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가지 바람이 불어도 움직이지 않는" <팔풍취부동>展
일제 강점기를 지나 한국불교의 선을 중흥시키고 민족정신을 지키며
올곧은 수행을 이어온 큰스님 스무 분의 말씀과 사진을 한자리에
寧爲千古藏鶴不學三春巧語鸚(영위천고장종학불학삼춘교어앵)
“천고에 자취를 감춘 학(鶴)이 될지언정 삼춘(三春)에 말 잘하는 앵무새의 재주는 배우지 않겠노라.”
1925년 서울 봉은사 조실을 지내던 한암스님이 일본 불교와 통합을 꾀하자는 친일 승려에게 한 일침이다.
동산스님(사진. 범어사)
탄허기념박물관(관장 혜거스님)에서는 2017년 특별기획전으로 19세기말 이후 활동 하신 근현대를 대표하는 큰스님 20人 사진전을 2017년 11월 1일(수)부터 12월28일(목)까지 (무료관람/월요일 휴관) 탄허기념박물관 3층 방산굴에서 개최한다.
『팔풍취부동』展의 큰스님들은 19세기 말 출생하여 일제 강점기를 지나 6.25 전쟁, 5.16 쿠데타 등 정치와 사상적 격변시대를 수련과 참선 때로는 혁명가 못지않은 결사로 한국불교의 선을 중흥시키고 민족정신을 지키며 올곧은 수행을 이어온 분들이다. 또한 종교적 이상을 넘어서 사회와 국가가 나아갈 대승적 좌표를 보여준 분들이다.
만암스님
『팔풍취부동』展의 전시기획은 1945년 이전 큰스님들과 사찰전경 사진, 1945년 이후의 사찰전경과 큰스님들의 사진을 고증자료로서 수집해 놓고자 하는 의도에서 시작됐다. 큰스님들께서 안거하셨던 국내 40여개의 사찰과 20여개의 성보박물관, 각 문도회에 연락을 하여 어렵게 모은 20인 큰스님 사진 120여점 중, 엄선한 23점을 전시하고 나머지는 도록에 수록했다.
성철스님과 광덕스님(사진. 불광사)
이번 사진전은 1차 전시회다. 이 전시회가 끝나고 제2차 전시회에는 제1차 전시회 때 누락되었던 사진을 보완 수집하여 기록물을 만들고, 제3차에는 큰스님들의 사진과 사찰전경의 사진을 빠짐없이 수집하여 중차대하고 소중한 역사적 자료를 정리한다.
수옥스님. 일본유학 시절(사진. 내원사)
관응스님은 “이 사진전을 진행하는데 제일 어려웠던 점은 사바세계에 왔다 가신 흔적을 남기고 싶지 않아 하신 큰스님들의 의지였다”며 “그 점이 이 전시를 기획하게 된 강력한 이유기도 하다”고 말했다. 스님들의 말씀과 수행은 문도들에 의해 대부분 말과 글로 기록되어져왔다. 그 과정에서 왜곡된 내용들이 그대로 구전되기도 하고 심지어 전혀 다른 인물이 큰스님으로 둔갑하는 경우도 있었다.
탄허스님(사진. 탄허박물관)
탄허기념박물관은 현재의 불교계의 인물 기록에 대한 제대로 된 검토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라고 생각하여 종계의 중요한 스님들의 삶에 대한 기록 사진을 적극적으로 수집하고 보존하기 위한 첫 걸음으로 이 사진전을 개최하게 됐다.
20인의 스님
한암스님, 만암스님, 만해스님, 효봉 스님, 동산스님 ,경봉스님, 고암스님, 수옥스님, 석주스님, 구산스님, 관응스님, 서옹스님 ,성철스님, 탄허스님, 혜암스님, 성수스님 , 청화스님, 법전스님, 광덕스님, 묘엄스님
"八風吹不動"의 의미
이 문장은 당송시대 소동파가 지은 게송의 일부이며, 수많은 번뇌에도 흔들림 없이 용맹정진한 20인의 큰스님들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는 문구이다.
팔풍이란 이(利)ㆍ쇠(衰)ㆍ훼(毁)ㆍ예(譽)ㆍ칭(稱)ㆍ기(譏)ㆍ고(苦)ㆍ낙(樂)으로서 네가지 좋은 경계인 利(이:나에게 이익이 되는 것),譽(예:명예스러운 일을 하는 것) 稱(칭:앞에서 칭찬하는 것), 樂(락:나를 편하고 즐겁게 하는 것)과 네가지 어려운 경계인 衰(쇠:나에게 손해가는 일), 毁(훼:나를 헐뜯고 비방하는 것), 譏(기:면전에서 욕하고 비난하는 것), 苦(고:괴로움으로 멍들게 하는 것)를 말하는데, 오늘날 입김 같은 바람에도 흔들리는 삶을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도 의미 있는 글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