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암 마애보살좌상이 순백의 모습을 되찾으며 활짝 웃음 지었다. 흰색의 호분이 전체적으로 두껍게 칠해져 백불(白佛)이라고 불리는 마애보살좌상은 외부에 노출된 특성 탓에 비바람으로 본래의 색이 바래고 훼손됐었다. 2006년 전통 개채방식인 호분으로 보수해 3년 만에 불사를 마쳤다.

옥천암 주지 정범 스님은 2월 12일 백불개채불사를 회향하며 점안식을 봉행했다.

조계종 어장 동주 원명 스님이 법주를 맡았으며, 화계사 회주 송원 설정 스님이 증명을 맡아 점안의식을 이끌었다.

원명 스님이 보도각 백불 앞에 섰다. 불보살을 찬탄하며 점안의식 시작을 알리고 불공을 올렸다.

잠시 후 설정 스님도 백불 앞에 나아가 자리에 앉았다. 자리 앞에 마련된 팥을 한 움큼 쥐어든 스님은 사방에 팥을 뿌렸다. 점안식이 진행되는 날인만큼 부정함을 떨치기 위해서다. 이어 백불을 감쌌던 커튼을 걷어내자 순백의 마애보살좌상이 위엄을 드러냈다.

백불을 확인한 설정스님은 먹을 갈아 붓에 뭍힌 뒤 부처님을 향해 붓을 들고 점안의식을 진행했다. 붓을 내려놓은 스님은 솔잎에 청수를 적셔 주변의 더러움을 씻어냈다.

점안의식이 진행된 보도각 앞은 의식을 진행한 스님들만으로도 자리가 꽉 찰만큼 비좁아 점안의식을 보기 위해 찾아온 신도들은 벽 넘어 보도교위에서 의식을 지켜봤다.

가까이 있고 싶은 신도들은 불상의 앞면을 보진 못하지만 옆면과 뒷면에 붙어 기도를 올렸다. 3년만의 개채불사 회향을 보기위해 신도들이 몰려와 옥천암을 가득 메웠다. 법당에 들어가지 못해 마당에 매트를 깔고 앉은 이들이 태반이었다.

그동안 개채불사를 진행해 기도를 하는 일이 조금 불편하기도 했지만 이제 불사가 마무리돼 편하게 기도를 할 수 있게 됐다.

정범 스님은 “불사를 회향하게 됐으니 이제부터는 기도에 정진할 것”이라며 “1000일 기도에 들어가 불보살님들의 가피가 온 세계에 펼쳐지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옥천암 백불은 정확한 명칭이 '홍은동 보도각 마애보살좌상(弘恩洞 普渡閣 磨崖菩薩坐像)'이다. 커다란 사각 형태의 바위면에 저부조로 새겨져 있고 바위의 남면은 안쪽으로 움푹 들어간 내곡(內曲)된 구조로 되어 있다. 바위의 왼쪽 편과 뒷면에는 소원을 빌면서 바위를 갈았던 붙임바위가 남아 있어 민간 신앙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백불은 바위의 크기에 맞게 양 무릎을 넓게 벌리고 결가부좌한 자세로 앉아 있다. 머리에 쓴 원통형의 보관(寶冠)이나 목걸이 장식, 그리고 대의(大衣) 안쪽으로 보이는 대각선으로 입혀진 내의(內衣)의 표현에는 금색을 칠하여 장식성이 더욱 두드러져 보인다. 또한 관의 좌우에 뻗어 있는 관대(冠帶)에도 타원형의 금판(金板)이 달려있어 화려함을 잘 보여주고 있으나 조각기법에서 정교하지 못하고 투박하며 관 밑으로 내려온 머리카락은 어깨 위에서 팔꿈치까지 내려와 있다. 이 불상은 머리에 쓴 보관으로 보아 관음보살상(觀音菩薩像)으로 짐작되지만 대부분의 관음보살이 보관에 화불(化佛)을 새기는 것과 달리 보관은 세 칸으로 나뉘어 각각 그 중심과 모서리에 연꽃을 장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