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종회의원 및 총무원에서 교역직을 맡고 있는 스님이 특별구족계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이번 사건이 외부에 알려지게 된 발단은 제181회 중앙종회의 세 번째 안건으로 2009년 특별구족계 시행 중지 촉구의 건이 발의되면서이다.

이 안건을 대표 발의한 종회의원 원담 스님은 “애초에는 외국에 거주하거나 수계시기를 놓치는 바람에 사미계를 받은 후 구족계를 받지 않은 스님들을 구제하는 차원에서 (특별구족계 제도를) 시작한 것 같으나 이번 3차 특별구족계 대상에 현직 종회의원과 교역직 종무원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그 사실을 뒤늦게 알고 이 제도가 자칫 우리 종단의 근간을 이루는 비구승단의 위계질서를 뒤흔들 수도 있다는 생각에 급히 특별구족계 중지 촉구 안건을 상정했다”고 안건발의 이유를 설명했다.

원담 스님의 안건이 상정되자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중앙종회장은 크게 술렁거렸다. 조계종은 비구계를 받지 못한 특별 대상자들을 위해 이미 두 차례에 걸쳐 특별구족계를 시행한 바 있으며, 종회가 열린 당일인 8월 10일에는 통도사에서 3차 특별구족계 수계산림이 동시간 봉행되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조계종 중앙종회의원이나 교역직 종무원은 비구계를 수지한 후 15년 이상이 지난 후에 선출될 수 있는 자격이 있다. 따라서 현직 종회의원이나 교역직 종무원이 특별비구계를 신청했다는 것은 자신의 비구계에 문제가 있음을 스스로 자인하는 꼴이 되는 것이다. 이번 특별구족계는 조계종 승려 중 40세 이상 90년 이전 사미계 수지자 346명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이번 3차에는 55명이 신청을 했다.

원담 스님의 발의가 끝나자 덕문 스님은 “조계종의 모든 제도는 종법에 근거해서 하는 것인데 종법 뒤져보니까 아무리봐도 구족계 특례 조항임에도 불구하고 법에는 단 한구절도 없었다”며 “만일 이 제도가 불가피하게 필요하다면 종회에서 임시 특별법이라도 만들어서 시행해야 하지 않나”하고 지적했다.

이에 현응 스님은 “이 사실을 회의장에 와서 처음 들었다. 발의 내용을 들어보니 특별구족계 시행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일부 스님들이 이를 편법으로 이용하려는 데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것 같다”며 “이미 시행된 3차 특별구족계 수계산림은 그대로 진행하고, 차후에 종회의원으로 구성된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문제가 있는 사람들에 대한 심사를 재검토하는 것이 좋겠다”고 절충안을 제안했다.

하지만 영담 스님은 “346명 중 55명이 신청했다고 하지만 이들 중에는 이미 환속한 사람도 있을 것이고, 환속했다가 다시 돌아와서 받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며 “일단은 수계산림을 중지해놓고 다시 심사를 해서 철저하게 걸러야 한다”고 말했다.

학담 스님 또한 “종법적인 근거가 없이 한다는 것이 문제다. 그 빈틈을 노려서 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며 “종법적 근거를 만들고 종회의 결의를 받은 후에 이 제도를 시행해야 비구계 질서가 깨지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현응 스님은 “종법상에는 계단 및 수계 모든 사항은 종법이 아니면 총무원장이 처리한다고 명시돼 있다”며 “이 내용상으로는 총무원장의 권한으로 수계산림을 개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담 스님은 “비구계 수계산림에 대해 애매하게 규정된 자체가 비구승단 질서 깨트릴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며 “추후 문제 안생기도록 이번에 확실히 처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덕문 스님은 “이 조항은 총무원장 스님이 일반적인 계단을 설치할 수 있다는 조항이지, 특별구족계단을 의미로 확대해석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영담 스님 또한 “이는 원장이 아무 때나 수계산림을 열 수 있다는 의미로 포괄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조항이 아니다”라며 “현재 이 상태로 수계산림을 여는 것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고 비판했다.

의원들의 논란이 계속 가열되자 종회의장 보선 스님은 2시간 동안 휴회를 하고 점심식사를 마친 후 각 종책모임에서 합의된 의견들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2시간여 후 이 안건을 발의한 원담 스님은 종회의원들이 공동으로 합의한 내용을 발표했다.

△종회의원 및 교역직 종무원 세 명의 사퇴를 촉구하고 이번 구족계 수계를 자진 철회하는 한편 △호법분과위원회로 하여금 종회의원에 한해 자격심사를 심의하고 △종헌종법개정 위원회를 설치해 계단법 및 구족계에 대한 법을 보완할 것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