.


▲<궤적 軌跡> 성파의 생애와 예술적 발전 과정을 추적하는 섹션으로, 그가 걸어온 예술적 궤적을 시기별로 나누어 보여준다. 유교의 시서화를 시작으로 불교의 사경과 도자, 그리고 추상적인 옻칠 예술로 확장되는 성파의 예술적 여정을 탐구한다.


▲마지막 섹션인 <물속의 달> 순서다. 옻판에 바람과 물로 그려진 비정형의 흔적들이 물 속에 반쯤 잠겨 들어앉아 있다. 옻의 방수성을 최대화한 작품으로 상(相)에 대한 집착을 떠나 옻의 물성이 물이라는 물성을 만나 성파의 수행과 철학을 조형 언어로 승화되는 과정을 감상할 수 있다.

영상관에서는 성파 스님의 작업 과정과 통도사 장경각 내 수중 암각화 작품을 담은 영상이 흐른다. 수중 암각화는 옻칠과 자개로 만든 반구대 암각화, 천전리 각석 수중전시다. 반구대 암각화 4m30cmX7m86cm, 천전리 각석 3m30cmX9m30cm가 ‘ㄱ’자로 50cm의 물속에 잠겨져 있다. 그 수면 위로는 지나가는 바람 따라 물결이 일고, 내리는 비를 맞고, 하늘을 담고, 구름이 흘러간다.
한편 국제적 패널들이 참석하는 전시연계 학술대회와 관객참여형 다도 프로그램도 눈길을 끈다. "성파의 예술 세계"를 주제로 10월 10일(목)에 열리는 학술대회는 심은록(미술평론가), 이동국(경기도박물관장), 이영준(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 이인범(미술평론가), 정종미(한국화가, 전 고려대학교 교수), 마엘 벨렉 Mael Bellec(세르누치미술관 큐레이터), 버지니아 문 Virginia Moon(LA카운티미술관 큐레이터) 등이 참여해 다각도의 시선에서 성파의 예술관을 논한다. 행사는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4층 컨퍼런스홀에서 10월 10일(목) 오후 1시 30분에 진행된다.
다도 프로그램은 전시 기간 중 한가람디자인미술관 로비 내 특별 마련된 다도 공간에서 진행된다. 네이버 예약으로 선착순 운영되며 추후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번 전시에서 한 가지. 어둠 속에서 검은 오브제를 살려야 할 <태초 太初> 섹션의 공간 위로 다른 섹션의 붉은 조명과 밝은 조명이 침범해 들어오고, 형체를 드러낸 천정의 철재 구조물들과 너무 날카로운 바닥의 띠 조명이 감상의 집중도를 떨어뜨린다는 것과 <꿈 夢> 섹션의 붉은 조명이 너무 강해서 민감한 관람자의 눈에는 피로도를 증가시킬 수도 있으리라는 우려를 느꼈던 것은 아쉬웠던 점이다.


(사진=미디어붓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