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명화 작가 『마애불상군(群) 돌·부처를 만나다』 개인전
서울 인사동 나우갤러리 9월 18일부터 24일까지
충주 봉황리
‘마애불에 관심이 가게 된 것은 돌에 그린 단순한 그림이라지만 천년 이상이나 오랜 엄청난 시간을 견뎌오고 선조들의 간절한 염원들이 투사된 마애불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나는 그 많은 염원과 오랜 시간을 카메라로 발려내려고 했다.’ -마애불상군을 열면서
전국에 산재한 14개 마애불상군을 카메라 앵글로 담은 전시회가 열린다. 장명확 작가는 서울 인사동 나우갤러리에서 9월 18일부터 24일까지, 10여 년 동안 앵글을 통해 마음에 새겨온 마애불상군 수 천점 중에 25점을 선보이는 『마애불상군(群) 돌·부처를 만나다』 개인전을 개최한다.
그의 작품을 보는 첫 느낌은 장엄한 일체감이다. 민중의 간절한 삶이 녹아들어가 있고, 돌에 새겨진 부처의 자비가 민중 속으로 녹아 스며들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형태는 있으나 지워진 선들, 바위 균열 속의 미소, 얼굴이 지워져서 더욱 선명한 이목구비..... 세월과 비바람 속에 풍화 되어 간, 작가의 마음에 앵글로 새겨진 부처의 모습들은 경배를 하는 민중들과 하나가 되고 싶다는 경배 대상의 간절한 바람의 모습이다. 또한 순탄치 않았던 작가의 삶이 염원을 거쳐 삶의 현실과 마주하는 건강한 슬픔이 배어있다.
‘지금도 마애불을 보면 마음이 숙연해지고 그 돌에 그린 그림과 시간이 묶여 있다는 것을 볼 때 내 인생을 흔들어 주었고 새롭게 내 삶을 정립하게 만든다.’ -마애불상군을 열면서
마애불과는 달리 마애불상군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마애불상군은 바위에 조각된 부처나 보살상이 복수로 새겨져 있거나, 부처가 새겨진 바위 여럿이 한데 모여 있는 것을 말한다. 전국에 14개의 마애불군이 있다는 사실도 잘 알려져 있지 않다. 14개 마애불군 전부를 사진으로 담는 작업을 시도 한 것은 장명확 작가가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다.
증평 남하리사지 마애불상군은 충북 유형문화재 제 197호로 충북 증평군 증평읍 남대산을 배경으로 자리 잡은 탑동마을 서편의 산기슭에 남하사리 절터가 있다. 화강암 벽의 3면에 삼존불과 반가사유상의 형식을 비롯해 여래입상을 한 곳에 모아놓은 5구의 불, 보살상이 조각돼 있다. 흔치않은 5구의 마애불상은 당당한 체구를 보여주고 있다. 조각수법을 보면 대략 9세기경에서 10세기 초로 같은 시기에 조성된 듯하다.
경북 칠곡군 기산면 노석리 도고산에 있는 칠곡 노석동 마애불상군은 보물 655호다. 가로 5m, 세로 4.5m의 바위 면에 돋을새김을 한 마애불상군이다. 바위 중앙의 본존불을 중심으로 좌우에 협시보살이 안치됐고 오른쪽 끝에 작은 불상이 있다. 조성 시기는 7세기 후반으로 추정된다.
대구 읍내동 마애불상군은 대구시 북구 읍내동 안양 마을 앞 골짜기 바위에서 불상과 보살상,
승려상, 선각 9층탑 등 모두 33개의 상(像)이 새겨진 마애불상군이다. 이처럼 다양한 불상이 한 바위면에 새겨진 예가 없다. 불상군의 다양한 크기와 모습으로 볼 때 삼국시대 불상의 박물관과도 같다. 본존불과 협시 및 소상(小像)들은 늦어도 7세기 전반기 삼국시대 작품이라고 추정된다.
경주 남산 칠불암 마애불상군은 국보 제 312호다. 불상들은 경주남산 봉화골의 정상 가까이 위치한 마애삼존불과 사방불로서 칠불암 마애석불 이라 불린다. 가파른 산비탈을 깎고 높이 4m 가량의 축대를 쌓아 만든 불단 위에 모셔져 있는 불상군이다. 통일신라시대인 8세기경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전시에서 장명확 작가는 컬러의 색을 버리고 흑백을 선택했다. 감각적인 색 정보의 번잡함을 버리고 순수와 직관을 통한 자유로운 상상력을 유도한다. 대상 그 자체에 의식을 집중시킴으로써 관객과 대상 사이에 강하고 순수한 관계를 형성시키고 대상의 안쪽을 들여다보게 만든다. 그곳에 너와 나의 염원이 스며들고 그 대상의 자비는 우리를 향해 스며들어 온다.
장명확 작가가 탄생시키는 또 하나의 마애불군상이다.
‘여러 부처님이 계시는 곳 하나의 부처가 여러 가지 형태로 다가오면서 나의 염원을 투사해 놓은 마애불상군이 이제 내 카메라를 통해 세상으로 터져 나오려고 꿈틀된다.’ -마애불상군을 열면서
장명확 작가 경주 남산 탑곡 마애불상군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