띤두까 나무와 열매(사진=인터넷)
띤두까 나무는 출가를 결행한 사문 싯다르타가 선정수행을 마치고 우루웰라 고행림으로 가서 고행을 할 때, 처음 등장한다.
띤두까 나무는 인도나 남동아시아 일대에서 볼 수 있는 나무로, 매우 오래 살며, 단단하고, 아주 느리게 자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높이 35미터까지 자라며 흰색 또는 푸른빛 꽃을 피우며, 상록수에 해당한다. 주로 강가나 하천 주변을 따라 서식하는데, 둥근 열매를 맺고 익은 열매는 노란색을 띤다. 나무껍질과 익지 않은 열매는 모두 아유르베다에서 약용으로 사용된다. 익지 않은 잎과 과일은 전통적으로 응고를 염색하는데 활용되기도 했다.
싯다르타는 붓다가 된 후 상수제자 사리뿟따에게 고행시절을 회고하는데, 그 가운데 띤두까 나무가 처절한 고행을 묘사하는 비유로 제시된다. 이 내용은 <맛지마니까야> 사자후의 큰(긴) 경에 수록되어 있다. 이 경을 근간으로 해 <붓다연대기> ‘6년 고행’ 편에 수록한 내용은 이렇다.
“몸은 극도로 야위어갔다. 척추는 염주를 늘어놓은 것처럼 등줄기를 따라 드러났다. 갈비뼈는 썩은 이엉 사이로 드러난 폐가의 서까래를 연상시켰다. 움푹 들어간 눈두덩이 속에서 빛나는 눈빛은 마치 깊은 우물 속에서 반짝이는 물처럼 보였다. 머리 가죽은 설익은 조롱박처럼 말라비틀어졌고, 벗겨진 살가죽은 햇볕과 바람에 의해 헝겊처럼 말라붙었다. 띤두까(tindukā)나무의 그루터기가 세월이 흐름에 따라 먼지와 더러움이 쌓여서 나무 조각들이 떨어지듯이 그의 몸에도 먼지와 때가 쌓였다가 껍질처럼 떨어졌다.” -<붓다연대기> 216쪽
띤두까 나무는 불전에도 종종 등장하는데, 대개 붓다가 사왓티의 아나타삔디까 승원[기원정사]에 머물고 계실 때, 인근에 위치에 있는 말리까 사원을 방문할 경우이다. <맛지마니까야> 사문 문디까 경(Samaṇamuṇḍikasuttaṃ)에 띤두까 나무가 등장하는데, 그 내용은 이렇다.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한 때에 세존께서는 사왓티의 제타 숲에 있는 아나타삔디까 승원에 머물고 계셨다. 그 무렵 사문 문디까의 아들인 욱가하마나 유행승은 오백 명이나 되는 유행승의 큰 무리들과 함께 말리까의 사원에 머물렀다. 그곳은 토론 장소였고 띤두까 나무로 지어졌고 하나의 강당만이 있었다. 그런데 빤짜깡가 목수가 한낮에 세존을 뵙기 위해 제타 숲으로 향했다. 제타 숲으로 향하는 도중에 빤짜깡가 목수에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세존을 뵙기에 적당한때가 아니다. 세존께서는 홀로 머묾에 들어 계신다. 삼매를 닦고 있는 비구들을 뵙기에도 적당한 때가 아니다. 삼매를 닦는 비구들도 홀로 머묾에 들어 계신다. 나는 이제 토론장이고 띤두까 나무로 지어졌고 하나의 강당만이 있는 말리까의 사원으로 사문 만디까의 아들인 욱가하마나 유행승을 만나러 가야겠다.’라고.
그래서 빤짜깡가 목수는 토론장이고 띤두까 나무로 지어졌고 하나의 강당만이 있는 말리까 사원으로 사문 문디까의 아들인 욱가하마나 유행승을 만나러 갔다.”
붓다가 말리까 사원으로 향해 가는 내용은 <디가 니까야> ‘뽓타빠다 경(Potthapāda Sutta. D9)’에서도 비슷한 패턴으로 등장한다.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한 때에 세존께서는 사왓티의 제따 숲에 있는 아나타삔디카 승원에 머물고 계셨다. 그 무렵 뽓타빠다 유행승은 삼백명 정도의 많은 유행승의 대중과 함께 띤두까 나무로 에워싸여 있고 하나의 강당을 가진 말리까 숲에 있는 강연장에 머물고 있었다.
세존께서는 오전에 옷차림을 바르게 하시고 발우와 가사를 지니시고 탁발을 위해서 사왓티로 들어가셨다. 그때 세존께 이런 생각이 드셨다.
‘지금 탁발을 위해서 사왓티로 들어가는 것은 너무 시간이 이르다. 나는 이제 하나의 강당만 있는 말리까 숲으로 뽓타빠다 유행승을 만나러 가는 것이 좋겠다.’ 그래서 세존께서는 띤두까 나무 근처에 있으며 하나의 강당만 가진 말리까 숲에 있는 강당으로 가셨다.”
붓다의 전생담이 수록된 <자따까(jātaka), 본생담>에는 붓다가 오랜 전생에 띤두까 나무에 살던 목신이었다는 내용이 나온다. 목신이었던 전생의 붓다가 깜삘라 왕국의 빤짤라 왕에게 읊었던 감흥어가 <간다띤두 본생담>(Ja520)에 전한다. 당시 빤짤라 왕이 나라를 바르지 못하게 통치하였기 때문에 붓다는 이렇게 훈계한다.
정진은 열반으로 향하는 길이지만,
나태는 죽음으로 이끈다.
방일하지 않은 자들은 결코 죽지 않지만,
부주의한 자들은 죽은 것과 마찬가지이다.
자만으로부터의 뿌리가 나태를 부르고,
나태함으로부터 손실과 타락이 온다.
타락은 죄악의 부모이다.
오! 대왕이여, 모든 나태를 제거하라.
벌써 아득한 과거사가 된 2004년경의 붓다 성지순례 길, 우루웰라의 고행림에 섰을 때의 장면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그날 바람이 몹시도 세찼는데, 모래알이 바람에 날려 실눈조차 뜨기 어려웠다. 아예 눈을 감고 있으니, 야자나무 이파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소리가 마치 천둥소리처럼 크게 들려왔다. 그 순간의 감흥을 ‘우루웰라 단상’이라는 제목의 시로 읊었다.
처음에는 그냥 일렁이더니
바람의 성정 갈수록 거칠다.
야자 이파리 단말마 지르고
강 건너 전정각산도 움찔거린다.
한낱 바람이 이리 무섭다니,
내 이토록 작은 존재였다니.
나도 모를 내 불식간 모래 되어
고행 숲 속살을 후벼 파고 있다.
-졸저 <인도에 가면 누구나 붓다가 된다>(2006, 오래된미래) 135~136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