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모습에 안주하고 반성하지 않으면 불교는 곧 망하게 될 것입니다. 한국불교의 모습이 불법을 따르는 진지한 종교의 모습인지 의문스럽기까지 합니다. 제 자신부터 경책하며 참회의 심정으로 오체투지 순례를 시작하겠습니다.”

화계사 주지 수경 스님은 3월 28일 출발하는 오체투지 순례에 앞서 3월 23일 한국불교와 사회에 대한 소견을 밝혔다.

“부끄럽다”는 한마디로 현재의 심정을 토로한 수경 스님은 “30여년 넘게 출가생활을 하면서 지금 내 자신을 출가자라고 할 수 있는지 부처님 앞에 바로 설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몇 년간 출가생활 자체에 대해서도 고민해왔다는 수경 스님은 “오체투지는 자신을 되돌아보고 점검하는 순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수경 스님은 자신뿐만 아니라 한국불교의 모습에 대해서도 비판을 가했다.

“용산참사를 대하는 한국불교의 모습을 보며 이것이 불교인가라는 후회가 들었다”고 밝힌 수경 스님은 “사회적 문제에 대해 대안을 제시해야할 불교가 전혀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불교가 사회에서 도태된다 해도 어쩔 수 없는 노릇이라는 것이 수경 스님의 지적이다.

수경 스님은 또 “최근 불교계가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이 문제가 있는데도 그 정책으로 경제를 살리라고 주문하는 법회을 열었다”며 “불교가 정부를 경책했던 일이 바로 지난해 있었던 일”이라고 덧붙였다.

사회적 현안뿐만 아니라 불교내부적으로도 제대로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고 비판한 수경 스님은 “권력에만 탐착하고 비리를 일으키는 승려들이 있는데 숨기려고만 하지 말고 불교가 욕을 먹더라도 공론화해서 문제를 근본부터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선은 나 자신부터 참회하기 위해 오체투지 순례의 길을 떠날 것”이라고 밝힌 수경 스님은 “누군가를 제도한다는 생각보다는 모든 사람들이 스스로 참회의 길을 가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오체투지순례단은 수경 스님, 문규현 신부, 전종훈 신부 3인으로 구성된 기도 순례단과 순례단 진행 총괄을 맡은 김포 용화서 주지 지관 스님을 주축으로한 진행 순례단으로 꾸려졌다.

3월 28일 오후 2시 계룡산 중악단에서 천고제를 시작으로 순례의 길에 들어설 순례단은 매일 4㎞를 진행하고 매주 화요일 정기 휴식을 취하는 것으로 일정을 정했다.

천고제에는 신경림 시인이 축시를 낭송하며 설정 스님이 법문할 예정이다.

6월 9일 임진각 망배단에 도착할 예정인 순례단은 묘향산 상악단에서 오체투지 순례를 회향하기 위해 북측과 일정을 논의 중이다.

오체투지 순례단 측은 판문점을 통과하거나 직항로를 이용하는 방안을 북에 제안했으며 제3국을 거쳐 진행하는 것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