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그것뿐이다!”는 일념으로 화두정진하며 살다, 바람처럼 가다
10월 14일 부산 대각사 큰법당, 고불당 경우큰스님 영결법회
평생 화두를 잡고 “그것뿐이다!”라고 죽기를 각오하고 수행에 정진했던 고불당 경우큰스님의 영결법회가 10월 14일 오전 10시 부산 대각사 큰법당에서 열였다.
코로나19 방역 기준을 준수하기 위해 영결법회 동참 대중은 100여명으로 제한해 스님의 마지막을 함께하고자 하는 신도들은 영결식장 밖에서 거리두기를 준수하며 동참했다.
덕산스님의 사회와 묵담스님의 집전으로 영산정사 주지 선근스님의 명종5타로 시작된 영결법회는 삼귀의, 반야심경 봉독, 헌향, 행장소개, 육성법문, 사홍서원, 발인의 순으로 진행됐다.
문도대표 스님들과 장례위원장 대각불교문화원 김성곤 이사장의 헌향에 이어 호국사 주지 월원스님의 행장소개를 했다.
경우큰스님의 육성법문이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자 문도스님들과 참석한 신도들이 스님의 고귀한 법문을 되새기며 눈물을 흘렸다.
BTN부산 염불공양회 (회장 하정선)의 조가가 음성공양으로 법당을 가득 매웠다. 하정선 회장은 생전 스님을 자주 찾아뵙고 염불공양회 운영에 관해 상의를 했다. 특히 하정선 회장은 9시간에 걸쳐 금강경을 사경해 스님의 영단에 공양 올려 주의의 눈길을 끌었다.
사홍서원을 끝으로 영결법회는 마무리되고, 스님의 법구는 스님의 고향인 경남 밀양으로 향했다. 다비는 평소 검소함을 강조한 스님은 “저자의 대중들과 똑같이 처리해라”는 유지를 받들어 경남 밀양시 시립 승화장에서 화장 후 영산정사에 봉안 됐다.
고불당 경우 큰스님은 1928년 3월 5일 경남 밀양시 무안면 가례리 서가정에서 출생했다, 11세에 통도사로 동진출가해. 불교전문강원 대교과를 졸업하고 표충사, 불국사, 대흥사, 조계사 주지와 1972년 조계종 총무원장 권한대행을 역임했다.
대한불교신문 사장,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문학박사, 인도 콜롬보 상카대학 교육학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1985년 제12대 국회의원을 역임했다. 스님은 간디 평화상, 알버트 아인슈타인 평화상 등 여러 국제 평화상부문에서 수상했다. 또한 스님은 한글법화경해설, 불조법어, 대승삼부경, 고불법회, 선사열전 등 10여권의 저술을 남겼다.
경우 큰스님은 2020년 10월 12일 세수 92세 법납81년으로 원적에 들었다.
고불당 경우 큰스님은 생전 1953년 사월초파일에 경남 진양 월야산 6년 토굴 정진을 마치고 지은 토굴가를 자주 염송하셨다. 신도들은 스님의 마지막 가는 길에 토굴가를 염송하며 극락왕생을 발원했다.
한편 전국의 불교지도자들이 조화와 조전을 보내왔으며, 스님의 출가 본산인 통도사 주지 현문스님, 율원장 해문스님을 비롯한 통도사 대중스님들과 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 주요인사들이 스님의 영단에 참배했다.
49재는 10월 18일 초재를 시작으로 11월 29일 49재를 대각사에서 봉행될 예정이다.
