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운사와 고려대가 기숙사 신축문제로 9개월째 팽팽히 맞서고 있는 가운데 고려대 이기수 총장이 4월 30일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을 예방하고 개운사와의 문제해결을 위해 중재자로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개운사는 고려대가 기숙사를 신축하게 되면 진동으로 인해 보타사 마애불에 충격을 주고 개운사의 수행환경을 해친다는 이유로 층고를 낮추고 진동이 없도록 공사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지만 고려대 측은 기숙사 층고를 낮추는 것에 난색을 표하며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개운사는 기숙사 신축현장에서 천막농성을 펼쳐 기숙사 신축은 현장암반파쇄만 이루어진 체 공사는 중단된 상태다

이기수 총장은 “기숙사 건축은 학생들을 위한 시설로 시급히 건축해야한다”고 강조하며 “개운사와는 계속 논의를 펼쳐왔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해 지관 스님에게 도움을 요청하기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이어 이기수 총장은 고려대 측의 입장을 담은 자료를 지관 스님에게 건넨 뒤 “양측이 문제를 원만히 해결할 수 있도록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고려대측이 이날 전달한 자료의 내용에 대해서는 “합의되지 않은 내용이라 아직 공개할 수는 없다”며 “향후 사안이 정리되는 데로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관 스님은 “이 문제는 들어서 이미 알고 있다”며 “검토해보겠다”고 짧게 답했다.

이기수 총장은 “제 자신도 불자이기에 사찰의 중요성을 잘 안다”며 “학교에서도 사찰을 도울 수 있는 일은 최대한 도울 것이며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좋은 소식이 오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고려대 기숙사 신축현장에서 항의정진 중인 개운사 주지 범해 스님은 “고려대 총장이 총무원장 스님을 만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며 “고려대 측과는 도저히 합의점이 나오지 않고 개운사단독으로 대응하기에는 너무 소모적인 분쟁이라 총무원에서도 나서주길 바라는 뜻에서 고려대총장에게 총무원방문을 제안한 바 있다”고 말했다.

범해 스님은 또 “원만한 해결방안이 이루어진다면 좋을 것”이라면서도 “고려대측은 대안을 제시하지 않으면서 이해해주기만을 원하는데 기숙사의 층고를 낮추는 대신 바닥면적을 넓히는 등 대안을 충분히 검토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기숙사 신축문제로 갈등을 빚어온 고려대와 개운사 양측이 중재자로 총무원을 지목함에 따라 9개월간 지속된 문제에 대한 종단의 해결방안에 교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