끓는 기름 뒤집어쓰고도 상처 입지 않은 ‘웃따라’①

라자가하에 가난한 뿐나까(Punnaka)가 살고 있었다. 뿐나까는 재정관 쑤마나(Sumana)의 집에서 일을 해주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에게는 아내와 웃따라(Uttarā)라는 딸이 있었다. 형편이 어려워 두 여인 모두 쑤마나 재정관 집에서 하인으로 일했다. 

‘일주일 동안의 축제를 위해 라자가하의 모든 시민들은 휴가를 갖는다.’ 

어느 날 라자가하에 축제를 알리는 공고가 있었다. 재정관 쑤마나도 이 공고를 보고 모든 하인들이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휴가를 주었다. 그런데 뿐나까는 이른 아침부터 일을 하려고 재정관의 집으로 들어왔다. 그를 본 재정관이 말했다. 

“여보게, 다른 하인들은 축제를 즐기겠다고 그러는데 자네는 무슨 일로 이른 아침부터 나왔는가?”

“주인님, 축제는 여유 있는 사람들이나 즐기는 것입니다. 저는 내일 아침에 끓여 먹을 우유죽조차 넉넉하지 않습니다. 휴가 기간에 제가 무슨 일을 하면 될까요? 황소를 끌고 가서 쟁기질을 하면 될까요?”

“음, 자네의 뜻이 정 그렇다면 그렇게 하게나.”

뿐나까는 힘센 황소 두 마리와 쟁기를 짊어지고 집으로 가서 아내에게 말했다. 

“여보, 사람들은 휴가를 즐긴다고 하지만 우리는 가난하니 일하지 않을 수가 없구려. 아침과 점심을 논에서 해야 할 것 같으니, 식사를 두 차례 논으로 가져다주면 고맙겠소.”

그리고 그는 논으로 갔다. 그런데 바로 그날 사리뿟따 장로가 일주일 동안 들었던 멸진정에서 깨어나 누구에게 공덕 지을 기회를 줄 것인지를 천안으로 보았다. 이때 뿐나까가 지혜의 그물에 들어오는 것을 보고 그에게 신심이 갖춰져 있는지 살폈다. 살펴보니 그는 삼보에 대한 믿음이 대단해 기꺼이 공양을 올릴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뿐나까에게 공양의 기회를 주면 그에게 커다란 복덕이 주어질 것임을 예측한 사리뿟따 장로는 가사와 발우를 들고 뿐나까가 쟁기질하는 곳 가까이에 가서 치목(齒木) 나무를 쳐다보고 있었다. 뿐나까가 이때 장로를 발견하고는 쟁기질을 멈추고 장로에게 다가가 오체투지 삼배를 올리고 난 후 말했다. 

“장로님이시여, 이를 닦을 치목이 필요하십니까?”

사리뿟따가 고개를 끄덕이자 뿐나까는 작은 가지를 잘라서 치목을 만들어 올렸다. 장로가 가사 자락 아래서 발우와 물 거르는 주머니를 끄집어내어 뿐나까에게 주었다. 뿐나까는 장로가 먹을 물을 원한다는 것을 알고 물 거르는 물주머니로 물을 걸러 발우에 부어서 장로에게 드렸다. 장로는 이렇게 생각했다. 

‘이 사람은 마을의 마지막 집에 산다. 그의 집으로 가면 이 사람의 아내는 나를 보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조금 기다렸다가 그녀가 식사를 가지고 출발할 때 그쪽으로 가야겠다.’

장로는 잠시 기다렸다가 그녀가 식사를 가지고 출발할 때 그의 집 쪽으로 향해 떠났다. 

뿐나까의 아내는 남편의 식사를 가지고 가다가 장로가 오는 것을 보고는 이렇게 생각했다. 

‘내가 공양을 올릴 수 있을 때는 장로님을 볼 수 없었고, 장로님을 보았을 때는 올릴 음식이 없었다. 그런데 오늘은 장로님을 보았고, 내게 음식도 있다. 장로님께서 나에게 공양을 올릴 은혜로운 기회를 베풀어 주실까?’

