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마 끝에 매달린 물고기2
-게으른 스님의 바랑
그림 정윤경
얼마 후, 노승은 선정에 들어 그 제자가 어디 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선정이란 눈을 감고 ‘마음의 눈’으로 자신과 세상을 바르게 둘러보는 일입니다. 노승은 수행을 많이 하여 ‘마음의 눈’이 열려 있기 때문에 죽은 제자가 어디에 있는지 볼 수 있었습니다.
‘허허, 네가 아니냐? 하필이면 물고기로 태어나다니!’
전염병으로 죽은 제자는 암자 바로 아래의 강물 속에 물고기를 태어나 있었습니다. 그런데 물고기는 이상한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물고기의 등에 나무 한 그루가 자라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물고기는 나무가 자랄수록 등을 짓누르기 때문에 고통스러워했습니다. 물고기는 나무가 무거워 제대로 숨도 쉬지 못했습니다.
‘허허. 어찌 저놈을 어찌할꼬.’
노승은 물고기가 된 제자를 찾기 위해 강으로 나갔습니다. 나룻배를 타고 강을 돌았습니다. 잠시 후 뱃머리에서 제자의 울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뱃머리로 다가가자 물고기로 환생한 제자가 말했습니다.
“스님, 계율을 어기고 수행을 잘하지 못한 업보로 이렇게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부디 옛 인연을 불쌍히 여기시고 저를 물고기 몸에서 해탈케 하여 주십시오.”
물고기가 된 제자는 눈물을 흘리며 하소연했습니다. 노승은 그러하겠노라고 약속을 했습니다. 물고기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습니다. 암자로 돌아온 노승은 제자들을 불러 모아놓고 천도재를 하루 종일 정성스럽게 지내주었습니다. 천도재란 좋은 몸으로 태어나 좋은 곳에서 살라고 빌어주는 제사이지요. 그러자 그날 밤 자정 무렵이었습니다. 노승의 꿈에 제자가 나타났습니다.
“스님, 아침에 강변으로 나가보시면 등에 나무가 자라는 물고기가 죽어 있을 것입니다. 제 등에 난 나무를 베어 물고기 모양으로 만들어 부처님 앞에 매달아주십시오. 저를 보는 스님들은 저를 교훈 삼아 정진을 더 열심히 할 것이고, 강이나 바다에 사는 물고기들은 저를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물고기 몸에서 해탈할 것입니다.”
노승은 제자의 말대로 나무를 잘라 물고기 형상을 만들어 부처님 앞에 매달았고, 스님들은 그것을 목어(木魚)라고 불렀습니다. 절에 가면 목어가 있는데, 위와 같은 사연으로 태어난 것이랍니다. 목어를 만든 김에 구름 문양이 있는 운판(雲版)도 만들었습니다. 고달프게 날아다니는 새들이 다음 생에는 좋은 몸으로 태어나라고 운판을 만든 것입니다. 스님들이 짐승을 위해 아침저녁으로 북을 치고, 어리석은 사람들을 위해 종을 치는 까닭도 바로 그런 사연이 깃들어 있답니다. 사람은 물론 물고기와 새와 짐승들의 행복을 위해서랍니다.
훗날 스님들은 또 물고기 모양으로 금속판을 만들어 작은 종에 방울처럼 달게 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오늘날 절의 처마 끝에 매달린 풍경이랍니다.
어떤 스님은 이렇게 얘기합니다.
처마 끝에 물고기 모양의 풍경을 매달아 놓은 이유는 밤중에 산새들이 날아와 절 건물에 부딪칠까 봐 미리 소리를 내어 예방하기 위해서랍니다. 자비심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이지요. 땅 위를 기는 벌레들이 스님들의 발에 밟히지 말라고 지팡이에 방울을 달아 방울소리를 내며 다니는 것처럼 말입니다.<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