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8일∼9일 동국대 문화관 제1세미나실서
재일코리안 영화제 메인 포스터.
동국대 일본학연구소(소장 김환기)가 오는 11월8일(금), 9일(토) 양일간 동국대 문화관 제1세미나실에서 [재일코리안 영화제_ 일본영화 속 재일코리안을 다시 본다]를 개최한다.
[재일코리안 영화제_ 일본영화 속 재일코리안을 다시 본다]는 4편의 영화 상영과 2번의 대담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먼저 4편의 영화는 <돌아온 주정뱅이>, <교사형>, <박치기!>, <달은 어디에 떠 있는가>가 마련돼 있다.
- 오시마 나기사(大島渚)의 1968년 영화 <돌아온 주정뱅이>(8일 오후 1시 30분)와 <교사형>(8일 오후 5시 30분), 그리고 1968년을 배경으로 제작된 이즈쓰 가즈유키(井筒和幸)의 <박치기!>(9일 오후 1시)(2004)는 1968년과 관련된다. 베트남 전쟁 반대와 일본의 자유, 민주, 독립의 목소리가 생성한 1968년 일본에 김희로 사건으로 대표되는 타자의 문제가 공존하고 있었다. 그러나 민주를 갈구하던 뜨거운 목소리는 재일코리안에 대해서는 차가웠다. 관심을 보인다 해도 오시마 나기사의 언급처럼 재일코리안은 일본 사회를 자각하는 ‘거울’에 머물러 있었다. ‘차별 받는 재일코리안’이라는 스테레오타입에서 벗어나 재일코리안의 문제를 다층적으로 접근한 영화가 최양일의 <달은 어디에 떠 있는가>(8일 오후 5시)(2004)이다.
2번의 대담은 “오시마 나기사와 한국/일본(대담자 : 오가와 쇼타 (나고야대), 채경훈 (부산대))”과 “재일코리안의 삶과 영화(대담자 : 리봉우 (프로듀서), 조경희 (성공회대))” 로 진행된다.
‘일본영화 속 재일코리안을 다시 본다’는 이번 영화제의 부제다. 여기에서 방점은 ‘다시’이다. ‘다시’는 일본 사회가 재일코리안을 어떻게 보았는지가 아닌 지금-여기에서 우리가 재일코리안을 어떻게 보는지에 대한 비판적이고 반성적 문제제기이다. 어쩌면 우리는 여전히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며 일본 사회가 그랬던 것처럼 편견을 쌓아가며 재일코리안을 차별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오가와 쇼타와 채경훈의 “오시마 나기사와 한국/일본”과 리봉우와 조경희의 “재일코리안의 삶과 영화” 대담은 이러한 문제적 지점에 균열을 내기 위해 마련했다.
이번 영화제를 주관하는 김환기 동국대 일본학연구소장은 “재일코리안 연구에 있어 상대적으로 미진했던 예술·체육 분야의 체계화된 새로운 지형도를 구축하기 위해 이번 영화제를 진행하게 됐다”며 “4편의 영화와 2번의 대담을 통해 우리가 지금까지 쌓아온 재일코리안의 편견을 확인하고 ‘다시’보기를 통해 고정된 우리의 시선을 조금이나마 움직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한편 동국대 일본학연구소는 한국연구재단 대학중점연구소지원사업을 통해 재일디아스포라 관련 자료를 조사·발굴·수집하여 생태학적 관점에서 체계화된 문화지형을 구축하고 있다.
상영작 소개
<돌아온 주정뱅이>
1968 | 76min | 일본 | 15세 관람가
연출 : 오시마 나기사
출연 : 가토 가즈히코, 기타야마 오사무, 하시다 노리히코
시모노세키 해변을 찾은 일본인 대학생 3명은 우연히 베트남전 파병을 피해 일본으로 도망친 한국인들의 옷을 입게 된다. 식별불가능한 한국/일본인은 그들의 옷을 통해 정체성을 부여받는다. 한국인 옷을 입은 일본 대학생들은 한국인 밀항자 대신 죽으라는 위협에 처한다. <돌아온 주정뱅이>는 반복을 통한 변주로 구성된 영화이다. <돌아온 주정뱅이>의 간단한 이야기는 선형적 구조를 따르지 않는다. 같은 신이 반복되기도 하고, 다르지만 닮아 있는 신으로 변주하며 서사의 선형성에 균열을 낸다. ‘사이공식 처형’의 포즈와 옷 갈아입기가 대표적이다. 오시마 나기사는 <돌아온 주정뱅이>의 이러한 변주를 통해 이분법적 경계선의 틈새를 파고든다.
