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한 양녀에서 왕비 된 후 수행의 길로 든 사마와띠② 

왕비는 열여섯 병의 향수를 탄 물로 그녀를 목욕시키고 섬세하고 품위 있는 비단옷을 입혔다. 속에 블라우스와 치마를 입히고 어깨에 사리를 걸치게 하고서 법상을 마련했다. 그러고는 쿳줏따라를 어머니나 스승처럼 깍듯이 대했다. 

마침내 쿳줏따라는 법상에 앉아 수채화가 그려진 부채를 들고 왕비와 오백 명의 여인들에게 마치 부처님이 법문하시듯이 법을 설했다. 그 법문을 듣고 놀랍게도 사마와띠 왕비와 오백 명의 여인들은 모두 수다원과에 이르렀다. 쿳줏따라의 법문이 끝나자 왕비와 오백 시녀들은 모두 쿳줏따라에게 삼배를 올리고 말했다. 

“벗이여, 쿳줏짜라여. 오늘부터는 힘든 일은 하지 마시고 우리들의 어머니, 우리들의 스승이 되어주십시오. 매일 부처님께 가서 법문을 듣고 돌아와 우리들에게 그대로 들려주시기 바랍니다.”

그날부터 쿳줏따라는 항상 부처님의 법문을 듣고 와서 왕비와 오백 명의 시녀들에게 들려주었다. 그러다 보니 그녀는 어느덧 삼장(三藏)을 다 외우게 되었다. 부처님께서는 훗날 그녀를 여자 신도들 가운데 법문을 가장 많이 들은 다문제일(多聞第一)이라고 선언했다. 

“비구들이여, 나의 여자 재가신도 중에 경을 많이 듣고 법을 잘 설하기로는 쿳줏따라가 제일이니라.”

사마와띠 왕비와 오백 명의 시녀들이 쿳줏따라에게 말했다. 

“우리는 부처님을 만나 뵙고 싶습니다. 부처님을 만나서 꽃과 향을 올릴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왕비님, 그것은 왕궁에서 심각한 문제를 일으킵니다. 제가 여러분을 모시고 왕궁 밖으로 나갈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쿳줏따라여, 우리의 희망을 깨뜨리지 말아요. 어떤 방법으로든 부처님을 만나게 해주세요.”

“그렇다면 좋습니다. 여러분들의 방의 벽에 밖을 바라볼 수 있을 만큼 구멍을 내세요. 그리고 향과 화환을 들고 부처님께서 세 분 장자의 집으로 가실 때 구멍을 통해 바라보며 삼배를 올리고 존경을 표하도록 하세요.”

사마와띠 왕비와 궁녀들은 쿳줏따라의 조언에 따라 부처님께서 오고 가 실 때 밖을 바라보며 삼배를 드리며 최상의 존경을 표했다. 

그러던 어느 날, 예전 자신과의 결혼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평소에 부처님에게 원한을 품고 있던 또 다른 왕비 마간디야(Māgandiya)가 시녀들의 방 벽에 구멍이 나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연유를 캐물어 그것이 고따마 부처님을 친견하기 위한 구멍임을 알고 난 후 우데나 왕에게 달려갔다. 

“왕이시여, 사마와띠의 시녀들이 불충한 일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들은 며칠 내에 대왕의 목숨을 빼앗을 것입니다.”

거듭된 마간디야의 모함에 왕은 직접 내궁의 방들을 확인하였으나 구멍들은 창문으로 메워져 있었으므로 왕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런데도 그녀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일부 꼬삼비(Kosambi)의 시민들을 매수했다. 매수된 시민과 그들의 하인들로 하여금 수행자 고따마가 지나가면 매도하는 발언과 욕설을 퍼붓게 해서 꼬삼비 시에서 내쫓고자 했다. 그러자 시민들 가운데 삼보를 믿지 않는 일부 이교도들이 앞장서 부처님을 향해 입에 담지 못할 열 가지 욕설을 퍼부었다. 

“이 도둑아. 바보야. 멍청이야. 낙타야. 황소야. 당나귀야. 지옥중생아. 짐승아. 구제불능자야. 천벌을 받을 놈아.” 

이러한 욕설을 듣고 아난다가 부처님께 다른 도시로 가자고 요청했다. 그러자 부처님이 말했다. 