사리뿟따 장로가 가까이 다가오자 그녀는 음식 항아리를 내려놓고 오체투지로 삼배를 올린 후 말했다. 

“장로님, 거친 음식이든 맛있는 음식이든 가리지 않으신다면 저에게 공양을 올릴 기회를 베풀어주십시오.”

그러자 장로께서 발우를 내밀었다. 그녀는 한 손으로 항아리를 잡고 다른 손으로 항아리에서 밥을 퍼서 장로의 발우에 넣어드렸다. 그녀가 밥을 반쯤 넣어 드리자 장로는 손으로 발우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만 넣으십시오.”

“장로님, 일 인분의 식사를 반으로 나눌 수 없습니다. 저는 금생에 복덕을 받으려는 것이 아니고 다음 생에 복덕을 받으려는 것입니다. 저는 하나도 남김없이 올리고 싶습니다.”

그녀는 끝내 음식을 모두 장로의 발우에 넣어드리고 서원을 세웠다. 

“장로님께서 성취하신 법을 저도 성취하기를 바랍니다.”

“부디 그렇게 되기를 바랍니다.”

사리뿟따 장로는 선채로 간단하게 공양 축원을 해 주고는 물이 있는 곳으로 가서 공양을 드셨다. 여인은 집으로 다시 돌아가 쌀을 꺼내 남편에게 드릴 밥을 지었다. 

한편 뿐나까는 반 까리사(Karīsa, 면적 단위)의 논을 갈자 배가 고파왔다. 허기가 져서 도저히 쟁기질을 할 수가 없었다. 그는 소의 멍에를 풀어주고 나무 그늘에 앉아서 아내가 음식을 가지고 오기를 기다렸다. 아내가 오는 방향을 하염없이 바라봤지만 아내는 한동안 보이지 않았다. 얼마 후 아내가 새로 지은 밥을 들고 부지런히 오다가 나무 아래에서 남편이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보고는 생각했다. 

‘남편이 배가 고파서 길가에 앉아 나를 기다리고 있구나. 왜 늦었느냐고 꾸짖으며 화를 낸다면 내가 지은 공덕이 물거품이 될지도 모른다. 아무래도 내가 먼저 말을 꺼내야겠다.’

생각이 여기에 미친 아내가 큰 소리로 외치는 말했다. 

“여보, 오늘은 좀 참고 제가 지은 공덕을 헛되게 하지 마세요. 아침 일찍 음식을 해 가지고 오는 길에 사리뿟따 장로님을 만났지 뭐에요. 그래서 당신 줄 식사를 장로님께 올리고 다시 집으로 가서 밥을 지어오느라 늦었어요. 여보, 괜찮으시죠?”

“지금 뭐라고 하는 거요? 멀리서 외치는 잘 듣지 못했소. 다시 한번 말해보시오.”

뿐나까는 아내로부터 자초지종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여보, 장로님에게 공양을 올린 것은 참 잘한 일이오. 나도 오늘 아침에 치목을 해드리고 입을 헹굴 물을 따라 드렸소.”

아내의 말에 기뻐하며 만족감이 밀려오자 그는 동틀 새벽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해 피곤한 몸을 가누지 못하고 아내의 무릎을 베고 곤하게 잠이 들었다. 그러자 그 순간 아침부터 쟁기질을 해 갈아놓은 흙덩이들이 모두 황금으로 변해 마치 까니까라(Kaṇikāra)처럼 빛났다. 까니까라는 노랑색 꽃이 피는 나무이다. 뿐나까는 잠에서 깨어나 논을 바라보며 아내에게 말했다. 

“여보, 갈아놓은 흙덩이들이 황금처럼 보이는데, 내가 동틀 무렵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해 헛것이 보이는 모양이오. 당신 눈에는 어떻게 보이오?”

“아니에요. 저에게도 황금 덩이로 보이는데요.”

