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7호선 숭실대역을 나와 아파트단지 속으로 들어가다 보면 연등으로 입구를 장식한 건물이 한 채 있다. 한쪽 외벽은 전면이 유리창으로 이루어져 현대미술품을 전시하는 갤러리처럼 세련된 모습의 건축물이다. 멀리 떨어져서만 보면 갤러리 같기도 한 이 건물에 들어서서 현판을 보게 되면 그때서야 갤러리가 아님을 알게 된다. 이곳은 백운암 상도선원(선원장 미산)이라는 현판이 걸린 도심 속 사찰이다.

여느 사찰과 달리 큰법당이 지하에 위치한 상도선원은 계단을 따라 내려가는 내내 벽에 전시된 미술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큰법당에 들어서면 석굴암 본존불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탄생한 날씬한 몸매의 ‘꽃남’같은 본존불이 모셔져있다. 만해마을 불상 등을 조성한 조각가 서창원 씨의 작품이다. 본존불 좌우에 봉안된 탱화는 화가 서용 씨가 둔황의 벽화를 연구해 조성했다. 도량 전체에는 곳곳마다 미술품들이 숨어 있어 갤러리 같기도, 법당 같기도 한 모습을 보여준다.

도심 속 포교도량 백운암 상도선원 중창불사를 회향한 미산 스님이 3월 22일 봉헌 법회를 봉행했다.

상도선원은 1961년 故 장봉옥 보살의 원력으로 창건된 사찰로 조계종 5대 종정 서옹 스님이 참사람운동을 펼쳤던 백운암 자리에 새롭게 자리한 도심포교도량이다. 사찰부지가 아파트 건축 부지에 편입돼 폐사위기에 놓인 백운암에 미산 스님이 주지로 부임해 각고의 노력 끝에 백운암 상도선원으로 새롭게 태어난 것이다.

미산 스님은 “백운암이 폐사될 위기에 처하고 이렇게 다시 중창불사를 회향하면서 부처님이 말씀하신 무상의 가르침이 다시금 떠오른다”며 “변화가 있어 희망이 있고 희망이 있기에 살맛나는 세상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중창불사를 하면서 사찰건축문화와 장엄문화에 대해 깊이 고민했다”고 밝힌 미산 스님은 “급변하는 시대에 불교는 너무 전통에만 머물러 있지 않나 생각된다”고 지적했다.

미산 스님은 “전통이 중요하지만 전통에만 머물러 있다면 불교는 퇴보할 것”이라며 “전통을 현대에 맞게 적용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을 접목시킨 곳이 바로 상도선원”이라는 것이 미산 스님의 설명이다.

축사를 전한 동화사 주지 허운 스님은 “한국사찰 건축문화를 새롭게 재정립한 곳이 상도선원”이라며 “지역 중심에서 희망을 전하는 사찰이 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동작구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한나라당 정몽준 의원과 민주당 전병헌 의원도 상도선원을 찾아 봉헌법회를 축하했다.

이날 봉헌법회에서 법문을 한 백양사 방장 수산 스님은 “세상이 편리해지고 사회가 발달할수록 중생들은 이성을 잃게 되고 기계의 노예가 되어간다”며 “상도선원이 서옹 스님의 정신을 이어 부처님의 올바른 법을 전해 마음을 정화하는 도량이 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봉헌법회가 끝난 후에는 서예가 김화수 씨의 서예시연, LMB싱어즈의 중창공연, 전혜준·장민혜의 한국무용과 이보현 씨의 거문고 연주가 어우러진 축하공연이 이어졌다. 또 이종만 씨가 지휘하는 상도선원 간다르바합창단의 축하무대도 함께 진행됐다.

이날 봉헌법회는 백양사 방장 수산 스님, 조계종 어장 동명 스님, 동화사 주지 허운 스님, 정목 스님, 민주당 전병헌 의원, 한나라당 정몽준 의원을 비롯해 사부대중 500여명이 참석했다.

백운암 상도선원은 매주 일요일 오전 10시 일요가족법회를 열고 있으며, 격주 수요일 저녁 7시 30분에 ‘니까야를 읽는 법우들의 모임’, 매주 일요일 오후 1시 ‘의식집전 모임’, 매주 화요일 저역 7시 ‘참선수행 모임’ 등 다양한 수행모임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또 불교수행 입문교육과정인 마음수행학교도 운영하고 있다. 마음수행학교는 매년 봄과 가을에 개강해 목요일마다 14주에 걸쳐 진행된다. 02)815-01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