“아난다여, 나는 전투에 들어간 코끼리와 같다. 전투에 들어간 코끼리가 사방에서 날아오는 화살을 맞는 게 감당해야 할 역할인 것처럼, 나도 사악한 자들이 말하는 욕설을 인내하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다.” 

그러고는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부처님은 다음과 같이 게송을 읊었다. 

코끼리가 전쟁터에 나아가면

활에서 화살이 쏟아져도 참아내듯,

나는 근거 없는 비난을 참아 내리라. 

사람들은 대부분 계행을 지키지 않으니.

길들여진 것이 군중에 선보이고

왕들은 길들여진 것을 탄다. 

근거 없는 비난을 참아내는 님,

인간 가운데도 길들여진 님이 최상의 님이다. 

잘 조련된 노새도 훌륭하고

인더스 산 준마도 훌륭하고

상아 솟은 큰 코끼리도 훌륭하지만,

자신을 길들인 님이 더욱 훌륭하다. 

이 법문이 끝나자 거리와 사거리에서 뇌물을 받고 부처님을 비방한 모든 대중들은 흐름에 든 경지[수다원]나 한번 돌아오는 경지[사다함]나 돌아오지 않는 경지[아나함]를 얻었다. 이렇게 해서 그들은 욕설하는 악행을 일주일 만에 그만두었다. 

부처님을 꼬삼비 시에서 쫓아내고자 하는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자 마간디야는 또 다른 음모를 꾸몄다. 그녀는 숙부에게 여덟 마리의 죽은 닭과 여덟 마리의 산 닭을 준비해 놓으라고 시킨 뒤에 여덟 마리의 산 닭을 우선 가져오라고 했다. 그러고는 우데나 왕에게 ‘이 닭은 사제가 바친 것’이라고 말했다. 왕이 닭 요리를 마간디야에게 부탁하자, 그녀는 사마와띠의 시녀들이 할 일이 없으니 그들에게 맡기자고 제안하여 왕의 허락을 받았다. 그러나 이미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아들인 사마와띠의 시녀들은 산목숨을 죽일 수 없다며 완곡하게 거절했다. 그러자 마간디야는 시종을 시켜서 죽은 여덟 마리의 닭을 가져오게 해서 시녀들에게 ‘그렇다면 이 닭을 수행자 고따마를 위해 요리하라.’고 시켰다. 시녀들은 이미 죽어있던 닭이므로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입가에 음험한 미소를 머금은 마간디야는 그 즉시 우데나 왕에게 달려가서 거짓으로 말했다. 

“대왕이시여, 사마와띠의 시녀들이 왕을 위해서는 산 닭을 요리하지 않고, 수행자 고따마를 위해서는 산 닭을 요리합니다.” 

그러나 우데나 왕은 그녀의 거짓말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우데나 왕은 일주일씩 돌아가며 공평하게 시간을 배분하여 세 명의 왕비, 즉 사마와띠, 와술라닷따(Vāsuladattā), 마간디야의 침실에 머물렀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는 마간디야는 숙부에게 시켜서 어금니를 맹독으로 씻은 뱀을 가져오게 해서 왕의 비파 속 빈 통에 넣고 입구를 꽃다발로 막아두었다. 마간디야는 왕이 사마와띠의 침소로 가는 날, 왕을 따라나오며 말했다. 

“왕이시여, 제가 오늘 악몽을 꾸었습니다. 그곳으로 가지 마십시오. 그곳으로 가지 마십시오. 그곳으로 가시면 안 됩니다.”

그러나 왕이 자신의 거듭된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는데도 마간디야는 왕을 따라 나섰다. 왕은 사마와띠 왕비가 선물한 옷, 꽃, 향, 장식물을 걸치고 사마와띠의 침실에 도착해서 비파를 머리맡에 두었다. 침실까지 따라온 마간디야가 방안을 이리저리 오가며 살피는 척하더니 비파가 있는 곳으로 와서 꽃다발을 제거했다. 그러자 뱀이 쉬잇 하면서 머리를 곧추세우고 침상의 꼭대기에서 똬리를 틀었다. 마간디야는 소리쳤다. 

“대왕이시여, 뱀이에요! 어리석게도 내 말을 듣지 않더니!”

마치 기회라도 잡았다는 듯이 마간디야는 왕을 모욕하며 질타하는 말까지 서슴지 않았다. 왕도 뱀을 보며 물려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떨었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왕은 자신을 해치려 한 극악무도한 음모에 대해 치를 떨었다. 

