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사람에게는 다소 생경한 사립산(砂粒算)이라는 말이 있다. 글자의 뜻은 모래알 계산, 또는 모래알 계산법을 말한다. 사립산은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 아르키메데스(Archimedes)가 우주의 충만한 모래알의 수를 계산한 데서 연유한 말이다. 그는 모래알의 계산법을 설명한 소논문에서, 1,000알의 모래는 겨자씨 크기에 해당하며, 겨자씨 한 알의 지름은 지폭의 1/40보다 작지 않다고 가정하면서 모래알 수를 계산했다. 그 계산이 사실에 부합하는지 알 수 없지만, 겨자씨는 아주 작은 입자를 상징하는 대명사로 자주 사용되었다. 

불교나 힌두교의 경전이나 기독교의 성경에도 겨자씨는 자주 등장한다. 가장 길고 영원하며, 무한한 시간을 의미하는 겁(劫, kalp)에 대해 불교에서는 사방과 상하로 1유순(由旬:약 15 km)이나 되는 철성(鐵城) 안에 겨자씨를 가득 채우고 100년마다 겨자씨 한 알씩을 꺼내 겨자씨가 다 꺼내지는 시간[겨자겁], 또는 사방이 1유순이나 되는 큰 반석(盤石)을 100년마다 한 번씩 흰 천으로 닦아 그 돌이 다 마멸되는 데 걸리는 시간[반석겁]이라고 말한다. 힌두교에서는 1겁을 43억 2천만 년으로 삼는다고 한다. 기독교 성경에서는 아주 작다는 의미로 천국을 겨자의 씨앗에 비유한다. 영적으로,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점진적으로 그 영역을 넓혀가는 하나님 나라를 겨자씨에 비유한 것이다. 

불교에서 겨자씨는 겁을 설명하는 비유뿐 아니라, 붓다께서 욕망을 여의는 것이 얼마나 큰 가치를 갖고 있는가를 비유하는 게송에서도 사용되었다. 

<법구경 -담마파다> ‘존귀한 님의 품’에는 겨자의 씨(sāsapo, A mustard-seed)와 관련된 붓다의 시(게송) 두 편이 나온다. 

연꽃잎 위에 있는 물처럼

송곳 끝에 있는 겨자씨처럼

감각적 쾌락의 욕망에 오염되지 않는 님,

그를 나는 존귀한 님이라고 부른다. 

붓다가 이 게송을 설한 연유는 장로니 웁빨라완나(Uppalavaṇṇa)의 겁탈 사건이 배경이 되었다. 붓다가 사왓티 시의 제따 숲에 계실 때, 이미 번뇌를 완전히 제압해 아라한이 된 웁빨라완나가 겁탈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러자 일부 비구들이 법당에 모여 이 사건을 두고 이야기를 나눴다.  

“번뇌를 부순 자들이라도 감각적 쾌락의 욕망을 채운다고 생각한다. 왜 채우지 않겠는가? 그들이라도 대추나무나 개미 언덕이 아니라 신선한 고기로 이루어진 신체를 지닌 생명체이다. 그러므로 그들도 감각적 쾌락의 욕망을 즐길 것이다.” 

비구들이 모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을 마침 그곳을 지나던 붓다께서 보고 물었다.  

“비구들이여, 여기 함께 모여 어떤 이야기를 하는가?”

비구들이 자신이 나눈 이야기를 말하자 붓다가 말했다. 

“비구들이여, 번뇌를 부순 자들은 감각적 쾌락의 욕망을 즐기지 않고 그것을 채우지도 않는다. 연꽃 위에 떨어진 물방울이 달라붙지 않고 머물지 않고 굴러서 떨어지는 것처럼, 송곳 끝에 있는 겨자씨가 달라붙지 않고 머물지 않고 굴러서 떨어지는 것처럼, 그와 같이 번뇌를 부순 자의 마음에 감각적 쾌락의 욕망은 달라붙지도 않고 머물지도 못한다.”

