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찰대본산 부산 범어사(주지 정여 스님)가 일제잔재 청산계획을 밝혔다.

범어사는 지난 8월 13일 범어사 대웅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8·15 광복 64주년을 앞두고 일제에 의해 왜곡돼 온 민족 문화를 바로 세우기 위해 본격적인 왜색 잔재 청산작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주지 정여 스님 등 범어사 대중스님들은 기자회견에 이어 범어사 대웅전 앞마당 3층 석탑 옆에 있는 '조선총독부' 표지석과 3층 석탑 하단 기단부·난간 등을 밧줄로 묶어 뜯어냈다. 철거된 것들은 대부분 1936년부터 주지를 지낸 친일파 차상명 주지 등이 일본에 잘 보이기 위해, 또는 일본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기 위해 행한 일제의 잔재라고 범어사는 설명했다.

범어사가 밝힌 대표적인 일제잔재로는 △범어사 입구에서부터 등을 지고 서 있는 대표적 일본 양식 건물 보제루 △보제루 왼쪽으로 옮겨진 종루 △종루가 있었던 자리로 옮긴 석등 △대웅전 전면에 식재돼 있는 일본황실 상징물인 금송 3그루 △3층 석탑의 기단 변형과 왜색 난간대 △조선총독부 표지석 △천왕문과 불이문 사이에 식재된 편백나무와 삼나무 등이 있다.

범어사 종합정비계획의 연구책임자인 부산대 서치상(건축학부) 교수는 “뛰어난 한국 전통 기법이 있는데도 1936~1937년 친일에 가장 앞장섰던 차상명 주지가 이를 일부러 왜곡하기 위해 자행한 것들이기 때문에 전통적 사찰 건축 방식을 후대에 전승하기 위해서는 비뚤어진 역사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면서 “일제시대 대표적 일본인 관광지 역할을 하기도 했던 범어사를 전통 고찰 방식 그대로 돌려놓는 문제는 서울의 조선총독부 건물 철거와는 또 다른 문제로 사찰 배치의 원칙을 바로잡는다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좀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