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사과(Rose Apple)를 아시나요?” 열대과일 중의 하나인 장미사과는 우리나라에서는 비교적 생소한 과일이다. 장미사과라는 이름은 ‘장미향이 나는 사과 같은 과일’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실제로 열매에서 장미향이 나고 과육의 90%가 수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장미향기는 다양한 요리에 잘 어울려서 음료를 향긋하고 상큼하게 만들어준다. 

장미사과의 다양한 부위가 전통의약으로 활용된다. 인도에서는 이 열매가 뇌와 간을 강화시킨다고 믿고 있다. 열매 추출물은 이뇨제, 꽃은 해열제로 이용한다. 종자는 이질, 설사, 기관지염 치료에 이용되고 니카라과에서는 종자를 볶아 가루로 만들어 당뇨 치료에 복용하며 콜롬비아에서는 종자가 마취효과가 있다고 믿는다. 잎을 달인 물은 눈의 염증 치료 및 관절염 치료에 이용되고 이뇨제, 거담제로 활용된다. 껍질을 달인 물은 구토 및 설사유발, 줄기를 달인 물은 천식, 기관지염, 목이 쉴 때 복용한다. 쿠바에서는 뿌리를 간질 치료에 이용하기도 한다. 뿌리, 줄기, 잎에서 소량의 시안화수소산(hydrocyanic acid), 잠보신(jambosine) 알칼로이드가 존재하며 이들 성분 때문에 다량 섭취하면 독성작용을 나타낸다.

맛은 그 이름처럼 달콤한 장미 꽃잎 향과 비슷하다. 흔하게 접할 수는 없지만 그 맛은 독특하다. 과육은 신선하고 바삭하다. ​물에 잠긴 장미사과에는 적절한 양의 비타민 A와 C가 들어있고, 항산화 특성이 있어 산화 손상을 방지하고 신체 기능을 원활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철분, 칼슘, 비타민 B3를 제공하는데 특히 칼슘은 골밀도를 높여 골다공증을 예방하는 데 꼭 필요한 영양분이다. 

원산지인 말레이시아를 중심으로 인접 국가인 인도,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필리핀, 중국 남부에 전파되어 재배되고 있다. 열매를 먹기도 하지만 관상용으로 인기가 있다. 일반 시장에서는 보기 드물며 주로 농가 근처에서 몇 그루씩 재배하여 아이들이 따 먹는 정도이다. 드물게 지역시장에서 유통되기도 한다. 

장미사과의 효능은 이처럼 다양하고, 사람에게 매우 유용하다. 이런 이유로 붓다 재세 당시 잠부디빠(인도의 옛 이름)에서도 장미사과에 대해 매우 높은 평가를 했던 것 같다. 따라서 붓다의 설법 가운데 장미사과와 관련된 것이 없을 리 없다. 붓다는 장미사과에 대한 당시 사람들의 최고의 평가를 잘 알고 있었기에 열반으로 이끄는 5가지의 능력, 즉 오력(5力)을 제자들에게 설명하는데 장미사과 나무를 등장시켜 쉽게 이해하도록 배려한 것으로 보인다. 장미나무를 법문의 소재로 등장시킨 붓다의 설법은 <쌍윳따니까야> 48:67 ‘나무의 경①’ [paṭhamarukkhasutta]이다. 

“수행승들이여, 예를 들어 잠부디빠에 어떠한 나무가 있든지 그들 가운데 장미사과 나무를 최상이라고 한다. 수행승들이여, 이와 같이 어떠한 깨달음에 도움이 되는 것 가운데에서도 깨달음으로 이끄는 지혜의 능력을 최상이라고 한다. 

수행승들이여, 깨달음에 도움이 되는 것이란 무엇인가? 수행승들이여, 믿음의 능력이 깨달음에 도움이 되는 것이며, 정진의 능력이 깨달음에 도움이 되는 것이며, 새김의 능력이 깨달음에 도움이 되는 것이며, 집중의 능력이 깨달음에 도움이 되는 것이며, 지혜의 능력이 깨달음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수행승들이여, 예를 들어 잠부디빠에 어떠한 나무가 있든지 그들 가운데 장미사과 나무를 최상이라고 한다. 수행승들이여, 이와 같이 어떠한 깨달음에 도움이 되는 것 가운데에서도 깨달음으로 이끄는 지혜의 능력을 최상이라고 한다.” - 전재성 옮김.

붓다가 이 설법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내용은 5력에 관한 것이다. 5력이란 무엇인가? 깨달음으로 이끄는 다섯 가지의 힘(5력)이다. 구체적으로는 땃따(믿음의 힘, 信力), 위리야(정진의 힘, 精進力), 따띠(새김의 힘, 念力), 사마디(삼매의 힘, 定力), 지혜(생멸 변화를 아는 통찰지혜의 힘, 慧力)을 말한다. 업의 결과를 믿는 것이 중요하며, 이것을 믿는 신심이 강한 사람은 반드시 법을 성취할 수 있다. 이미 일어난 불선업(不善業)을 두 번 다시 생각하지 말고, 아직 일어나지 않은 불선업은 일어나지 않게 알아차려야 한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선업은 일어나게, 이미 일어난 선업은 더욱 커지게 알아차려야 한다. 위리야(정진력)는 가죽만 남을 지라도 법을 성취할 때까지 쉬지 않겠다는 다짐이며, 나아가 살과 피가 모두 마를 지라도 법을 성취할 때까지 쉬지 않고 정진하겠다는 단단한 각오를 말한다. 또한 새김(사띠, 알아차림)의 힘이 충분해야 도와 과, 열반을 성취할 수 있는데 사띠의 대상은 바로 신수심법[사념처]이다. 특히 생멸을 분명하게 아는 지혜, 즉 빠냐(반야)의 힘이 충분해야 도와 과, 열반을 성취할 수 있다. 여기서 분명하게 알아야 할 대상은 물질의 법, 정신의 법, 원인의 법, 결과의 법이고, 생멸하는 현상을 통하여 무상, 고, 무아를 보는 지혜이다. 5력 중에서 사띠의 힘은 크면 클수록 좋고, 신심과 지혜, 위리야는 균형에 맞게 조절해야 한다. 신심이 너무 강하고 지혜가 약하면 정사(正邪, 옳고 그름)을 구별하지 못해 존경해야 할 대상과 존경하지 않아야 할 대상을 구분하지 못한다. 또한 위리야가 너무 강하고 집중력이 약하면 마음이 산란해지기 쉽고, 사마디가 넘치고 정진력이 약하면 사띠없이 고요하거나 흐릿해질 수 있다. 즉 5력 사이의 조화와 균형도 실제 수행에서 매우 중요한 것이다. 

붓다는 ‘나무의 경’ 설법에서 장미사과 나무의 예를 들어, 깨달음에 도움이 되는 것, 즉 5력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5력 가운데에서도 지혜의 능력이 최상임을 역설하고 있다. 그러나 열반의 마지막 열쇠라고 할 수 있는 지혜, 즉 통찰지의 힘은 나머지 네 가지의 힘, 즉 믿음, 정진, 새김, 삼매의 힘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므로 5력 가운데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장미사과(사진=Pixabay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