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람과 

함께 지내며

참사람과 더불어 

사귀라

참사람의 

참 가르침을 알면

모든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되리

청계사 동종(사진 디자인=미디어붓다)

이 시는 <쌍윳따니까야> 싸뚤라빠 무리의 품 1:31 ‘참사람과 함께의 경(Sabbhisutta)’에서 하늘사람[天人]들에게 들려준 부처님의 게송이다. 

부처님께서 사왓티 시의 제따 숲에 있는 아나타삔디까 승원[기원정사]에 계시 던 어느 날 깊은 밤중에 많은 싸뚤라빠 무리(Satullapakāya)의 하늘사람들이 아름다운 빛으로 제따 숲을 두루 밝히며 찾아왔다. 도리천 제석천궁에 사는 하늘사람들인 싸뚤라빠 무리들에게는 다음과 같은 인연담이 Srp(쌍윳따 주석서)에 전해온다. ‘싸뚤라빠’는 ‘백 명의 외치는 자’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상인들이 바다를 건너는데, 폭풍우가 몰아쳐서 배가 가라앉게 되었다. 그러자 그들은 각각 자신이 신봉하는 수호신의 이름을 외쳐대며 구원을 청했다. 이들 중 오직 한 사람만이 결가부좌를 한 채 동요하지 않고 앉아 있었다. 한 동승자가 그에게 죽음 앞에서도 태연자약할 수 있는 이유를 묻자 그는 여행을 떠나기 전 부처님의 승단에 공양을 드리고 귀의했으므로 어떤 두려움도 없다고 대답했다. 그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알려달라는 동승자의 부탁을 받고, 그들을 백 명씩 일곱 그룹으로 나누어 차례로 부처님의 오계를 가르치고 오계의 가르침을 마음에 새겨 확실히 귀의하도록 했다. 배는 점점 깊이 가라앉아 모두 죽게 되었고 그들은 서른셋 신들의 하늘나라(도리천)에 다시 태어나 제석천궁에서 살게 되었다.”  

아나타삔디까 승원을 찾아온 싸뚤라빠 무리들이 바로 이 하늘사람들이며, 이들은 위대한 스승인 부처님을 찬양하기 위해 깊은 밤중에 제따 숲을 방문했던 것이다. 

싸뚤라빠 무리들은 부처님에게 예배한 후 한쪽으로 물러나 선 후, 여섯 명의 하늘사람들이 차례로 나서 시를 읊었다. 

하늘사람들이 읊은 시의 내용은 참사람과 함께 지내며, 참사람과 함께 사귀고, 참사람의 참다운 가르침을 알면 ‘보다 착해지고 악함이 없어진다’는 것을 비롯하여, ‘남에게 얻을 수 없는 지혜를 얻는다’는 것, ‘슬픔 가운데 슬퍼하지 않는다’는 것, ‘친지들 가운데 빛난다’는 것, ‘행복한 곳으로 간다’는 것, ‘불사(不死)의 행복 속에 산다’는 것 등이다.

이번에 소개하는 깨달음의 시는 부처님께서 하늘사람들이 읊은 시에 대해 “차례로 모두 잘 읊었는데, 내 것도 들어보라.”며 자애와 연민의 마음을 담아 답시로 읊으신 것이다. 

이 시에서 핵심이 되는 것은 ‘참사람’과 ‘참다운 가르침’과 ‘모든 괴로움에서 벗어남’이다. 

먼저 참사람은 쌉뿌리싸(sappurisa)에 대한 전재성 님의 번역이다. 쌉뿌리사는 싸뜨(sat)와 뿌리싸(purisa)의 합성어이다. 싸뜨에는 ‘존재하는(有), 진실한(眞), 착한(善)’이라는 세 가지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데, 어원적으로 착하다는 의미 이전에 실재한다는 의미에서 진실, 즉 참을 뜻하고 있음을 알 수가 있다. 한역에서는 쌉뿌리싸를 선남자(善男子)라고 번역해 우리나라 불자들에게는 선남자가 더 익숙하다. 그러나 붓다고사는 ‘진리를 따르는 진실한 사람’, 즉 선한 사람으로 쌉뿌리싸를 정의하고 있어, 이 글에서는 한국빠알리성전협회 전재성 님의 번역인 참사람을 따른다. 앞으로도 본 고에서는 보다 적확하다고 여겨지는 전재성님의 번역을 채택할 예정이다.

‘참사람’은 오계를 지키는 차원의 윤리적 인간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며, 성자의 흐름에 들기 전의 감각적 쾌락에 대한 욕망의 세계의 마지막 의식단계에 도달한 자, 그리고 상수멸정을 성취하고 해탈한 아라한과 붓다 자신을 지칭하는 의미도 함께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참사람에는 고귀한 제자들이 모두 포함되며, 네 쌍으로 여덟이 되는 무리[四雙八輩]를 모두 지칭한다. 

시구 ‘참다운 가르침’은 오계(五戒), 사념처(四念處), 사성제(四聖諦), 팔정도(八正道) 등으로 대표되는 부처님의 가르침, 즉 정법(正法)을 의미한다.

시구 ‘모든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되리’는 부처님 가르침의 핵심이자, 불교가 탄생한 목적이라고 할 수 있는 부처님 탄생게에서도 언급하고 있는 내용이다. 널리 알려진 것과 같이 부처님의 탄생게는 “하늘 위나 하늘 아래 오직 나 홀로 존귀하다. 모든 세상이 다 고통 속에 있으니 내 마땅히 이를 편안케 하리라.”( 天上天下 唯我獨尊 三界皆苦 我當安之)이다. 이 탄생게의 후반부에서 보듯이 부처님께서 인천(人天)의 중생들에게 전한 가르침은 괴로움의 세계인 삼계, 즉 윤회라는 고통의 끝없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욕계, 색계, 무색계의 중생들을 그 굴레로부터 해탈시키는 데 그 목적이 있었다.  

한편의 짧은 시이지만, 부처님의 시에는 그 시어와 시구 하나하나에 불교의 요체가 고스란히 담겨 있어 그저 놀랍기만 하다. 

청계사 동종 부분(사진 디자인=미디어붓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