사마와띠와 5백 명의 그녀의 시녀들이 자신을 해치려 했을 것이라고 오해한 왕은 사마와띠와 오백명의 시녀들을 한 줄로 세웠다. 그러고는 시위를 당기는데 천 명의 힘이 필요한 뿔로 만든 활을 집어서 독화살을 장치해 사마와띠의 가슴을 향해 쏘았다. 그 순간 사마와띠는 5백 명의 시녀들을 향해 말했다. 

“벗들이여, 다른 탈출구가 없구나. 그대들은 자기 자신을 대하는 것처럼 우데나 왕과 마간디야 왕비에 대하여 같은 감정을 품어라. 어느 누구에게도 분노를 품지 말라.”

그러자 그녀의 신비한 사람의 힘이 화살을 되돌렸다. 화살은 날아왔던 동일한 길을 따라 왕의 심장을 꿰뚫는 듯, 돌아왔다. 왕은 바위도 뚫을 수 있는 자신의 화살이 되돌아온 것을 보며 사마와띠 왕비와 5백 명의 시녀들에게는 죄가 없음을 알아차렸다. 

이 일로 우데나 왕은 사마와띠 왕비를 통해서 부처님께 귀의하게 되었다. 왕은 사마와띠와 그녀의 시녀들이 부처님의 설법을 들을 수 있도록, 정기적으로 부처님과 오백 명의 비구들의 방문을 요청했다. 부처님은 자신이 항상 법회에 참여할 수 없으므로, 아난다가 대신해 가도록 했다. 그래서 아난다가 매일 오백 명의 비구들과 함께 궁으로 들어가서 공양을 들고 설법을 했다. 

그러나 마간디야의 사악한 음모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녀는 숙부에게 ‘사와마띠의 궁전으로 가서 아마포 창고를 열고 기름 창고를 열어서 아마옷을 기름단지에 적셔서 기둥들 주위에 감고 모든 여인들을 집안에 모이게 한 후 문을 걸어 잠그고 횃불로 불을 지른 후에 내려와 도망가시오.’라는 전갈을 보냈다. 숙부는 마간디야가 시키는 대로 기름 젖은 아마옷을 기둥들 주위에 감았다. 이 광경을 본 사마와띠 왕비와 시녀가 이상히 여겨 다가가서 물었다. 

“지금 이곳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겁니까?”

“왕비님, 저는 지금 대왕께서 이 기둥들을 튼튼하게 하라고 해서 기름이 묻은 천으로 감싸는 중입니다. 왕궁에서는 왜 어떤 일은 해야 하고 어떤 일은 해서는 안 되는지를 알기가 어렵습니다. 왕비님. 제 앞에 계시면 안 됩니다.” 

마간디야의 숙부가 짐짓 둘러댔다. 그 말을 듣고 왕비와 시녀가 방 안으로 들어가자 그는 문을 닫고 빗장을 건 다음 불을 질렀다. 불이 나자 사마와띠 왕비는 시녀들에게 말했다. 

“시작을 알 수 없는 오랜 세월을 윤회하고 유전하면서 우리의 몸이 얼마나 많이 불에 탔는가는 부처님의 지혜로도 알기가 어렵다. 그러므로 한순간도 사띠(새김)를 놓치지 말라.” 

거세게 타오르는 불길이 온 집을 덮치자 사마와띠 왕비와 5백 명의 여인들은 괴로움의 다발에 대한 선정에 들었다. 그들 가운데 일부는 한번 돌아오는 경지를 성취했고, 일부는 돌아오지 않는 경지를 성취했다.  

오래지 않아 궁전에서 불이 나 사마와띠 왕비와 5백 명의 시녀들이 모두 타죽었다는 소식이 부처님께도 전해졌다. 슬픈 소식을 들은 부처님이 비구들에게 말했다. 

“수행승들이여, 중생들이 윤회의 소용돌이를 통과할 때에 언제나 사띠(새김)를 확립하고 공덕을 닦는 것은 아니다. 방일하여 악행도 저지른다. 그래서 그들은 윤회의 소용돌이를 통과하며, 괴로움과 즐거움을 겪으며 윤회한다.”

