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자천하지대본-땅, 장지.자연염료.분채,금박,콩즙, 72x60cm(20호), 2023
무우수갤러리에서는 불기2567(2023)년 9월 15일(금)부터 10월 1일(월)까지 작가 이영희 초대전 『한국색을 읽다』를 개최한다.
색의 마술사라고 하는 몬드리안은 우리나라에도 매우 많이 알려진 추상 미술의 선구자 중 한 사람이다. 그의 이름을 모르거나 작품명을 몰라도 격자 무늬 속에 붉은색, 파란색, 노란색 등 원색으로 이루어진 작품 같은 경우는 한 번쯤 보았을 것이다. 몬드리안은 수평과 수직의 두 선분에 색을 배합하여 생명의 근원을 암시하고 질서와 균형을 기본 구도로 표현하고 있으며 매우 단순한 형태와 색상을 통해 순수한 추상성을 바탕으로 한 보편적 세계를 창조하였다. 이후 몬드리안과 같은 표현 기법을 신조형주의(新造形主義, Neoplasticism)라고 했고 이러한 시도는 우리의 일상 생활 가구나 건축 등에도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우리만의 색은 어떤 색일까? 우리에게도 우리를 특징짓게 하는 색깔이 있다. 바로 오방색이다. 음양오행 원리의 전통색채인 오방색은 대한민국을 표현하는 색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단군신화 Ⅰ-천(ㅇ),지(ㅁ),인(△), 장지.자연염료.분채.금박.은박.먹.콩즙, 30x90x10cm(30호), 2013
마침 인사동에 있는 무우수갤러리에서 색을 통해 우리나라 문화를 이해하려는 이영희 작가의 『한국색을 읽다』 초대전이열린다. 이영희 작가는 한국색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으며 우리의 전통색을 자연 염료를 통해서 구현하기 위해 염료의 원료인 치자, 정향, 쪽, 황벽 등 다양한 재료를 연구하고 활용하여 작품 세계를 펼치고 있다. 아울러 오정색과 오간색의 다양한 추구를 통해 전통적이면서도 동시에 현대적이고, 한국적이면서 동시에 서구에서도 받아들여질 수 있는 절묘한 ‘조화와 균형’의 한국화 기법을 개발하고 적용하며 동양과 서양을 넘어 보편적 가치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오고 있다.
그의 작품 <옛하늘-현색>, <농자천하지대본-땅>, <단군신화 Ⅰ-천(ㅇ),지(ㅁ),인(△)> 등과 같이 구상적이고 추상적인 퇴색된 색채는 오랜 시간이 중첩된 우리 역사와도 같으며, 작품 <푸른산 푸른물-청산록수>, <오간색보> 등과 같이 고운 전통 보자기를 떠올리게 하는 색깔과 기하학적 형태는 정다겨움을 불러일으켜서 전통과 현대의 조화, 동서양의 시공을 뛰어넘는 작품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작품 <색 사군자-국죽난매>, <노랑저고리 다홍치마>, <삼태극-청>, <삼태극-황>, <삼태극-적> 등에서 반투명의 색채 속에 드러나는 국화 문양, 태극 문양, 문살 문양 등은 작가가 말하는 ‘색으로 한국을 읽는’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작품 <색사군자-난> 등에서는 몬드리안의 추상성과 기학학적 형태 역시 엿볼 수 있으나, 작품 <색동Ⅰ> 등에서는 역시 강렬한 한국의 색채를 느낄 수 있다.
옛하늘-현색. 장지.자연염료.콩즙. 60x60cm(20호), 2023
미술사학박사 김수현은 이영희 작가의 작품에 대해 “한국인이라면 그 어디서나 보는 그 순간 태고적인 기억까지도 환기시키는 이영희의 작품은 간결하고도 상징적인 기하학적 형태에 의해 더욱더 그 의미가 부가된다”라고 평가하고 있다.
작가 이영희는 중앙대학교 대학원 한국화과를 졸업하고 현재 한국색연구소 소장과 서울스톡 공식 아티스트 등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중앙대학교에 출강하고 있다. 북경올림픽기념 한국현대화초대전(2009,중국), 동양화 새천년전(2007,예술의전당미술관), International Tour Show (미국, 터어키, 중국, 서울 등) 등 다양한 초대전 및 단체전에서 한국화와 색의 아름다움을 드날리는 전시회에 참가하였으며 <도시산수>(2021, 갤러리 그림손), <色-타임캡슐전>(2014, 안상철 미술관) 등 수많은 개인전을 이어오며 주목받는 화가로서 평가받고 있다.
푸른산 푸른물-청산록수, 장지.자연염료.분채.콩즙. 60x60cm(20호), 2009
『한국색을 읽다』전은 무우수갤러리의 K-ART 시리즈의 연속으로 기획한 이영희 작가 초대전이다. 한국의 전통적 색채가 세계 문화로의 발전 가능성을 보여주는 전시로서 가치가 크다. 이영희 작가의 작품이 지닌 동서양 문화의 융합과 보편적 추상미술로서의 가치는 앞으로 작가의 성장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해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