<교사형>
1968|119 min|일본|12세 관람가
연출 : 오시마 나기사
출연 : 아다치 마사오, 이시도 도시로, 고마쓰 호세이
조선인 고등학생 이진우는 두 명의 일본인 소녀를 강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다. 1959년 사형 판결이 나고 1963년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사형이 집행된다. 이 사건은 재일코리안 2세의 존재를 일본 사회 표면에 부각시켰다. 1968년 오시마 나기사는 이 사건을 극화한 <교사형>을 발표한다. <교사형>의 R은 사형이 집행되었으나 죽지 않고 깨어난다. 그러나 R은 자신이 누군지에 대해 전혀 기억을 못한다. 사형 집행에 관여한 등장인물들은 R이 조선인 R임을 인정하도록 하기 위해서 고군분투한다. 오시마 나기사는 R의 이러한 설정을 통해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법이란 무엇이고, 국가란 무엇인가? 공정한 법의 집행은 무엇인가? 이 질문은 비가시적 영역에 놓인 ‘법’과 ‘국가’의 폭력성을 가시적 영역으로 옮겨놓는다. R이 진정한 R로서 자신을 인정하고 법 앞에 서기를 바라던 집행인들은 R의 과거를 재현하는 과정에서 그들이 국가와 법이라는 이름으로 행했던 폭력성이 시각화된다.
<박치기!>
2005|117min|일본|15세 관람가
연출 : 이즈쓰 가즈유키
출연 : 시오야 슌, 다카오카 소스케, 사와지리 에리카
1968년 노래 ‘임진강’의 발매가 중지됐던 시대를 배경으로 교토 조선고등학교 학생과 인근 일본인 고등학생들 간의 치열한 싸움과 사랑을 그린 청춘 드라마. 원래 ‘임진강’은 북한에서 만들어진 노래로 임진강을 넘어 남쪽으로 날아가는 새를 바라보며 남쪽 고향을 그리워하는 가사를 담고 있다. 주인공 안성과 경자 남매가 사는 조선인 부락과 경자에게 첫눈에 반한 코스케가 사는 일본인 거주지 사이에서도 강이 흐른다. 마치 건널 수 없는 임진강처럼. 어떻게든 경자와 친해지고 싶은 코스케는 조선어를 배우고 금지곡 ‘임진강’을 연습한다. 일본에서는 포크송 그룹 ‘더 포크 크루세이더스’가 노래한 일본어판 ‘임진강’이 더 유명하다. 일본어 가사를 쓴 마츠야마 타케시가 ‘임진강’에 관해 쓴 자전적 소설 ‘소년 M의 임진강’이 영화 <박치기!>원안이다. 프로듀서 리봉우는 실제로 교토에서 조선고를 다녔고, 그의 경험담이 시나리오에 반영됐다. “조선인 부락 주민들은 대부분 가난했고, 일본인 학생과의 싸움이 일상이었다”라고 한다. 타이틀의 ‘박치기’는 그 당시 조선 고교생들의 특기였다. 영화 개봉전까지 방송국에서 금기시된 ‘임진강’ 때문에 영화 홍보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흥행에 성공하며, 일본 국내 영화상을 다수 수상했다.
<달은 어디에 떠 있는가>
1993|109min|일본|15세 관람가
연출 : 최양일
출연 : 기시타니 고로, 루비 모레노, 에자와 모에코
재일코리안이 재일코리안을 그린 영화, 일본 사회에서 겪는 차별을 유머로 승화시킨 에너지 넘치는 희비극. 원작 소설 작가(양석일)부터 감독(최양일), 각본(정의신), 제작(리봉우)까지 모두가 재일코리안이다. 그들이 만들어 낸 영화가 처음으로 흥행에 성공했다. 원작은 택시 운전사였던 양석일 작가의 자전적 소설 『택시 광조곡』이다. 주인공은 재일 코리안 택시 운전사 타다오(한국 이름 강충남). 엄마가 운영하는 술집에서 코니라는 필리핀계 호스티스를 만나 동거를 시작한다. 타다오가 코니와의 연애에 열을 올리고 있는 사이 택시 회사는 야쿠자의 손으로 넘어갈 위기에 처한다. 일본에 사는 대부분의 외국인이 재일코리안이던 시대는 가고, 여러 국적의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이제 재일코리안도 일본에 사는 다양한 시민 중 한 사람이 됐다. 프로듀서 리봉우는 기획 단계부터 “차별을 고발하는 영화가 아니라 당당한 오락 영화”라고 선언했다. ‘차별받는 재일 코리안’이라는 스테레오 타입에서 벗어나 재일 코리안에 관심도 없던 일본 관객들의 마음마저 사로잡았다. 개봉 당시 일본 국내 영화상을 휩쓸며 높은 평가를 받았고, 올해 창간 100주년을 맞이한 영화 잡지 ‘키네마 준보’는 1990년대 베스트1 영화로 <달은 어디에 떠 있는가>를 선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