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을 해탈시킨 ‘왓다의 어머니(왓다마따)’ 

왓다의 어머니(Vaḍḍhamātā)는 오랜 전생에 걸쳐 이전의 부처님들 아래서 덕성을 닦고 이러저러한 생에서 해탈을 위해 착하고 건전한 삶을 살면서 큰 공덕을 쌓았다. 이렇게 오랜 기간에 걸쳐 점차 해탈을 성취하기 위한 자량(自量)을 키운 그녀는 고따마 부처님께서 탄생할 무렵 바루깟짜까(Bhārukaccaka) 시에 살던 한 훌륭한 가문에서 태어났다. 성년이 되어 사왓티(Sāvatthi)의 한 부호 집안의 남편과 결혼한 그녀는 아들 하나를 낳았다. 아들의 이름은 ‘왓다(Vaḍḍha)’였다. 이때부터 그녀는 ‘왓다의 어머니’라고 불렸다. 

어느 날 그녀는 부처님이 이끄는 상가에서 정진 중이던 비구니들로부터 부처님의 위대한 가르침을 전해 듣고, 특히 윤회에 대해 깊은 외경을 갖게 되었다. 이날 이후 그녀의 고심은 깊어만 갔다. 윤회에 대한 외경심은 세속적 욕망에 대한 염오로 나타났고, 마침내 그녀의 마음은 보다 청정한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비로소 올바르고 가치 있는 삶이 어떤 것인지, 또 앞으로 살아가야 할 방향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확신을 얻게 된 그녀는 아들 왓다의 양육을 가까운 친척에게 부탁하고, 즉시 비구니들의 처소로 가서 출가했다. 

오랜 전생 동안 바라밀 공덕을 쌓아왔기에 그녀는 곧 이 모임에서 부처님이 제시한 통찰 수행을 닦았다. 몸을 알아차리는 수행, 느낌을 알아차리는 수행, 마음을 알아차리는 수행, 마음의 대상을 알아차리는 수행을 치밀하고 완전하게 이행한 왓다의 어머니는 곧 거룩한 경지를 얻었다. 마침내 해야 할 일을 다 마친 왓다의 어머니 장로는 완전하고 거룩한 경지 아라한의 지위에 오른 감흥을 시구(詩句)로써 읊었다. 

어떠한 형성된 것들에 대해서든

낮거나 높거나 중간이건 간에, 

아주 작은, 또는 원자의 크기라도

애착은 결코 나에게 없다. 

방일하지 않고 선정에 들었으니

나에게 일체의 번뇌는 부수어졌다. 

세 가지 명지는 이루어졌고

깨달은 님의 교법은 실현되었다.  

장로니 왓다의 어머니는 나중에 아들이 어느 정도 성장하자 그 아들을 웰루닷따(Veḷudatta) 장로에게 출가시켰다. 아들을 출가시키며 그녀는 이렇게 당부했다. 

왓다야, 결코 세상에

애착을 갖지 말라. 

아이야, 거듭해서 

괴로움을 받지 말라. 

왓다야, 성자들은 행복하니,

동요를 여의고 의혹을 여의었다. 

청량한 상태가 되었으니,

제어가 이루어져 번뇌를 여의었다. 

통찰을 얻기 위하여

선인들이 닦은 길을 가는 것에

왓다야, 헌신하라. 

괴로움의 종식을 위한 것이니라. 

자신을 출가시킨 어머니에 대해 어린 왓다가 말했다. 

“어머니, 확신을 가지고 그 의취[attha, 부처님께서 제시한 목적, 깨달음의 경지]를 말씀하셨으니, 어머니, 생각건대 당신께서는 저에 대한 애착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자 왓다의 어머니 장로니는 비록 애정 어린 눈길이었지만, 애써 단호하게 말했다. 

“어떠한 형성된 것들에 대해서든 낮거나 높거나 중간이건 간에, 아주 작거나, 또는 원자의 크기라 하더라도 애착은 나에게 결코 없다.”

왓다는 출가하여 부처님의 가르침을 많이 배운 설법사로서, 특히 부처님의 말씀들(니까야)을 이해하는 자로서의 의무를 다하며 비구로서의 삶을 살았다. 

어느 날 그는 홀로 위아래로 평소보다 많은 옷을 걸치고 ‘어머니를 뵙겠다.’며 어머니가 정진하고 있는 비구니의 처소를 찾아갔다. 그 모습을 본 왓다의 어머니가 꾸짖었다.  

“왜 너는 혼자서 위아래로 보다 많은 옷을 걸치고 여기에 왔느냐?”

따뜻하게 맞아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던 왓다는 어머니의 꾸지람을 듣고는 스스로 ‘내가 부당한 일을 했다.’라는 외경(畏敬)이 생겨났다. 다시 자신의 정사로 들어온 왓다는 처소로 들어가 종일토록 앉아 통찰 수행을 확립했다. 어머니의 경책을 듣기 전과는 마음가짐과 태도가 마치 딴 사람처럼 완전하게 달라진 왓다는 오래지 않아 거룩한 경지, 아라한과를 성취할 수 있었다. 어머니의 따끔한 훈계가 그에게 큰 자극으로 작용했고, 그 작용은 궁극의 경지를 성취하기 위한 엄청난 자양분이 되었던 것이다. 마침내 왓다는 궁극적인 앎을 선언하면서 그때의 감흥을 시로 읊었다.  

어머니께서 회초리를 드시길 잘했다.

어머니의 말씀을 듣고 교훈을 얻었으니, 

정진을 일으켜 스스로 노력하여

위없는 바른 깨달음에 도달했다. 

공경 받을 수 있는 거룩한 님으로

세 가지 명지를 갖추고 불사(不死)를 본다.

악마 나무찌(Namuci, 해탈하지 못한 자)의 마군을 물리치고

일체의 번뇌를 여의고 나는 지낸다. 

안으로나 또는 밖으로나

나에게 번뇌가 있다면, 

모두 남김없이 뿌리째 뽑혔으니, 

다시는 생겨나지 않는다. 

왓다는 어머니의 따끔한 경책 덕에 거룩한 경지를 얻어, 어머니와 자신이 모두 고따마 부처님의 적자로서 위대한 승리자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므로 자신과 어머니는 세속적 모자 관계를 뛰어넘어 한 스승의 제자로서 형제자매의 관계가 되었음을 기뻐하는 게송을 읊었다. 

두려움을 여읜 자매가 

참으로 나에게 그 의취를 말했다. 

‘그대에게나 나에게나

갈애의 덤불은 존재하지 않는다.’

괴로움은 종식되었고, 

이것이 생사윤회에서

최후의 집적된 몸이다. 

이제 결코 다시 태어남은 없다. 

-전재성 옮김 <테리가타, 테라가타>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