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명주사 고판화박물관 부처님오신날 기념 특별전으로 열려 

불기2567(2023)년 부처님오신날 기념으로 “불교도상의 향연 - 동아시아 밀교만다라 특별전”이 ‘2023년 문화재청 생생문화재 사업’으로 오는 5월 17일부터 8월 31일까지 100여 일에 걸쳐 원주 명주사 고판화박물관(관장 한선학)에서 열린다. 

고판화박물관의 이번 전시에는 불교 도상을 중요한 수행의 도구로 삼는 밀교의 특성을 보여준다. 불, 보살과 명왕 천신 등 판화로 만들어진 200여 종의 불교미술 도상을 소개하는 ‘불교도상의 향연- 동 아시아 밀교 만다라 특별전’을 열어, 학자와 작가들을 비롯하여, 동양 문화의 문을 열고자 하는 시민들에게 마음의 눈을 얻을 수 있도록 전시회를 기획했다.

동국대에서 불교미술을 전공한 한선학 관장이 30여 년 동안 수집한 6,000여 점의 고판화 유물 중에는 자연스럽게 불교 판화가 2,000여 점이 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불교 판화가 많이 만들어진 장르인 정토와 밀교와 관련된 판화가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작년에 정토 판화 소개에 이어 이번 전시회에서는 밀교판화를 소개함으로써 불교판화의 다양성과 독창성을 아우르는 자리가 되고 있다. 

일본-금강계만다라 부분 

불교미술의 주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밀교 미술을 판화로 표현한 대표적인 작품들은 밀교가 발전하였던, 티벳과 일본의 작품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일본의 대형 태장계만다라와 금강계만다라를 흑백판화와 채색판화를 동시에 보여줄 뿐 아니라, 태장계와 금강계만다라에 등장하는 200여 분의 불, 보살과 명왕, 천신을 명치시대에 크게 판각한 판화들을 태장계, 금강계만다라 옆에 족자 형태로 전시하여 불화를 입체적으로 연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불화 초를 얻을 수 있는 중요한 자리가 될 것이다. 

티벳-금강수(보현)보살 판목 / 티벳-금강수(보현)보살 판화 

티벳 자료로는 칼리차크라 만다라를 찍을 수 있는 판목을 비롯하여, 보현보살의 화신인 금강수 보살 판목, 대위덕명왕 판목이 소개되고 있으며, 티벳의 덕격인경원의 대위덕금강중신 판화 등 쌍신불 밀교 판화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전시회에 처음으로 출품되는 주요한 작품으로는, 삼국유사에도 등장하는, 밀교 문두루 법을 그림으로 볼 수 있는 중국 당시대 그림을 일본에서 판화로 복각한 승적비사문천왕勝敵毘沙門天王판화이다. 당나라에 가서 공부하고 온 신라의 명랑법사가 문무왕의 지시로 사회와 국가를 지키는 기도법인 문두루법을 실시하여 당나라 병사들을 물리쳤다는 기록이 글로는 남아 있었으나, 그림으로 표현된 자료가 없었는데, 이번에 전시되는 원적비사문천왕 판화를 통해 밀교의 진호국가 의례가 당나라 때부터 성행하였음을 알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되고 있다. 

이 자료는 5년 전에 일본 옥션을 통해 구한 수집품이며, 크기가 가로, 세로 46센티의 정사각형 판화이며, 갑옷을 입고 무기를 들고 있는 비사문천왕이 등장하고 주변에는 오제용왕이 호위하고 있으며, 발로는 적을 제압하고 있는 모습이다. 비사문천왕상 밑으로는 길상동자가 많은 재물을 뿌리는 장면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 장면의 설명이 글로 표현되어 있다. 

당 승적비사문천왕글자부분 / 당 승적 비사문천왕 간기 

비사문천왕 왼쪽에 있는 글자의 내용을 번역하면서 당 현종의 명으로 불공삼장이 진호국가 기도법인 문두루법을 시행하여 적들을 물리친 송고승전에 나온 이야기임을 알 수 있었으며, 화면의 아래쪽 하단의 간기를 통해 당 시대 판본을 에도시대 문구 2년(1862)에 교토에서 복각한 자료임을 알 수 있었다. 전시회를 통해 처음 소개되는 승적비사문천판화를 통해, 동 아시아에서 사라져 버린 사회와 국가를 위한 진호국가 기도법인 문두루 법을 다시 재현할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중국 송, 원대 작품으로 추정되는 비단에 목판으로 찍은 범어가 들어 있는 다섯 명왕이 오방으로 호위하는 문수보살상 작품은 특히 문수보살이 타고 있는 사자의 판각 솜씨가 돋보이는 등 빼어난 작품성으로 인해 동아시아 고판화의 뛰어난 작품으로 새롭게 자리매김할 만한 작품이다. 

일본의 국보로 지정되어 있는 북송시대 제작된 공장명왕상을 일본의 자랑인 목판 인쇄술을 자랑하기 위해 제작된 작품으로 1904년 미국의 세인트루이스에서 열린 만국박람회에 출품되어 금패를 받은 작품이라고 한다. 대형 공작명왕상 불화판화는 판각술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을 뿐 아니라, 불화를 그리는 작가들을 위한 불화 초의 역할도 할 수 있는 작품이다. 

한국의 유물로는 고려시대 판각된 금강계, 태장계다라니와 유가심인도가 돋보이며, 밀교의식을 종합해서 보여주는 500여 년 전 조선에서 만들어진 강원도 유형문화제 151호인 안심사 제진언집과 강원도 문화재자료 153호인 만연사판 중간진언집이 소개되어 밀교의 세계를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하고 있다.

5월 8일 기자 간담회에서 동아시아 밀교 만다라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고판화박물관 한선학 관장.

전시회를 기획한 한선학관장은 "이번에 기획한 특별전은, 고판화박물관 개관 20주년 기념 2번째 대규모 전시회로, 특히 그동안 수집된 고판화박물관 유물 6,000여 점 중 불교 회화사와 판화사에 주목받는 ‘밀교’와 관련된 목판과 전적, 불화 판화 등 200여 점을 선별하였으며, 관련학자들과 전문가들 뿐 아니라 일반 관람객들에게도, 동아시아인들이 꿈꿔왔던 현생에서 성불하는 즉신성불의 길인 밀교의 세계를 고판화를 통해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어 동양 문화를 심층적으로 연구 발전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원주 명주사 고판화박물관은 개관 20년을 맞이한 국내 유일의 판화전문박물관으로 국내외 동아시아의 다양한 옛날 판화를 6,000여 점 수집하여 중국 소주공예미술학원, 일본 동경 국문학연구자료관, 한국 국립민속박물관 등 국내 외 다양한 기관의 초청전시회를 비롯하여, 60여 차례의 특별전시와 연구, 교육 등을 통해, 세계적인 고판화 전문 박물관으로 높은 주목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