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처에 고수가 즐비한 세상이니, 글 쓰고 말하는 것, 행동하고 생각하는 것이 다 조심스런 시대다. 인터넷으로 모든 것이 공개되는 세상을 사는 현대인들에게 이런 시대적 흐름은 일종의 스트레스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입 다물고 구석에 박혀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지 않는 것도 좋은 대안이 아니다. 해결방법은 오직 전문가 수준은 아니더라도, 그 분야에 상식 이상의 지식을 갖는 것이다. 특히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상식 구축은, 솔직히 덤벼들기가 쉽지 않은 분야다. 미술이든, 음악이든, 문학이든 다 그렇다. 하물며 종합예술이라는 영화는 더더욱 그렇다.

가장 편한 방법은 영화를 보지 않거나 보아도 침묵하는 것인데…, 문제는 그것이 능사가 아니요, 더 큰 스트레스로 다가온다는 점이다. 친구들이나 선후배들과 영화를 보고나서 제법 전문가처럼 말하는 경우를 당했을 땐, 괜시리 작아지는 자신을 느낀다. 이런 경험들은 아마도 꽤 많은 사람들에게 있었을 것이다.

강의 한 편에 전문가 수준이나 고수가 될 수는 없겠으나, 영화를 보는 자신감, 아니면 고수들의 이야기를 약간은 이해하는 정도가 된다면, 그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게다가 만원을 아낄 ‘바보’는 없다.

그런 기회가 왔다. 이미 오케스트라(음악)이나, 미술감상 등의 수준높은 강좌로 불자들의 호응을 받고 있는 대한불교진흥원(이사장 민병천)이 이번에는 영화를 들고 나왔다. 8월 18일 저녁 마포 다보빌딩 3층 다보원에서 열린 강좌의 주제는 ‘영화, 움직이는 이미지를 읽다-영화평론가와 함께하는 해설이 있는 영화감상’이다. 이번 주제를 영화로 선정한 것은 아무래도 한 여름 밤과 영화의 잘 맞는 궁합을 고려한 것일 게다. 진흥원은 이 강좌를 통해 휴가철을 맞아 한껏 높아졌을 영화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궁금증을 해소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전문가의 해설을 깃들인 영화감상, 종합예술, 특히 움직이는 예술인 영화에서 움직인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에 대해 이번 강좌를 통해 천착해볼 요량이다.

비컨대, 정과 동… 움직인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라는 물음에 대한 해답찾기가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번 강좌를 준비한 고영인 월간<불교문화> 편집장의 말을 들어보자.

“영화가 나타난 이래로 사실상 가장 중심적인 문제제기는 바로 움직이는 이미지의 세상이다. 생각해보자. 과거에, 영화가 탄생하기 이전에 우리에게 움직이는 이미지란 적어도 인간이 만들어서 보여주는 이미지 안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데 1895년 12월 28일 움직이는 이미지가 탄생했다. 그것은 어떤 세계의 시발점일까? 그로부터 현재 영화들을 이해하는 기초를 살짝 건드려 보기로 했다.”

이번 강좌에서는 또 보통사람들에겐 생소한 영화이긴 하지만 시대를 바꾼 영화 중 하나를 소개한다. 크리스 마커의 단편 실험영화 한 편을 관람한 후, 어떻게 이런 작업이 가능할까, 그것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무엇일까를 전문가와 함께 알아본다. 나아가 그리고 이런 영화가 세월이 흘러 어떻게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로 화(化)할 수 있었을까를 살펴본다. 예컨대, 테리 질리엄 감독이 크리스 마커의 이 작품을 보고 영감을 받아 그것을 헐리우드 판 블록 버스터 <12 몽키스>를 만들게 된 인연이야기에 대한 공부다.

8월 18일(화) 저녁 7시부터 진행될 강좌의 교재는 강사로 초빙된 ‘김성태(영화평론가)씨의 『세계 영화사 강의』(연세대출판부刊)이다 이날 강좌에서는 루이 뤼미에르 영화의 1895년 인류 최초로 상영된 영화들 중 2-3개(총 5분 분량), 또 크리스 마커의 <환송대>(총 26분 분량)이 상영된다.

관련 문의 및 신청: 02-719-2606 (대한불교진흥원 사무국)

*김성태는?

한신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프랑스 리용 2대학에서 영화학 석사를 마치고, 파리 3대학에서 영화학 D.E.A.를 밟은 뒤, 같은 대학에서 영화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영화학과 강사로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중앙대학교, 동국대학교, 숭실대학교 인문과학 연구소, 서강대학교 등에 출강 중이다. 지은 책으로는 <영화-존재의 이해를 위하여>, 함께 지은 책으로는 <세계 영화사 강의> <네 정신에 새로운 창을 열어라> 등이 있다.