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5(2021)년 부처님오신날을 찬탄하는 봉축법요식이 서울 조계사를 비롯한 전국 사찰에서 일제히 봉행됐다.
서울 조계사에서 열린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은 좌석 간 거리두기, 마스크를 착용, 발열체크 등 코로나19 방역지침을 준수하며 진행됐다. 특히 올해 법요식에 김효주 동국대일산병원 응급실 수간호사, 쿠데타 발발 후 내전으로 치닫고 있는 미얀마 재한유학생 헤이만 재한미얀마청년연대 대표, 산업재해 사망노동자 유가족 김미숙 사)김용균 재단 이사장, 이주민 노동자 대표 우다야라이 이주노동자 노조위원장, 이대로 청주방송국 고 이재학 PD 동생, 김계월 아시아나항공 케이오 청소노동자 지부장, 정진영 쿠팡노동자 지부장 등 소외된 약자들을 초청해 한국불교계의 지지와 격려를 전했다.
행사는 도량결계의식을 시작으로 육법공양, 명고‧명종의식, 관불 및 마정수기, 이웃종교 대표들의 헌화와 조계사 주지 지현 스님의 축원, 불자대상 시상, 총무원장 원행 스님 봉축사, 대통령 봉축메시지, 종정 진제 스님 법어, 중앙신도회장 발원문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증명법사로 나선 종정예하 진제 법원 대종사는 봉축 법어를 통해 “온 지구촌이 거년(去年)부터 코로나 질병으로 죽음의 공포와 고통 속에 빠져있다”며 “이는 인간이 ‘인간우월적 사고(思考)’라는 어리석은 생각으로 자연을 훼손하고 생태계를 파괴한 데 따른 당연한 결과”라고 지적하고 “이 코로나 질병으로 자연과 인간이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지를 깨닫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은 봉축사에서 코로나 팬데믹과 관련 “우리나라는 선진의료국으로서 우리보다 열악한 상황에 처한 이웃 나라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좀 더 인내하고, 좀 더 신뢰하면서 팬데믹을 조기에 극복하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하고 “신종감염병과 지구의 기후 변화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지적하고 “지구 환경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근원적으로 우리의 욕망을 절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조금 덜 소비하고, 약간의 불편을 기꺼이 감수하는 우리 모두의 노력이 인류를 살리는 길이다. 탄소 중립과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통해 생명의 건강한 순환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 했다.
이어 원행 스님은 미얀마 민주화 운동과 관련 미얀마 군부에게 “당신들의 무기가 나라 바깥을 향할 때 당신들은 군인이지만, 당신들의 무기가 국민을 향할 때는 당신들이 폭도가 된다”라고 강력하게 비판하고 “국민을 안전하게 지키는 것이 당신들의 의무다. 지금이라도 무기를 내려놓는 것이 지혜이며 용기다”라고 말하고 “미얀마 당국은 북방의 부처님오신날인 4월 초파일부터 남방의 부처님오신날인 4월 보름까지 모든 적대행위의 중단을 선언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호소 했다.
또한 남북관계에 있어서도 “남북이 대화하고 협력할 때 우리나라가 가장 안전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며 “우리 자신의 평화와 행복을 위해서라도 조속히 대화와 협력의 길이 열리도록 불교계가 힘을 모으겠다”고 다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대독한 축사를 통해 “연등회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되는 큰 기쁨이 있었지만, 불교계는 고귀한 용단을 내려 올해도 연등행렬을 취소하고 온라인으로 봉축 행사를 진행하기로 했다”며 “방역을 위해 법회와 행사를 중단하면서도, 스님들은 산문을 활짝 열어 지친 국민들을 품어준 불교계의 이타행과 생명존중 사상에 존경을 표한다”고 말했다.
이어 불교계가 “공동체와 함께하는 마음에 존경을 표한다”며 “서로의 마음이 다르지 않다는 자비의 실천에 부처님도 염화미소를 짓고 계실 것”이라고 말하고 “‘희망과 치유의 연등’은 서로의 마음과 세상을 환하게 이어 비춰주고 있다”며 “부처님의 자비와 광명이 온 누리에 가득하기를 기원한다”고 발원했다.
이날 법요식에는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 국민의힘 김기현 당대표, 열린민주당 최강욱 당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당대표, 정의당 여영국 당대표, 이원욱 정각회장, 주호영 정각회 명예회장, 이낙연 정세균 전 국무총리 등 정관계 인사들도 대거 참석했다
한편 이날 법요식에서는 불법홍포와 불교발전을 위해 노력해 온 '불기2565(2021)년도 불자대상' 수상자인 (사)한국차인연합회 박권흠 회장과 역사학자 한금순 씨, 부석종 해군참모총장에 대한 시상도 진행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