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눈물을 보였다. 하늘이다. 오체투지순례단이 대한민국 심장부에 들어서던 날 흘린 눈물로는 모자랐는지 순례단이 수도 서울의 심장부에 들어서던 날 대한민국 하늘은 참았던 눈물을 다시 쏟아냈다. 하늘만이 흘리는 눈물일까. 순례단도 울었고 그들의 머리를 타고 내려온 빗물과 뒤섞여 흘러내렸다.

오체투지순례를 시작한지 108일째인 5월 21일 하늘과 순례단이 흘린 눈물은 참회의 눈물이었다. 사람의 길을 가지 않는 우리 자신들의 잘못과 생명을 중히 여기지 못하던 인간의 이기심과, 평화를 멀리하고 경쟁을 좇던 중생들의 무모함을 제 자신의 잘못과 함께 참회하는 것이다.

순례단이 명동성당에서 출발해 오전순례를 마친 곳은 시청광장이었다. 시청광장에는 하루만이라도 순례단과 함께 사람·생명·평화의 길을 걷고자 모인 시민들로 가득 찼다.

여전히 그칠 줄 모르는 빗줄기는 아랑곳하지 않고 시민들은 오후 순례의 길에 들어섰다. 그런데 순례가 시작하기도 전에 예상하던 시련이 닥쳐왔다. 경찰들은 차도를 전경버스로 막아섰고 대로인 태평로 이동불가 방침을 내세우며 인도로 이동하거나 좁은 길인 무교로 이동만을 허락하겠노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러나 그럴 수는 없었다. 순례단은 조용하지만 강하게 대로이동을 요청했고 순례단의 완고함에 경찰은 한발 물러나 전경버스가 막아선 길을 열어주었다. 그리고 오후 순례는 시작됐다.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는 듯 했던 빗줄기는 순례시작과 함께 다시 거세졌다. 거센 빗줄기도 순례단에게는 장애가 되지 못했다. 징소리에 맞추어 양 무릎과 양 팔꿈치와 이마를 차가운 땅에 내던지며 오체투지순례를 진행했다.

오체투지로 순례하는 이들은 200여명, 반배로 목례로 오체투지를 격려하는 이들은 400여명에 달했다. 우천으로 참가대중이 적을 것이라는 예상은 기분 좋게 빗나갔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서울 도심 한복판 거리로 나온 대중들이 너무 많은 게 문제였다. 우천 속에서 차량과 순례행렬사이에 충돌이 발생할 수 도 있기에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오체투지순례단의 뒤를 따르던 참가자들은 인도로 올라가 순례단의 옆에서 함께 걸었다.

한참을 땅과 마주하던 순례단이 시청을 출발한지 40여분이 지나 청계광장 앞에 도착하자 순례를 멈췄다. 무슨 일일까 참가대중들이 웅성거리자 순례진행요원의 안내가 들려왔다. 잠시 자리에 멈추어 참회의 108배를 올린 뒤 남은 순례를 진행하겠노라는 것이었다.

모두들 순례가 잠시 멈춘 제자리에서 오체투지로 108배를 올렸다.

순례단을 지켜보던 한 경찰관은 “대단하다. 나라면 도저히 하지 못할 일”이라며 “나중에라도 따로 절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라고 조용히 이야기하기도 했다.

108배를 마친 순례단은 다시 전진했다. 오늘의 목적지인 조계사를 향해서다. 거리를 지나는 수많은 시민들도 직접 동참하진 못했지만 손을 들어 응원을 표했다.

응원의 목소리에 힘을 내며 오체투지순례단은 조계사에 도착했고 대웅전을 오체투지로 이동하며 오늘의 순례를 마쳤다.

순례를 마치고 오체투지로 혹은 반배로 그것도 아니면 박수로 순례에 동참했던 이들은 조계사에서 생명평화를 위한 시국법회를 봉행했다.

불교환경연대와 정토회가 순례단을 격려하고 이 사회에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시국법회서 법문한 전 조계종 교육원장 청화 스님은 “왜 강들은 모두 돈이 되어야 하고 가난해도 흘리지 않고 머리에 고이 이고 온 물이 마구 흔들려 물방울이 튀겨야 하느냐”며 “오체투지는 땅에 떨어진 것들을 낱낱이 보며 온 몸으로 묻고 있다”고 전했다.

오늘의 순례는 마쳤지만 그들의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목표한 묘향산까지 갈 수 있을까. 그러나 아직은 걱정하지 않는다. 일단 묘향산에 앞서 임진각까지 행진하는 것이 먼저이기 때문이다.

순례단은 6월 6일 임진각 망배단에 도착하기 위해 5월 22일 또다시 순례의 길에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