그리고 붓다는 위의 게송으로 비구들을 가르쳤다. 이 가르침이 끝나자 많은 사람들이 흐름에 든 경지, 즉 수다원이 되었다.  

여기서 붓다가 언급한 감각적 쾌락의 욕망에는 물질적 쾌락의 욕망과 정신적 쾌락의 욕망 두 가지가 있다고 주석은 설명한다. 그러므로 아라한은 이 두 가지 욕망을 완전히 부순 성자인 것이다. 붓다는 이어 겨자씨의 비유와 관련된 시를 한 편 더 읊었다. 

탐욕과 성냄과

자만과 위선이 떨어져 나간 님, 

송곳 끝의 겨자씨처럼,

그를 나는 존귀한 님이라고 부른다. 

이 시는 탐욕과 성냄과 자만과, 다른 사람들의 공덕을 말소하는 성격을 가진 위선이 송곳 끝의 겨자씨처럼 떨어져간 자, 겨자씨가 바늘 끝에 남아 있지 못하는 것처럼 마음속에 그러한 것들이 남아 있지 않은 자를 존귀한 님이라고 부른다는 내용이다. 이 게송은 마하빤타까(Mahā Panthaka)와 쭐라 빤타까(Cūḷa Panthaka)의 이야기가 배경이 되었다. 쭐라 빤타까는 한역경전에서 청소로 깨달음을 얻은 ‘주리반특(周利槃特)’이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마하 빤타까는 출가한 뒤에 너무 행복하여 동생 쭐라 빤타까도 출가시켰다. 그러나 쭐라 빤타까는 넉 달 동안이나 노력을 기울였으나 사행시 하나 외우지 못했다. 그것을 보고 형인 마하 빤타까는 ‘너는 가르침을 배워서 재가의 삶의 향수를 버리는 것이 불가능하다. 여기서 살아서 무엇 하겠는가? 여기서 떠나라.’라고 말하고 승원에서 끌어내고 문을 잠궜다. 그러자 수행승들이 ‘벗들이여, 장로 마하 빤타까가 이러한 일을 했다. 번뇌를 부순 자가 화를 낼 수가 있는가?’라고 논의했다. 마침 붓다께서 이 광경을 보고 ‘수행승들이여, 여기 모여 무슨 이야기를 하는가?’라고 묻자 이러이러한 이야기를 했다고 말하자, 붓다는 ‘수행승들이여, 번뇌를 부순 자에게 탐욕, 성냄, 어리석음의 번뇌는 없다. 나의 아들이 무엇보다도 가르침을 중시하고 가르침을 앞세우는데 그러한 일을 했겠는가?’라고 말하고 이어서 시로써 ‘탐욕과 성냄과 자만과 위선이 떨어져 나간 님, 송곳 끝의 겨자씨처럼, 나는 그를 존귀한 님으로 부른다.’라고 가르쳤다. 이 가르침이 끝나자 많은 사람들이 성자의 흐름에 든 경지 등을 성취했다. 

한편 승원 밖으로 내쳐진 쭐라 빤타까는 붓다의 따뜻한 배려로 승원에 남을 수 있었다. 그가 세속에 있을 때 청소 일을 했던 것을 안 붓다는 그의 근기에 맞춰 청소를 통해 수행을 하는 방법을 일러주었다. 쭐라 빤타까는 붓다로부터 받은 천 조각을 들고 ‘라조하라낭(rajoharaṇaṃ)’, 즉 ‘먼지를 털고 때를 닦아내라.’를 되뇌며 청소에 전념했다. 그런 와중에 본래 깨끗했던 천 조각이 청소하면 때와 먼지로 더러워지고, 털고 빨면 다시 깨끗해지는 것을 본 쭐라 빤타까는 자연스럽게 사람도 마음을 오염시키는 감각적 쾌락의 욕망을 제거하면 번뇌가 부른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removal of human passion)는 붓다의 가르침을 깨닫게 되었고, 오래지 않아 아라한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