경우스님 작시 토굴가 전문
고불당 경우 큰스님 토굴 노래
1953년 4월 초8일
경남 진양군 문산면 상곡리
월아산 6년 토굴에서
대승출세 삼천년에
오탁악계 말법중에
무성천제 경우당이
고․공․무상 설법듣고
모양 바꾼 중이 되여
이절 저절 다녀봐도
세속분잡 다름없고
선지식을 만나봐도
자기만을 믿으라니
시비반연 늘어나고
수심제계 왠말인가
넓은 땅이 똥에 흐려
구더기의 목욕탕에
만고영웅 호걸인들
똥파리가 날는 격을
주인공아 정신차려
백설산중 매화골에
밝은 달이 가득한데
몇사람이 다리 뻗고
태평곡을 불렸는뇨
삼세성인 도를 얻어
자유쾌락 쓰건만은
꿈을 즐긴 구박 범부
생사철갑 못벗을세
꿈 가운데 허망사를
알고 어찌 또 속으랴
내 본시 열세살에
가난한 집 버서나서
영축산 관용사에
학봉스님 은사 삼고
수계하고 득도하고
불공시식 초발심을
천재인가 총명인가
아기법사 수행자로
비구계는 쌍월스님
보살계는 동산스님
해인사와 통도사서
사집사교 화엄학을
생이지지 학이지지
대망을 가슴 품고
청풍납자 될란 것이
6․25난 피난처가
고성문수토굴일세
여태까지 배운 지식
소용없이 팽개치고
장좌부동 화두챙겨
페인간이 될 나는냐
성불길에 들겠는가
상주땅 북장사서
금봉스님 찾아뵌일
양산 통도 극락암에
경봉스님 설법듣고
보봉도인 현칙스님
향곡스님 성철스님
묵담대사 보문스님
전강스님 만암스님
동산스님 효봉스님
전쟁덕에 친견했다
그 가운데 배운화두
조주 뭇자 챙겼는데
자리잡기 힘들구나
십절목이 겁이나서
조사어록 참고했다
일간호호 관문에서
오매일여 가능한가
고봉스님 의사서를
삼관문 법왕대로
치닷다가 매달다가
안정세를 찾을려고
마음 밝힐 길을 찾아
심심 산골 마지막에
좌우봉은 충천하고
첩첩 절벽 등을 싸고
중중천봉 앞에 솟고
층층 반석 밀밀 총림
고고적적 무인처에
초가단칸 지어두고
배고프면 동령가고
헌누더기 기워입고
풀더미를 자리삼아
용맹정진 애를 쓸제
세속낙이 있을 손가
주인없는 산짐승과
거침없는 새울음은
한가라운 내 벗일세
밤은 깊어 고요한데
맑은 바람 밝은 달에
내 마음을 씻느라고
날이 셈을 몰랐노라
겨울날 눈더미는
이불인가 끌어 앉고
봄날이 나른할 때
목욕하고 등산하고
여름날 잦은 비는
젖은 옷을 말려주고
가을 바람 낙엽풍은
내마음을 제촉하네
한겨울 뭉친 화두
뚫지 않고 배길건가
막다른 골 부닺혔다
이때가 또 왔구나
무명갑의 칼을 뽑아
혼침마를 냅다치고
법왕성에 올라선 듯
조주스님 만나본 듯
뭇자병에 깨어난 듯
허허허허 웃을밖에
고인들의 전한말은
이 입장을 두고 했나
배고프니 밥찾은 것
목마르니 물찾은 것
식탐 색탐 좋다해도
선정탐을 이길손가
재물․명예 다 얻어도
화두삼매 비할 손가
깊은 꿈을 통과하면
버릴랴도 잊을랴도
생각조차 할 수 없는
높은 봉에 올라섰네
순풍에 돛대 인냥
구름길가 달길인가
달과 구름 다하여도
여기에서 주저말고
또한 꿈을 깨어보자
미친사람 병낫듯이
술취한자 술깬 듯이
마취 독이 풀린듯이
지난일을 부끄러워
그런때도 있었던가
후회 반성 강하면은
다시 헤멜 이가 있나
이 지경의 조주스님
뭇자소식이 무엇이요
장안와서 장안소식
병낫은자 약방문은
내일모레 해와달이
누구를 위한 걸까
나는 몰라 나는 몰라
허허허 허허허 꿍딱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