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깨달음을 이룬 붓다가 그 제자들을 이끌고 까삘라왓투를 방문했을 때, 붓다는 왕궁으로 이어진 길을 벗어나 성 밖 니그로다 숲으로 향했다. 성대한 연희를 준비하고 기다리던 숫도다나 왕과 사끼야 족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붓다와 그 제자들은 까삘라왓투를 떠날 때까지 왕궁으로부터 1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이곳에서 머물렀다. 아버지 숫도다나를 비롯한 수많은 사끼야 족을 교화하고, 야소다라와 해후한 붓다는 이복동생 난다와 어린 아들 라훌라를 출가시켰다. 8일간의 고향방문을 마치고 새로 출가한 사끼야 족 수행자들과 함께 까삘라왓투를 떠날 채비를 하던 붓다에게 양모 고따미가 가사 한 벌을 들고 니그로다 숲으로 찾아왔다. 

“세존이시여, 제자들께서 당신의 가사를 준비하기에 바쁘며, 가사가 만들어지는 대로 까삘라왓투를 떠날 계획이라고 들었습니다. 이 가사는 당신께서 출가한 뒤 내 손으로 실을 자아내고 베를 짜 만든 것입니다. 스승이시여, 저를 위한 연민으로 부디 이 가사를 받아주십시오.” 

그러나 붓다는 양어머니가 정성을 다해 만든 가사를 공양 받는 것을 사양하고 끝내 상가에 보시하도록 허락했다. 그러고는 네 가지의 보시(布施)에 대해 설법했다. 

“세상에는 네 가지의 보시가 있습니다. 보시가 청정하거나 혹은 불순하게 되는 것은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에 의해 결정됩니다. 주는 사람에 의해 청정해지는 보시가 있는가 하면, 받는 사람에 의해 청정해지는 보시, 주는 쪽과 받는 쪽 둘 모두에 의해 불순해지는 보시, 그리고 주는 쪽과 받는 쪽 모두에 의해 청정해지는 완전한 보시가 있습니다. 주는 사람이 선량하고 자비로운 성격의 소유자임에도 받는 사람이 사악한 사람이라면, 그 보시는 주는 사람에 의해 청정한 것이 됩니다. 베푸는 사람이 사악한 사람임에도 받는 사람이 친절하고 자비로운 사람이라면, 그렇게 베풀어진 보시는 받는 사람에 의해 청정한 것이 됩니다. 주는 사람은 물론 받는 사람도 사악한 사람이라면 베풀어진 것이 불순한 것이 되겠지만, 양쪽 다 선의와 자비심으로 주고 또 받는다면 그런 보시는 둘 모두에 의해 청정한 것이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최상의 보시는 주는 사람 받는 사람, 양쪽 모두 선의에 의해 청정해지는 그런 보시입니다.” 

-<맛지마니까야>142 ‘보시에 대한 분석의 경’ 참조

이때 고따미가 보시한 가사의 색깔은 짙은 주황색이었다. 가사의 색깔이 짙은 주황색이었던 것은 고대 인도에서 시신에게 입힌 수의의 색깔이 주황색이었고, 붓다와 붓다의 제자들은 시신에게 입혔던 주황색 수의(壽衣)의 천 조각으로 가사를 지었기 때문이다. 짙은 주황색 수의는 황금빛 붉은 꽃을 피우는 샤프란(Saffron)으로 염색해 만들어졌다. 마지막 길을 떠나는 망자에게 금처럼 귀했고, 즐거움이라는 꽃말을 가진 샤프란 꽃으로 염색한 천을 입힌 것은 옛 인도인들의 따뜻한 마음이었을 것이다.  

고따미가 샤프란 꽃 색깔로 염색한 짙은 주홍색 가사로 인해 붓다와 그 제자들의 가사 색깔이 짙은 주홍색으로 정해졌다는 이야기도 일부에서 전해지고 있지만, 시신에게 입혔던 수의의 색깔에 맞춰 고따미 역시 샤프란 꽃으로 천을 염색했을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붓다가 까삘라왓투에 왔을 때 머물렀고, 고따미로부터 가사 공양을 받았던 니그로다 숲은, 오늘날 옛 까빌라왓투로 추정되는 틸라우라코트 인근의 쿠단(Kudan)으로 보인다. 쿠단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1962년 발굴가 데발 미트라(Debal Mitra)가 이곳을 발굴하여 8세기 경 벽돌로 지은 넓은 사원 터를 발견하면서부터이다. 사원 터에 남아 있는 벽돌에는 아름다운 장식 문양들이 새겨져 있는데, 얼핏 보아도 매우 정교하고 세련된 솜씨이다.  

샤프란 꽃은 한문으로는 번홍화(番紅花)로 옮겨졌다. 여러해살이풀로 온난하고 비가 적은 곳에서 잘 자라는데 이란이 전 세계 생산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우리나라에서도 볼 수 있는 식물이다. 샤프란은 매우 유용한 식물로, 장식을 위해 음식에 첨가하기도 하고, 중국과 인도를 위시한 여러 나라에서 예로부터 직물 염색제로 사용되어 왔다. 향기도 좋아서 향료로도 쓰였다. 중세 서양에서는 샤프란 꽃의 암술머리에서 채취한 샤프란 색소를 비단을 염색하는 데 사용했으며 특히 보라색을 고귀한 색깔로 여긴 중세 서양에서 성직자들이 입는 보라색 성의를 염색할 때 이 샤프란 색소를 사용했다고 한다. 특히 인도에서는 샤프란으로 염색한 천이 부의 척도로 여겼을 정도라고 한다. 

한역 불전에서 샤프란은 ‘울금(鬱金)’으로 지칭된다. 이때의 울금은 우리나라에서 알고 있는 울금과 차이가 있다. 〈대승본생심지관경〉에 의하면 “울금화는 시든 것일지라도 다른 싱싱한 꽃보다 가치가 있다. 정견을 가진 비구도 이와 같아서 중생보다 백 천 만 배나 훌륭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근본설일체유부나야〉에는 “가장 부피가 작고 가벼우면서도 가치 있는 것 중 하나”로 울금향을 언급한다. 

샤프란이 세상에 널리 언급된 것은 지난 2007년 당시 군부에 맞서 미얀마 승려들이 주축이 된 ‘샤프란 혁명(Saffron Revolution)’이 일어났을 때이다. 이 혁명은 승려들이 걸친 가사 색깔로 ‘샤프란 혁명’이라고 불렸는데, 그 당시에도 참혹한 뉴스가 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러나 더 끔찍한 것은, 2015년 수치를 중심으로 시작된 미얀마 민주화의 기운이 또다시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에 의해 2022년 현재에도 양민 학살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