한편 우데나 왕은 사마와띠의 궁전에 불이 났다는 소식을 듣고 재빨리 달려갔으나 그가 도착하기도 전에 궁전은 불타버렸다. 왕은 깊은 슬픔에 잠겨 사마와띠의 덕을 되새겼다. 그는 이 모든 것이 마간디야의 짓임을 깨달았다. 그러나 ‘의혹으로 두렵게 하면, 그녀는 나에게 말하지 않겠지. 묘책을 강구해서 그녀를 추궁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왕이 대신에게 말했다. 

“지금까지 나는 무슨 일을 하든지 어떤 일에 종사하든지 사마와띠가 나를 살해하지나 않을까 의심하고 걱정을 했다. 그러나 이제는 근심을 놓았으니 편히 다리를 뻗고 잘 수 있게 되었다.”

그러자 대신이 물었다. 

“왕이시여, 누가 그 일을 했습니까?”       

“누군가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그 일을 했을 것이다.” 

마간디야가 마침 곁에 있다가 왕과 대신의 대화를 듣고는 고무된 표정으로 나섰다. 마간디야는 자신이 숙부를 시켜서 한 일임을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밝혔다. 짐짓 묘한 표정을 지으며 왕이 말했다. 

“그대 말고는 나를 진정으로 사랑한 사람은 없다. 나는 기쁘다. 그대에게 상을 내리겠으니 모든 친지를 불러 모으라.”

왕이 마간디야의 친지라며 모여든 사람들에게 작위를 주자, 마간디야의 친지가 아닌 자들도 마간디야에게 뇌물을 주고 친지라고 속이며 달려왔다. 마간디야의 모든 친지들이 궁 안에 갇히자, 왕은 궁궐에 허리 깊이의 구덩이를 파고 그 속에 그들을 밀어 넣고 흙을 채웠다. 그리고 흙 밖으로 나온 그들의 머리 위에 지푸라기를 얹고 불을 질렀다. 그들의 피부가 불타 오그라들 때에 쇠로 된 쟁기로 그들의 몸을 갈아서 가루로 만들었다. 그러고는 날카로운 칼로 몸의 여러 부분에서 자른 단단한 고기 조각을 화로 위의 기름 그릇에 놓고 튀겨서 마간디야에게 먹였다. 우데나 왕의 분노는 마간디야를 끓는 기름에 삶아 죽이고 나서야 진정될 수 있었다.  

이후 비구들이 법담을 나누며 이 일에 대해 이야기했다. 비구들은 사마와띠의 비참한 죽음에 대해 ‘그러한 놀라운 믿음을 가진 재가의 여신도가 끔찍한 죽음의 고통을 겪었다.’는 것에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때 비구들의 이야기를 들은 부처님이 말했다. 

“이 생만 따진다면 적당하지 않고 정의롭지 못한 일이지만, 전생에 저지른 잘못을 고려하면 그렇지도 않다.” 

부처님은 이어 사마와띠 왕비와 오백 시녀들의 전생에 대해 말했다.

“옛날에 브라흐마닷따가 바라나시를 다스릴 때에 여덟 명의 연각불이 있었다. 그들은 정기적으로 왕궁에 들어와 오백 명의 시녀들의 공양을 받았다. 그 가운데 일곱 명은 히말라야 산으로 가고, 한 분은 강 언덕의 덤불 속에서 선정에 들곤 했다. 어느 날 연각불이 출발하고 왕은 궁녀들과 물놀이를 하러 갔다. 한 궁녀가 감기에 걸리자 궁녀들은 덤불 있는 곳으로 가서 불을 지폈다. 그러나 그 덤불이 불타고 나자 연각불이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겁에 질린 궁녀들은 더 많은 장작을 모아 기름을 붓고 불을 지른 후 그곳을 떠났다. 그들은 처음에 생각 없이 저지른 일이거니 했지만 나중에 죄악을 저지른 것을 알고 과보를 받아야 했다. 그러나 깊은 선정에 들면 백천 개의 장작을 쌓아놓고 기름을 붓고 불을 지펴도 연각불에게 열기를 전달할 수조차 없다. 연각불은 이레 만에 선정에서 일어나 원하는 곳으로 떠났다. 그러나 여인들은 저지른 죄악 때문에 수백 천년을 삶아지고 그 때문에 아직까지도 악업이 사라지지 않아 집이 불타고 자신들은 집 속에서 불타는 과보를 겪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