놀란 뿐나까는 일어나 논으로 달려가서 흙 한 덩어리를 집어 들고 쟁기 손잡이에 때려보았다. 그런데 그것은 흙덩어리가 아닌 진짜 황금 덩이였다. 뿐나까는 흥분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세상에! 가르침의 대장군(dhammasenapati) 사리뿟다 장로님께 공양을 올린 공덕의 과보가 오늘 바로 나타나다니! 우리가 이 많은 재산을 숨겨놓고 몰래 쓴다는 것은 잘못이다. 대왕께 보고해야 한다.” 

그는 아내가 들고 온 음식 바구니에 황금 덩어리를 가득 채우고는 서둘러 왕궁을 향해 갔다. 왕이 알현을 허락하자 그는 궁 안으로 들어가 인사를 올린 후 말했다. 

“대왕이시여, 오늘 제가 쟁기질한 당이 모두 황금으로 뒤덮였습니다. 그것을 왕궁으로 옮기라고 명령을 내리십시오.”

“그대는 누구인가?”

“제 이름은 뿐나까입니다.”

“음, 그래? 그렇다면 오늘 무슨 공덕을 지은 일이 있는가?”

“네, 오늘 아침에 사리뿟따 장로님께 치목과 입을 헹굴 물을 드렸고, 제 아내는 저에게 가져오던 음식을 공양 올렸습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탄성을 내뱉었다. 

“사리뿟따 장로님께 공양을 올린 공덕이 바로 나타났구나! 이보게, 내가 어떻게 하면 좋겠는가?”

“수천 대의 수레를 보내 황금을 왕궁으로 옮기게 해주십시오.” 

왕은 즉시 수레 수천 대를 보냈다. 왕의 부하들은 황금 덩어리들을 집어 들면서 말했다. 

“이 황금은 대왕님의 소유다.”

그러자 그들이 집어 든 황금 덩어리들이 모두 흙으로 다시 변해버렸다. 부하들은 당황해서 대왕에게 달려가 이런 사실을 알렸다. 왕이 물었다. 

“황금을 집어 들 때 뭐라고 말했느냐?”

“‘이 황금은 대왕님의 소유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런가? 그렇다면 다시 가서 ‘이것은 뿐나까의 재산이다’라고 말하며 황금을 실어라.”

대왕이 지시한 대로 하자 부하들이 집어 든 흙이 다시 황금으로 변했다. 황금을 왕궁으로 옮겨서 궁전 뜰에 쌓아놓고 보니 높이가 무려 80완착이나 되었다. 왕이 시민들을 불러 모아놓고 말했다. 

“이 도시에서 이만큼의 황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는가?”

“대왕이시여, 아무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뿐나까에게 무엇을 내리는 것 좋겠는가?”

“대왕님이시여, 재정관의 일산을 내리는 것이 좋겠습니다.”

“좋다. 그렇다면 그에게 재정관 ‘바후다나’라는 시호를 내리겠다.”  

대왕은 뿐나까에게 바후다나, 즉 ‘많은 재산을 지닌 자’라는 의미를 가진 재정관 시호를 내리고 모든 황금을 주었다. 그러자 뿐나까가 왕에게 말했다. 

“대왕이시여, 이제까지 우리 가족은 남의 집에 빌붙어 살았는데, 저희에게 살 땅을 좀 주십시오.”

대왕은 이전의 재정관이 쓰던 집터를 주며 말했다. 

“그대는 이곳에다 터를 다듬고 집을 지어 살도록 하시오.”

뿐나까는 그 터에 집을 짓고 집이 완성되자 준공식과 함께 재정관 취임식을 동시에 열었다. 그는 일주일 동안 부처님과 비구들을 초청해 공양을 올렸다. 부처님은 공양을 마치고 뿐나까의 가족들에게 차제설법을 해주었다. 재정관 뿐나까는 물론 그의 아내, 그리고 딸 웃따라는 이 법문을 듣고 수다원과, 즉 성자의 흐름에 들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