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조 문화재를 화재로부터 보호한다는 취지로 경기지역 주요사찰에 배치한 소방차가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숭례문 화재 이후 경기도 소방재난본부가 화재로 인한 문화재 손실을 막기 위해 경기지역 주요 목조문화재에 배치한 소방차는 모두 7대. 그러나 이 소방차들이 사실상 무용지물 신세가 되고 있다고 <중부일보>가 지난 1월 10일자로 보도했다.

도(道) 소방재난본부는 지난해 12월 남양주 봉선사, 의왕 청계사, 안성 청원사, 광주 망월사, 화성 용주사, 양평 사나사와 상원사, 여주 신륵사 등 7곳에 소방차 1대씩을 배치했다. 이들 지역은 119안전센터에서 4㎞ 이상 떨어져 소방차가 출동하는 데 10분 이상 걸리는 곳이다. 이에따라 소방본부는 이곳에 사용 연한은 지났으나 성능에는 문제가 없는 소방차를 각각 배치했다.

그러나 소방차를 배치 받은 사찰측은 차량 관리에 필요한 차고 마련과 인력 부족, 전문지식 부족 등의 이유로 난색을 표시하며 소방차 배치를 거부하거나 배치 받은 소방차량을 폐차키로 결정하는 등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소방차가 배치된 7곳의 사찰 중 차고가 마련된 곳은 여주 신륵사 한 곳 뿐이다. 나머지 사찰 측은 차량을 사찰 내 공터에 방치하고 있으며, 화성 용주사의 경우 차고가 없어 소방차를 인근 태안119안전센터로 이동해 보관 중이라고 이 신문은 밝혔다.

또 1종 대형 운전면허증을 소지해야 소방차를 운행할 수 있다는 제약으로 인해 상당수 사찰 측은 인력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일부 지역은 차량 배치 후 2시간 정도의 교육만을 실시하는 등 관리인 상당수가 소방차 사용법 숙지에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는 것. 보도에 따르면 이처럼 차량 배치 후 발생한 다양한 문제점이 발생하자, 초기 배치 지역으로 거론됐던 안성 석남사의 경우 차량 관리를 할 인력이 없다며 소방차 배치를 거부했으며, 남양주 봉선사 역시 기존에 보유 중이던 소방차와 새로 배치 받은 소방차를 모두 폐차하기로 결정했다.

<중부일보>는 “사찰 관계자가 배치된 소방차량 관리를 문화재 측에서 해야 하면서 관리에 어려움이 있다. 겨울철의 경우 차량 내에 보관된 물이 얼지 않도록 수시로 관리해야 하지만 인력이 부족해 물을 빼놓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도 소방본부관계자는 “소방차 배치 후 인근 안전센터직원들이 직접 차량 운영과 조작법 등에 대해 교육을 실시했으며 차량에 대한 문의가 있을 경우 현장을 방문해 편의를 제공할 방침”이라며 “겨울철의 경우 저장된 물을 빼내거나 부동액을 사용하는 등 임시적으로 차량 관리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소방차 문화재 배치는 경기도가 전국에서 최초로 실시하는 사항인 만큼 정확한 실태 보고 등을 통해 드러난 문제점을 해결할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